전자책으로 책 읽기

2019년 들어 지금까지 8개월 동안 모두 107권의 책을 읽었다. 2006년에 쓴 블로그 글 중에 1년에 50권 책읽기라는 글이 있는데, 이걸 보면 1년에 50권의 책을 읽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50권이라는 목표에 성공을 하기도 하고 실패를 하기도 하면서 시간이 지나왔다.

2012년에 리디북스라는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전자책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독서 생활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휴대전화나 태블릿으로 책을 읽었고, 리디북스 페이퍼라는 전용 기기가 나온 후로는 페이퍼 라이트, 페이퍼, 페이퍼 프로까지 모두 구매를 하면서 여기서 모든 독서를 하게 되었다.

전자책 전용 기기를 사용하면서부터는 1년에 50권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고 이제는 100권을 훌쩍 넘는 상황이 되었다 (수치상 올해는 150권도 가능한 상황). 그리고 올해부터는 북트리라는 앱을 이용해서 독서 로그를 남기고 있는데 이 덕분에 읽은 책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전자책이 좋은 점은 무엇보다도 많은책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내 페이퍼 프로에 64기가 micro sd 카드를 넣어두고, 책 수천권을 모두 넣어서 들고 다닐 수 있다. 긴 호흡의 책을 읽다보면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경우에 재미있는 짧은 책을 읽고 난 후에 다시 시작한다던지, 여러 권의 책을 교차로 참고하면서 읽는다던지 하는 일이 너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이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빠르게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전자책이 좋은 또 다른 점은 기록이 정확하게 남는다는 점이다. 언제 읽었는지는 물론이고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거나 메모를 남긴 것들을 언제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전자책의 중요한 장점 중의 하나는 책의 내용에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책의 조판이나 종이의 질감 같은 (어쩌면 책의 본질일 수도 있지만) 텍스트 자체가 아닌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꼴, 자간 간격, 줄 간격, 페이지 여백, 컬러 삽화 등 다양한 책의 요소들이 전자책에서는 변환 가능 또는 불가능하게 된다. 책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내 마음대로 이런 요소들을 조절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는 책의 텍스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특징이 된다. 많은 경우 이런 텍스트 외적인 요소들은 내용의 부실함을 덮기 위해 사용되고 나는 이런 면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지만 책의 물리적인 제작 상태 자체가 책의 존재 가치인 경우가 있다. 사진이나 그림이 많이 들어있고 그게 중요한 요소인 책들. 종이 자체의 성질을 이용하는 책들. 그런 책은 전자책의 제한된 사용자 경험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 책이 가진 물리적인 한계 자체가 가치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책은 활자화된 텍스트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니 전자책이라는 형식이 그 가치를 충분히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전자책으로만 책을 읽기로 결심했지만 이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전자책으로 제작되는 책의 숫자가 종이책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기 때문이다. 책도 상품이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특정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독서를 하기에는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는 종이책의 수가 너무 많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읽을 것 같지는 않은 책들을 읽게 되다는 것인데, 이런 소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들은 전자책으로 제작할 이유가 아직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된 책의 경우라면 더욱 답이 없다.

앞으로 전자책이 먼저 출판되고 종이책은 필요에 따라 나오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 믿지만, 그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전까지는 깊이있는 독서를 위해서는 도서관을 잘 활용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어지간한 도서관으로는 어렵고 규모가 있는 곳이어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