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0년 May월

CCM 음반 가수 != 찬양 사역자

크리스천투데이에 실린 한 편의 글.

CCM 앨범을 막 낸 사람은 신인이 아니고 프로여야 한다는 말로 기사가 시작된다. (찬양 사역자에 대한 조언으로서 이 글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말해두고 시작하고 싶다.)

그러나 우선… 정확하게 용어를 정의하고 싶다. CCM은 Christian Contemporary Music의 줄임말이다. 컨템포러리라는 말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기독교 음악을 뜻하는 말이다. 기독교인에 의한, 기독교인을 위한, 어느 쪽이든 의미가 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CCM으로 분류되어지는 음반을 출시한 사람이 반드시 ‘찬양사역자’여야 할 필요는 없는것이다. ‘찬양사역’이라는 것이 중요하고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모든 기독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사역자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사역자로서 글쓴이가 가지고 있는 시야의 한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찬양사역자’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교회나 기독교 단체의 예배나 행사 때 찬양으로 섬기는 사람을 ‘찬양사역자’라고 부르는 것 같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무료로 봉사하는 것은 아니고 보통 사례비를 받게 된다. 나는 찬양사역자가 사례비를 받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프로 사역자라면 당연히 그에 걸맞는 합리적인 사례비를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 찬양사역이라는 일이 결국은 대중가수들이 행사 뛰는 것과 비슷핟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음반 판매를 통해 많은 수익을 얻기 힘든 현 상황에 있어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 좋은 음반을 내서 좋은 평가를 받는, 또는 인기가 있는 사람일수록 좋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면에서도 그렇다. 물론, 이렇게 말을 하면 사명감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찬양사역자들은 모욕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중가수들조차 자신의 음악적 완성을 위해서 행사 뛰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음악이든간에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 것은 존재 가치가 없다. 따라서 음악가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어줄 청중과 만나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다. 음반을 내는 것, 공연을 하는 것, 행사에 출연하는 것 그 모든 일들이 청중과 만나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청중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음악가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완성된 음악을 음반으로 내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좋은 CCM이란 좋은 음악이다. 그 안에 들어있는 메시지와 영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CCM을 만드는 사람 역시 음악가라는 말이다. 음악가는 자신이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자신만의 길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음악계가 발전하려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끊임없이 추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음반을 냈으면 프로답게 사역을 해야지’라는 점잖은 선의의 충고가 좋은 음악을 만드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주찬양 1집으로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CCM 음악을 듣는다고 들어왔고, 최근에는 나 역시 이해하기 힘든 음반들을 많이 만났었다.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음악적인 색깔이 없이 ‘되는대로’ 만든 음반들을 들으면 사실 시간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지곤 한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좋은 기독교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하고, 좋은 기독교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 역시 마련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역의 부담’을 덜 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CCM 음악이 성장할 수 있는 더 좋은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Turandot 음반 감상기 – 닐손/스테파노/프라이스/61년 빈 실황

바로 이 음반.

닐손의 투란도트와 디 스테파노의 칼라프라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조합. 게다가 레온타인 프라이스의 류를 들을 수 있다. 지휘는 Molinari-Pradelli가 맡았는데, 이 지휘자가 카라얀이나 세라핀 같은 특급 지휘자는 아니지만 5-60년대의 시대를 풍미하던 많은 가수들을 데리고 많은 음반을 남긴 것을 보면 오페라에 있어 특별한 실력을 발휘하던 지휘자임은 분명하다. (10년 전 페라하에서 활동하던 당시에 나를 포함한 많은 동호회 회원들에게 이 지휘자는 Erede나 Votto 같은 지휘자와 함께 “훌륭한 가수들을 등용하여 평범한 레코딩을 남긴 지휘자” 중의 하나로 평가받곤 했는데, 지금은 사실 그렇게 저평가될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 정도의 진용에 빈 슈타츠오퍼라면 매우 훌륭한 진용이 아닐 수 없다.

레온타인 프라이스의 류는 여러 명의 류 중에서도 단연 상위에 놓을 수 있을만큼 훌륭하기 그지없다. 메트 실황 영상의 레오나 미첼과 더불어 가장 류 다운 노래를 불러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

디 스테파노의 칼라프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보인다. 실황 녹음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음반에서 스테파노는 등장 순간부터 상당히 강하게 노래를 부르며, 끝까지 이런 기조를 유지한다. 낭랑한 (전형적인 리릭 테너의) 목소리로 50년대 칼라스와 함께 기적적인 레코딩들을 여럿 남기고, 60년대에 드라마틱 테너로 전향을 하는 중간기라고도 볼 수 있는 61년도의 레코딩이기도 하고, 칼라프가 워낙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야 하는 어려운 역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출중한 결과물을 남긴 스테파노인만큼 전반적으로는 칼라프 역시 열정적으로 잘 소화해 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스테파노의 최대 약점은 고음 영역에서 공명되지 않은 소리를 쥐어짜는 듯한 느낌으로 부른다는 점인데 (이 부분에 대해 파바로티는, 자신이 스테파노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에게 ‘이런 식으로 노래를 부르다가는 오래 노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충고를 했다고 한다), 칼라프를 부를 때 고음은 그의 영웅적인 면모를 과시해야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만큼 풍성하고 강력한 고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분명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투란도트 전체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수수께끼는 셋, 삶은 하나” 부분에서 그의 하이 C는 사실 좀 듣기 괴로울 정도이다. 코렐리나 파바로티의 작렬하는 짜릿한 하이 C가 그리워진다. 그러나, 전반적인 면에서 스테파노는 대단히 훌륭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으므로, 그의 고음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도밍고의 삑사리도 용서받지 않았는가!) 이 음반을 듣고 매우 만족할 것이 틀림없다.

사실 이 음반을 들으면서 스테파노와 가장 많이 비교하게 된 가수는 바로 호세 카레라스이다. 카레라스는 한때 “스테파노의 재래”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니, 두 가수는 비슷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클래식의 리뷰에서 황지원씨는 카레라스를 “신비한 면을 가진 칼라프 왕자로서 제격”이라는 평가를 한 적이 있다. 이 음반의 스테파노는 이런 면에서 보면 “신비함” 보다는 “열정”을 떠올리게 되는 연주를 해 주고 있으며, 카레라스의 진지함이 음반 쪽에 더 어울린다면 스테파노의 열정은 연주회장을 뜨겁게 달굴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음반의 백미는 타이틀롤을 맡은 비르지트 닐손이다. 그녀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투란도트로 알려져 있지만, 최소한 내게는 그녀의 다른 음반들에서의 노래가 그 정도로 뛰어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 음반에서의 닐손은 다른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투란도트들 (심지어 자신의 다른 녹음들)을 간단하게 뛰어넘는다. 첫 등장에서부터 그녀의 소리는 간단하게 모든 극장을 채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마치 “이제 이 오페라가 시작됩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고음에서의 충만한 기백은 말할 것도 없고, 저음에서조차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실황에서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잉게 보르크, 조운 서덜랜드, 카티아 리치아렐리, 몽세라 카바예, 에바 마튼 등 투란도트로서 뛰어난 녹음을 남겼거나 좋은 실황 영상물을 남겼던 어느 소프라노도 이렇게 완벽한 투란도트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 한 목소리 하는 레온타인 프라이스마저 그녀와 함께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그저 불쌍한 노예일 뿐이다.

이 음반의 맨 뒷편에는 스테파노의 아리아가 몇 개 실려 있다. 이 음반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구매의 포인트는 역시 스테파노라는 뜻일게다. 스테파노의 칼라프는 이 음반을 포함하여 둘 뿐인데, 나머지 하나는 AM 라디오를 훌륭한 음질로 생각하게 해 주는 극악의 음질로 유명한 만큼 이 음반의 홍보 포인트는 스테파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음반을 모두 듣고 난 후에는 생각이 확 바뀌게 될 것이다. 이 음반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래야 하는 대로) 바로 투란도트 역의 비르지트 닐손이기 때문이다. 닐손 이후 많은 가수들이 이 역에 도전해 왔고 일부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과연 이 음반에서 보여준 닐손의 모습을 능가할 수 있는, 아니 이와 비슷한 정도의 성과만이라도 거둘 수 있는 가수가 나올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