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의 정체성

나도 블로깅을 하고 있으니 한 명의 블로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 무슨 굉장히 전문적인 것은 거의 없고, 내가 소소하게 느끼고 생각하는 작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블로그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최소한 남의 글을 퍼오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게 그나마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정도.

어제 후배와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처음에는 한국에서는 트랙백이 활성화되어 있고, 외국에서는 트랙백이 많이 쓰이지 않는 대신 플래닛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독특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걸 후배가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정리해서 한국적인 블로그와 해외 블로그의 차이?라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이 글이 잠시 올블로그의 실시간 인기글 상위에 노출이 되었었고,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저녁 때는 블로그 개인 이야기가 어때서?라는 글이 상위에 노출되어 있다.

이건 마치 무슨 <전문블로그 대 개인블로그> 논쟁 같은 느낌을 준다. 왠지 약간의 논란이 되고 있는 듯 하여, 내 의견을 적어보기로 했다.

  1. 해외의 블로그는 전문 블로그가 주류, 국내 블로그는 개인 블로그가 주류?
    이 말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표현이 좀 잘못된 것 같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성향 자체에 대한 분석은 유사하게 해 볼 수 있다.
    이른바 생활 중심형 블로그는 진입 장벽이 낮으므로 한국이든 외국이든 많은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독자가 블로그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가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제대로된 비교를 하기는 힘들 것이다.
    반면에 전문적인 블로그는 진입 장벽이 높고 많은 주목을 받게 되어 있으므로 미국의 전문 블로그와 한국의 전문 블로그를 비교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내가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 화학정보학이나 신약 개발 관련 블로그는 말할 것도 없고, IT 관련 블로그에 있어서도 그 양과 깊이에서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2. 블로그의 가치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블로그뿐 아니라 어떤 매체이든 크게 두 종류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정보의 전달 혹은 정서적 교감. 각각 전문 블로그와 개인 블로그의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블로그를 웹 2.0의 대표적인 매체로서 분석하고자 한다면 정서적 교감을 블로그의 주요 가치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블로그의 가치를 집단 지성의 구현과 같은 면에서 분석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정보의 전달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블로그와 미국의 블로그를 비교해 보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라고 단순하게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외국에도 생활형 블로그가 많이 있다’라는 말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전문 블로그’가 정말 미국만큼 많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3. 트랙백과 플래닛
    외국인들이 트랙백을 싫어하는 것은 꽤 일반적인 일이다. 트랙백이 가지고 있는 보안상의 허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블로그와 트랙백이라는 글에서 이미 자세히 적은 바가 있다) 반면 유사한 내용에 대한 블로그를 모은 플래닛 형태가 많이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팀블로그를 제외하면) 활성화된 플래닛이라면 그놈플래닛이나 RPPLE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플래닛 관련 정보는 KLDP의 이 글타래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플래닛이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이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많은 전문 블로그의 존재라고 한다면, 이런 블로그의 부재가 한국에서 이러한 형태가 유행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4. 결론
    미국에 비해 한국의 블로그가 더욱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비난할 만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블로그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인 정보의 전달이라는 면에서 한국의 블로그가 미국의 블로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나마 IT 관련 정보들을 발빠르게 전하는 블로그들 중에서 상당수는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일본이나 미국의 블로그를 번역하는데 그치는 경우도 많이 보고 있다. (최소한 어색한 일본어 번역투의 어투만이라고 순화해서 적어주면 뽀록은 안 날텐데…)
    이런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이 글에서 길게 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런 분석이 선행되지 않으면 상황의 개선도 있을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