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31.01.2008 No Comments

    분자설계연구소에서는 Asia Hub for e-Drug Discovery (AHeDD)라는 프로젝트를 2005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e-Drug DIscovery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한중일 3국의 연구기관들이 허브를 형성하여 협력 연구 및 교육 등의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2005년과 2006년에 한국에서 워크샵 및 심포지움을 가졌으며, 2007년에는 중국에서 두번째 심포지움을 열었고 2008년에는 일본에서 세번째 심포지움이 열릴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실무를 담당하면서 중국 및 일본 사람들과 일을 많이 진행하게 되었고, 한중일 3국이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자주 깨닫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일정에 관한 상세한 브리핑을 얻기를 원한다. 가능한 한 일찍, 가능한 한 자세하게 세부 내용까지 알려주어야 편안하게 느낄 것이다. 반면 중국 사람들은 미리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을 그리 원하지 않는 듯 하다. 이것은 한국으로 초대를 할 때뿐 아니라 우리가 방문을 할 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방문을 하게 되면 모든 세부 일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반면, 중국 사람들은 일절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게 해 준다. 음식의 경우만 해도 중국 방문 기간 동안은 음식 메뉴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미리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제공된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가면 이미 주문된 메뉴가 나오는 식이다.

    식사의 경우, 한국에서는 연구비에서 일부 식사비를 집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보통 회의비라는 항목에서 처리를 하게 되는데, 액수에 제한이 있고 주류는 불가하다는 점이 있지만, 어쨌든 많은 경우 연구비에서 대부분의 돈을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연구비로 회식을 하면 식구들을 모두 불러다가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이에 대한 규정이 까다롭지 않다는 뜻일게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연구비로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인들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대접하는 비싼 요리들을 꽤나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을 때 얼마를 넣건 무조건 거스름돈이 나온다고 한다. 누군가가 큰 돈을 넣고 두 잔을 뽑는 일이란게 아예 없기 때문이라는거다. 그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것은 자신이 책임지는 문화다보니, 많이 얻어먹으면 그만큼 많이 갚아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될 것이고, 일본에서 누군가를 한국이나 중국에서처럼 접대하려면 그야말로 등골이 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런 차이점들은 내가 겪은 일부의 경험으로부터 생각한 것이므로 모든 일본인과 중국인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또 세부적인 사실에서는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있다면 꼭 알려주시라!). 그러나, 한중일이 가깝게 생각되는만큼 서로 다른 점도 많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다른 점들을 받아들이고 편하게 인정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협력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다른 점들을 편한하게 받아들이려면 역시나 많은 교류와 경험이 꼭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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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 05.05.2007 No Comments

    올해의 스물 일곱번째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다.

    이 책은 읽기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좀 힘들었는데, 왠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가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거의 중단 없이 두세번 만에 모두 읽어버리고 말았다.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현재 일본의 1,000엔짜리 지폐를 장식하고 있고 일본인의 정신적인 지주라고까지 이야기되고 있다고 하고, 그의 작품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것이 이 작품이라고 하는 만큼, 일본인들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해 본다면, 재산 문제 때문에 자신을 배반하는 작은 아버지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들은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신 때문에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친구 때문에 나 역시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다는 생각을 더해서 결국은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선생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책의 선전 문구에 나오는 인간의 ‘에고이즘’과 죄의식의 작용을 치밀하게 묘파해 낸 문제작이라는 말이 어울리기에는 (지금의 내 눈으로 보기에는) 치열함과 당위성이 좀 부족해 보인다.

    자유와 에고를 획득한 댓가로서 맛보지 않으면 안되는 현대인의 고독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말에도 그닥 공감이 가지 않는다.

    죄의식의 문제를 다룬 문학 작품들은 꽤 여러 가지가 있고, 어떤 면에서 인간의 이런 본성에 대한 고찰은 이미 수천년 전부터 다루어져온 주제이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돈 때문에 조카를 멀리하는 작은 아버지의 모습 정도에서 이끌어낸다고 하는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치기 어린 일인 것 처럼 보이는데다가, 별 일도 아닐 수 있는 문제 때문에 굳이 자살을 선택하는 친구 K군, 그리고 그 친구를 보면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살을 택하는 선생님 역시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치기 어린 행동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메이지 시대의 종말’ 즉 천황의 죽음과 자신(및 자신의 시대)의 죽음을 동일시하는 부분에서는 일종의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의 결론이 결국 죽음밖에 없다는 것은, 치열하게 삶에 대한 고민을 해 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는 치열함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정립한 사람들에게는 비겁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릇 지킬만한 모든 것보다 마음을 지키라

    지킬만한 것이 많이 있겠지만 마음을 지키는 것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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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 28.02.2007 No Comments

    올해 읽은 열 여섯번째 책은 공중그네이다. 일본 소설을 별로 읽어보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는 일본 소설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짧은 다섯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현대인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모습을 극복하는 길은 무엇인지를 재미있는 유머로 풀어내고 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면 무엇을 하든 진심으로, 그리고 정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잔꾀를 부리고 가끔은 양심을 속이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런 것들이 사람의 영혼을 좀먹고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무엇을 하든 주께 하듯 하라고 말씀을 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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