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번역본 저작권에 대한 생각

성경 번역본에 대한 저작권 설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성경을 번역하고 그것을 공개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뭐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대한성서공회의 홈페이지에서 저작권 관련 FAQ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Q. 복음을 전하는 일인데 저작권 허가를 받아야 하나요?

A. 대한성서공회는 개신교의 주요교단으로 조직된 연합기관입니다. 재단법인 대한성서공회의 재산은 한국교회의 재산입니다. 그러므로 저작권 보호는 한국교회의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 복음을 전하는 일인데 저작권 허가를 받아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교회의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대한성서공회의 재산’ = ‘한국교회의 재산’ 이라는 등식은 (논란의 여지가 많이 있겠지만) 받아들인다고 치고, ‘한국교회의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 어떻게 ‘복음을 전하는 일’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돈이 있어야’ 복음을 전할 수 있으니 성경 번역본 저작권 행사를 통해 돈 버는 것을 뭐라고 하면 안된다는 뜻일까?

물론, 많은 영어 번역본 역시 저작권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King James Version이나 American Standard Version 정도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고, New International Version이나 The Message 같은 번역본들은 저작권을 얻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의 상황이 어떤 것인가와 관계 없이 성경 번역에 대한 저작권 행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을 많이 남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대한성서공회에서는 온라인 성경의 경우 한 역본당 300만원/2년이라는 가격을 제시해 놓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라면 직접 연락을 해서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 아닌 이상 개인이 직접 대한성서공회와 이런 부분에 대해 협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성경의 본문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제약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위키피디아의 성경 번역 관련 페이지에서는 개역개정판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각종 교단에서 인준했으나 어색하다는 이유로 널리 쓰이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개역한글판 성경의 저작권 만료 기간이 도래함에 따라 2007년부터 점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개역개정판을 쓰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개역한글판의 저작권 만료라는 것이다. 이 언급의 진위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다른 근거가 없는만큼 이 말만 놓고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개역한글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개역개정판을 새롭게 쓰게 되면서 생겨난 어마어마한 시장 규모를 놓고 생각을 해 보면 그럴 듯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성경을 많이, 그리고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마다 CrossWire의 프로그램들을 깔아놓고 쓰고 있다. 윈도우, 맥, 리눅스, 그리고 (아이폰을 제외한) 많은 hand-held device들에서 이 프로그램들을 무료로 쓸 수 있으며, 이 프로그램에서 읽을 수 있는 모듈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아주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KDE에서 사용되는 프로그램인 BibleTime이라는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는 내가 번역을 했었다. 지금은 KDE를 쓰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는데, 1.x 버전에서는 아쉬운대로 한글을 볼 수 있기는 하다) 아쉬운 것은 한글의 경우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추세인 개역한글판만이 사용 가능한 상태였으며, 현재는 그나마도 이용 가능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sword 모듈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미 내가 사용하고 있는 여러 컴퓨터들에 개역한글판이 깔려 있는 상황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용자들의 경우에는 sword 관련 프로그램으로는 한글 번역본을 읽을 수 없는 셈이다. 이미 여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여러 번역본이 제공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성경 프로그램, 예컨대 MyBible과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MyBible은 매우 훌륭한 프로그램이고 개역한글판 외에도 개역개정판, 공동번역, 표준새번역 개정판, 현대어 성경, 그리고 쉬운 성경 등 모두 여섯 개의 한글 역본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지 윈도우가 설치된 컴퓨터에서 설치를 통해서 사용할 수 있을 뿐이고 맥이나 리눅스가 깔린 컴퓨터나 핸드폰, PDA 등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는 방법이다. 번역본의 저작권 행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마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