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소리를 들으면 행복하다!

요즘 iPod에 음악을 잔뜩 집어넣고 다닙니다. 그 중에서도 자주 듣는 것이 카루소 전집(!)입니다. 이게 나름대로 제게는 많은 사연을 담은 음악입니다.

1. Vieni sul mar

‘바다로 가자’라고 불리는 이 노래는 아마 고등학교 때 음악책에 나왔던걸로 기억이 됩니다. 저는 수프라폰에서 나온 카루소 테이프에 들어있는 이 노래를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낙소스에서 나오는 카루소 전집을 한 장 한 장 나오는대로 모으고 있던 저는 12집을 사지 못한 상태에서 이 노래를 들어야겠다는 열망이 불타오르게 됩니다. 그냥 12집을 사면 될텐데, 낙소스 음반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은 왠지 꺼려지는 일인데다가 최근 몇 년간 음반을 사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오프 매장만을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이었죠. 결국 인터넷으로 수 기가짜리 “COMPLETE CARUSO.zip”라는 파일을 구해서는 그 속에서 이 파일 하나를 건질 수 있었습니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 �보다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이 노래가 G코드도 아니고, F도 아니고 E 코드로 불려졌다는 사실은 제게 약간은 충격이었습니다… 쩝…)

2. 그대의 찬손

푸치니의 오페라들이 대개 그렇게 평가를 받는데, 라 보엠 역시 스토리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3류 소설 같습니다만 이상하게도 이 오페라에 대해서는 스토리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는거 같습니다. 그만큼 음악이 좋아서일까요…

어쨌든, 이 “그대의 찬 손”이라는 아리아 하나만으로도 라 보엠은 들을만한 오페라죠. 제가 가진 iPod에 보면 노래 제목별로 모든 노래를 정렬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현재 4351곡이 들어있으니, 원하는 곡을 빨리 찾아서 듣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iPod의 클릭휠을 빨리 돌리면 영문의 경우에는 첫글자로 빠른 내비게이션이 가능한데 이 기능이 한글에서는 안통합니다. 한글 제목이 영문 제목보다 앞에 오니까 한글 제목을 가진 노래가 많을수록 영문 제목의 노래를 듣는 것은 힘든 일이 되는거죠. 생각해보니 그냥 iTunes에서 새로 재생목록을 만들면 되는거였군요. 이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 iPod에 들어있는 모든 ‘Che gelida manina’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루치오 탈리아비니, 호세 쿠라, 마리오 란자, 카를로 베르곤지, 엔리코 카루소, 그리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가 두 개, 이렇게 총 일곱 곡이 들어있습니다. 사실 집에 잘 찾아보면 ‘Che gelida manina’만 끝까지 틀어대는 시디가 분명 있는데, 아들 녀석이 시디 흩어놓기 신공을 시작한 이래로 원하는 시디를 찾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 된지 오래입니다.

탈리아비니… 제가 좋아하는 테너 중의 하나입니다. 그대의 찬손을 들어보면 소리 내지르기도 꽤 멋지게 잘 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의 작은 소리로만 기억을 하고 있죠.

호세 쿠라… 장단점이 분명한 테너입니다만 기본적으로 노래는 못하는 편입니다. 여러 가수들의 소리를 비교하며 듣다보니, 소리 자체는 참 좋지만, 노래에 대한 감각은 제일 평범한거 같네요.

마리오 란자… 진짜 오페라 무대에 서 본 적이 없는 트럭 운전수 출신의 가수지만 노래는 참 잘합니다.

카를로 베르곤지… 가끔은 이 분의 로돌포가 최고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노래도 참 잘합니다. 다만 노래 마지막 부분에서의 High C는 왠지 힘이 없게 들립니다.

엔리코 카루소… 최고의 테너임에는 분명합니다. 다만 이 노래에 관한 한 ‘음정 낮춰부르기’ 신공이 치명적인 결과를…

루치아노 파바로티… 제가 알기로 “Primo tenore”라는 음반에 실린 음원과 “King of the High C’s”에 실린 음원은 다른 음원입니다. 뒤의 것이 아마 유명한 카라얀과의 그 음반에 실린 음원일거구요, 전의 음원은 런던필하모닉과 녹음한 것입니다. (이게 아니라면 지적을 해 주십시오) 파바로티의 노래는 어느 것이든 최고지만,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단연 앞의 음원이 좋습니다. 그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High C 부분을 들으면서, “이 소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소리를 내준 파바로티가 고맙고, 이런 음악을 만든 푸치니가 고마웠습니다. 사람 소리가 이렇게 찬란하게 빛을 낼 수 있다는거… 참 멋진 일입니다. 누가 뭐래도 파바로티는 최고의 테너입니다. (물론 카루소는 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