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도의 베토벤 교향곡 9번 DVD 감상

지난번 중국 방문 때 DVD 세트를 하나 구매했다. 물론 싸구려 복제품이 아니고 정품이었다. 아바도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이 다섯장의 DVD에 나뉘어 실려 있는 (한 장은 아바도 인터뷰가 실려있다) 이 시리즈는 유로아츠가 제작한 것으로 우리 돈으로 약 2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보이는대로 집었기 때문에, 사고 나서 한참 후에야 이 DVD가 PAL 방식으로 제작되어서 집의 DVD 플레이어에서 볼 수 없다느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맥북에서 보면서, 좋은 사운드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컴퓨터에서만 보더라도 정품 DVD 다섯장, 그것도 아바도의 베토벤 실황이라면 나름대로 성공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오늘은 그 첫번째로 9번을 감상했다.

첫 악장에서부터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와의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밖에는 할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고, 특히나 베토벤 9번 교향곡은 찾아서 들을 정도로 많이 듣는 편이었는데, 이 연주는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9번, 아니 어떤 관현악곡보다도 감동적인 것이었다.

물론 모든 면에서 만족하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독창자에 대한 약간의 불만 (토마스 모저 이야기이다) 그리고 합창단이 처음 등장할 때의 풀어진 긴장감 같은 것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이 감동적인 연주의 가치를 훼손할 만큼은 절대 아니었다.

1악장에서부터 감동을 가져오던 연주는 2악장의 당당함, 3악장의 유장함을 거쳐서 4악장으로 넘어갈 때는 거의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 정도였다. 전반적으로 실황이어서인지 약간 템포가 빠르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이런 빠른 템포에서도 거의 모든 악기군이 일사분란하고 명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역시 BPO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피날레만큼은 좀더 장대하고 느리게 표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주를 마치고 난 아바도를 보면서 저절로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실황에서의 엄청난 박수가 이날 이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린 사람들의 기쁨을 보여주고 있거니와, 이런 연주를 듣고서도 앉아서 차분하게 박수를 칠 수 있는 독일 사람들은 나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아마존에서 이 DVD 정보를 찾아봤는데, 이 아바도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 DVD에 대한 아마존 고객평가는 별 다섯개로 되어 있었고, 대체적으로는 9번과 3번 모두가 뛰어난 연주라고 평하고 있었다.

황영훈님의 베토벤 교향곡 관련 글은 아마도 내가 평생 들을 수 없을 만큼의 베토벤 음반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는 유명한 글인데, 여기서 아바도의 베토벤은 유연하고 세련된 베토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9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7번 4악장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나타나 있다. 고클래식에서도 아바도의 DVD 중 7번 4악장에 대한 칭찬이 많은 것을 보면, 다음 감상은 7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