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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정리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들…

우선 The Case Against Everything Buckets라는 제목의 글을 보자. 여기서 Everything Bucket이라는 것은 Alex Payne의 정의에 의하면, 어떤 데이터든 일단 던져놓고 나중에 정리를 하든 검색을 하든 하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을 말한다. 내가 쓰고 있는 EagleFiler를 비롯해서 Yojimbo, Together, ShoveBox, Evernote, DevonThink 같은 프로그램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내 생각에 Evernote는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아닌 것 같고, EagleFiler를 빼먹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의인 것 같지는 않다. 뭐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 패스!)

Alex가 이런 프로그램들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적은 것을 요약하면 대강 다음과 같다.

  • 컴퓨터는 조직화된 데이터를 좋아한다.
  • 파일 시스템만으로도 이런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다.
  • 검색을 잘 하려면 인덱싱을 해야 한다.
  • 한 가지 기능이라도 잘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쓰는 것이 (여러 가지 기능을 가졌지만 별로인 프로그램을 쓰는 것보다) 좋다.

이 내용에 대한 반박글을 Dan Grover의 글에서 찾을 수 있다. 긴 글이지만 정리해 보면 간단하다.

  • 컴퓨터에게 쉬운 것보다는 사용자에게 쉬운게 낫다.
  • 파일 시스템은 안 좋다.

내가 데이터를 정리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데이터 정리 방법이라는 글에서 적은 바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 또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내 견해는 Dan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사실, 모든 데이터가 충분한 메타데이터를 가지도록 강요하는 프로그램만을 사용하고 있다면, Alex의 말대로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이 주로 다루는 데이터에 대해서야 노하우를 나름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게 있어서 논문은 굉장히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최소한 논문 데이터에 관해서는 나 나름대로 정리 방법을 가지고 있다. 논문을 읽고 나중에 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도 EagleFiler에 던져넣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건 이 데이터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내가 소상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외의 데이터들이다. 간단한 노트라던가 pdf 파일들, 웹 페이지 캡쳐들, 이런 데이터들은 명확한 방식을 가지고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구조화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그래도 저장은 하고 나중에 참고라도 해야 하니 그냥 이것저것 태그를 붙여놓고 잊어버리는 것이다. 언젠가 필요해지면 그 때는 검색을 통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말이다.

이런 방식은 사실 굉장히 심리적인 이점이 있다. 모든 데이터를 구조화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인 부감감을 줄 수 있고, 때로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일 수 있다. 적당히 어딘가에 던져놓고, ‘필요해지면 찾지 뭐’라고 쿨하게 생각해 버리면 마음이 편하다는거다. 사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내가 편하자고 하는 것인데, 컴퓨터가 일을 잘 하게 해 주려고 내가 고생해야 할 필요는 없는거다. 내가 편하게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가 고생하는 것이 더 이치에 맞다. 최소한 내게는 그렇다.

그런 이유로 인해서 나는 이른바 Everything Buckets라는 종류의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즐겁게 사용할 것이다.

맥용 프로그램 번역

한국에는 맥 사용자가 매우 적은 편이다. 인터넷 뱅킹도 안되고 쇼핑몰에서 구매도 안되고 등등 윈도우가 아니면 안되는게 너무 많은 것이 그 원인이다 (심지어는 이번에 유가환급금 같은 경우에도 맥에서는 당연히 안된다!). 가뜩이나 인구수도 적은 편인데 맥 사용자의 비율이 더욱 낮다보니 실제 맥 사용자의 수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무지하게 적다고 생각된다.

덕분에 한국의 맥 사용자들이 괴로움을 겪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프로그램의 한글화이다. 아무래도 한글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을텐데, 많은 맥 전용 프로그램들이 한글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이 한글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맥 사용자의 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EagleFiler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종류의 자료들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인데 내가 맥에서 가장 애용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걸 쓰다보니 한글로 되어 있는 인터페이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C-Command Software의 Michael Tsai에게 메일을 보내서, 한글로 번역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2007년 후반부터 시작한 번역을 1.4 베타가 준비되고 있는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사실 처음 한 번이 시간 걸리는 일일 뿐, 다음부터는 변경되는 부분에 대한 번역만 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시간을 뺏기는 일이 아니다.

그러다가 C-Command Software의 또 하나의 프로그램인 SpamSieve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베이지안 통계를 이용하는 스팸 필터 프로그램으로서 맥에서 작동되는 많은 메일 클라이언트와 결합해서 스팸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애플 메일 프로그램 자체도 학습 기능이 있어서 오랜 시간 사용하면 스팸을 잘 걸러주긴 하는데, 홈페이지에서는 SpamSieve가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스팸을 잘 걸러준다는 말이 있었다. 이걸 사용을 해 보기로 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스팸 메일과 정상 메일들을 이용해서 학습을 해 주었다. 가끔씩 이전에 보지 못하던 스팸이 오는 경우에 이걸 스팸이 아닌걸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false positive가 없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어나 중국어를 포함해서 11개 국어로 번역되어 있는데 한국어는 역시(!)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제작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SpamSieve를 써보니 참 인상적이어서 번역을 하고 싶다. 당장 구매는 어렵겠지만 곧 구매를 하겠다’는 요지의 메일이었다. 그러자 Michael Tsai는 바로 메일을 보내서 라이센스를 줬다. $30이니 지금 환율이면 4만원짜리 프로그램을 그냥 준 것이다. 사실 개발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언어로 번역을 할 수 있는 가치에 비하면 $30 정도의 라이센스가 아까운 것은 아닐 것이다. 나로서는 짧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프로그램의 정식 라이센스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외국어 지원을 추가할 수 있는 일이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은 내가 지금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쓰고 있는 블로그 툴인 ecto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났다. ecto의 경우에는 내가 번역을 자원했고, 몇 명의 자원자들이 이걸 도와주기로 했는데 제작자가 나를 제외하고도 다섯개의 정식 라이센스를 보내줘서 애플포럼의 여러 자원자들에게 라이센스를 나눠주었다. 사실 제작자에게 번역을 보낸 이후에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있어서 EagleFiler나 SpamSieve의 경우처럼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는 점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정식 라이센스를 받아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중에 제작자로부터 번역과 관련된 요청이 오면 성실하게 답을 주고 도와주면 되는 일이니까.

(얼마 전에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SmileOnMyMacTextExpander 프로그램을 번역하겠다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이 경우에 SmileOnMyMac에서는 ‘자신들은 번역 뿐만 아니라 사용자 지원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에게 일을 맡기고 싶다’는 요지의 답변을 보냈기 때문에,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는 답장을 보내고 포기를 했다.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Typinator 같은 프로그램 쪽으로 도전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유사한 기능을 하는 freeware인 RapidoWrite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해서, 여기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래 전에 KDE에서 돌아가는 Sword 기반의 성경 프로그램인 BibleTime 인터페이스를 번역한 이후에 roundcube webmail도 번역을 한 적이 있고, 맥에서는 위에 언급한 것 외에 그래픽 뷰어 프로그램인 JustLooking, 그리고 다른 몇몇 프로그램에서는 주도적으로 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번역에 참여를 한 일이 있다. 그냥 시간을 아주 조금 투자하는 것 뿐인데, 이런 투자들이 모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나름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런 노력의 대가로서 정식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데이터 정리 방법

컴퓨터에 있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Hongiiv님의 블로그 포스트를 읽고 간단하게 댓글을 남기려다가,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따로 포스팅을 한다.

첫째. 폴더 구조를 통한 정리법

파일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것을 구조화된 폴더에 넣는 것은 가장 직관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파일을 정리하게 되면, 누구보다도 파일을 관리하는 자신이 전체 데이터의 구조와 정렬 등을 책임지게 되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 데이터를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이 없을 수는 없는 법. 이렇게 의미를 기준으로 정리를 하다보면 정리 기준이 바뀌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A라는 제목으로 분류를 하던 데이터인데, 이 쪽의 데이터를 많이 다루다보니 A만으로는 부족하게 되어 A-1, A-2, … 등으로 나누고 싶어지게 된다. 뭐 데이터 개수가 적을 때는 그런대로 이렇게 분류를 쪼개는 것으로도 유지를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분류라는 것이 항상 hierachy를 정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논문을 읽었는데, 이건 화학에도 들어가고 생물학에도 들어간다면 이건 "화학" 폴더에 넣어야 하는지 아니면 "생물학" 폴더에 넣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고민이 많아진다는 것은, 애초에 결정했던 분류 기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애초에 데이터라는 것이 이렇게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모든 파일에 내용을 반영한 적절한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파일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정보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한 종류의 파일에서는 이 전략이 적절하지만 다른 종류의 파일에 대해서는 이 전략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태그+검색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태그와 검색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파일에 적절한 태그를 붙여놓고 이 태그를 기반으로 검색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맥OS에서는 스마트폴더라는 이름으로 구현이 되어 있다.

사실 윈도우에서 가장 불편한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태그+검색 기능을 잘 활용할 수 없다는데 있다.

물론 이 방법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라면 역시 상황에 맞는 적절한 태그를 달아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태그는 서로 다른 수준의 표현을 동시에 쓸 수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파일에 작성자, 내용, 출처, 날짜, 분류 등 상이한 수준의 정보를 태그로 넣을 수 있다) 폴더를 통한 분류보다는 더욱 현실적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 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태그를 다는 것이 편하고, 검색을 하는 것은 더욱 편해야 한다는 점이다. 검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파일 시스템이 아닌 경우라면, 전체 하드 디스크를 검색하는 것은 시스템에 큰 무리를 주는 일일 수 있다. 또, 검색 엔진이 내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태그를 붙이나마나 한 일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에 나오고 있는 데스크탑 검색 엔진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동작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불편한 일이기는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셋째. 나의 전략

맥을 구입하기 전에 사용하던 방식은 파일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논문 관련 pdf는 Endnote에서, 그림 파일은 피카사에서, 문서 파일은 폴더에 나누어서 정리, 프리젠테이션 파일은 날짜와 제목을 적어서 한 폴더에 몰아넣기 뭐 이런 식이었다.

이제 맥으로 전향한 후에는 방법이 거의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EagleFiler이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종류의 파일에 태그를 붙이고 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 사용하는 프로그램 중에는 DevonThink, Yojimbo, Evernote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중에서 DevonThink같은 경우에는 추론 엔진을 가지고 있어서,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데이터 간의 연관 관계까지 파악해준다고 한다) 내 컴퓨터의 문서 폴더에는 교회, 개인, 연구 정도의 폴더가 있고, 필요에 따라 많은 파일을 써야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따로 폴더를 만들기도 한다. 바로 지울 수 있는 파일이 아니라면 다 EagleFiler에 넣고 간단한 태그들을 붙여놓는다. 이렇게 하면 EagleFiler는 파일을 자신의 디렉토리에 옮겨서 정리를 한다. 원본 데이터가 지워지더라도 백업본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신 하드디스크를 더 쓰는거지만) 최근에는 Leap이라는 프로그램이 매우 좋을 것 같아서 구입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이메일의 경우에는 이메일 파산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MailTags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태그를 붙여놓고, 필요없는 메일은 Inbox에서 다른 폴더로 바로 옮겨놓는다.

논문의 경우에는 BibDesk + Yep의 조합으로 하고 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이 포스트에서…

넷째. 진짜 중요한 데이터인가

이사를 하거나 회사에서 자리를 옮기거나 하는 경우에 물품들을 정리하게 된다. 많은 경우, 이럴 때 뭔가를 많이 버리지 않으면 온갖 짐들은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는다. 이렇게 늘어난 잡동사니들은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그래서 내가 관리하고 있는 파일이 정말 오랫동안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항상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와 하는 경우가 섞이게 되면 도리어 더욱 정신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이 진행되는 순서, 혹은 개인의 업무 플로우를 수정할 필요가 생긴다.

데이비드 알렌의 GTD는 이런 면에서도 큰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GTD에서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모든 stuff를 모으는 큰 수집함이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바로 처리 가능한지를 판단해서 가능하면 바로 하고, 가능하지 않으면 미루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점이다. 파일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뭔가를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루어 두던지, 다른 사람에게 보내던지, 아니면 삭제를 하던지, 혹은 참고자료로 분류해서 깊숙이 넣어두던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국, 효율적인 데이터의 정리라는 것은 다음 요소들의 결합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1. 일을 뒤로 미루지 않는 부지런함
  2. 빠짐없이 파일을 수집하고 분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반드시 컴퓨터 프로그램일 필요는 없다!)
  3.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
  4. 일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끈기

이 네 가지 요소가 잘 결합된다면 파일(을 포함한 여러 업무들까지)을 잘 관리하게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agleFiler

EagleFiler. 맥용 프로그램. 뭐라고 딱히 정의하기가 힘든 프로그램이다. 윈도우에서는 이런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맥용 소프트웨어들과 비교를 하자면 YojimboDevonThink류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맥에서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파일, 이메일 메시지, 노트, 웹 페이지 등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세 종류의 프로그램을 모두 trial 기간 동안 사용해 보고 비교한 후에 EagleFiler를 구매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기능은 대체로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수집 기능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든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선은 시스템 전체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핫키가 있어야 하겠고, 많은 프로그램들의 다양한 포맷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EagleFilerYojimboDevonThink에 비해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Journler의 drop box와 비슷한 Drop Pad라는 것을 지원하는데, 어떤 것이든 일단 끌어다 놓으면 바로 엔트리로 등록을 해 준다. Yojimbo의 경우에는 화면 오른쪽 중앙에 탭을 만들어줘서 이걸 클릭하면 drag&drop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도록 되어 있다. 반면 Journler는 바탕화면에 폴더 링크를 만들어놓은 상태이다. EagleFiler의 Drop Pad는 별도의 작은 윈도우이기 때문에 위치 변경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Cmd+H 키로 창을 숨기는 경우에는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Yojimbo의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EagleFiler의 핫키인 F1이 대부분의 경우에 잘 동작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Drop Pad의 활용도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정보 수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EagleFiler는 자체 노트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점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나는 Journler를 노트로 사용하고 있고, 여기에서 import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두번째는 정리 기능이다. 수집된 정보들을 분류하고 저장하고 직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EagleFiler는 데이터의 정리를 위해 태그를 사용하고 있다. 맥에서 데이터 정리를 할 때 태그를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기는 한데, spotlight comment를 이용하는 방식은 좀 입력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TagBot, SpotMeta 등의 프로그램이 사용될 수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을 사용해 본 결과 TagBot이 가장 마음에 들었었다. 그런데, TagBot은 무료 버전의 경우 6개까지만 태그를 쓸 수 있고 그 이상의 태그를 쓰려면 유료 버전을 구입해야 한다. 구입 방법이 오직 프로그램 내에서 제공하는 LicenseBot이라는 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내 경우에는 이것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구매를 할 수가 없었다. EagleFilerTagBot은 함께 잘 동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TagBot으로 태그를 붙여놓은 경우에 이것을 EagleFiler로 불러들이면 태그가 잘 보존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단 EagleFiler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태그 기능을 이용하면 자료 정리를 잘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스마트 폴더를 아직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것은 거의 1년간 TODO 리스트에 올라있는 것인만큼 곧 제공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분간은 여러 개의 태그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스마트 폴더를 흉내낼 수는 있을 것이다.

세번째는 검색 기능이다. 사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검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의 용량과 갯수가 머리로 관리할 수 있는 정도를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에, 모든 파일에 대해 쉽게 검색하고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데스크톱 검색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데스크톱 검색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일부 형식의 파일을 기계적으로 파싱해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과, 사용자가 직접 넣은 정보를 토대로 관리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어쨌든 사용자가 자신에게 가장 맞는 정보를 입력하고 그것을 이용해 검색하는 것이 가장 유용한 검색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Spotlight, 그리고 구글 데스크톱 검색이 모두 유용한 검색법이지만 잘 정리된 EagleFiler 라이브러리에 비할 바는 아니다.

추가적으로, DevonThink의 경우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자료 간의 관계를 찾아주는 기능이 있고,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 다만, 이런 부분은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된 상황에서야 힘을 발휘하는 것이니만큼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EagleFiler는 그런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개발자가 매우 빠르게 지원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다. 처음 EagleFiler를 사용할 때, 한글 상위에서 F1 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에러가 있었는데, 제작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몇 번의 테스트를 통해, 그것이 한글 상위에서만 발생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영문 상위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EagleFiler가 여러 개의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을텐데, 나로서는 그냥 한 개의 라이브러리만을 사용하고 있는터라, 이것이 어떤 경우에 장점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또하나의 장점은, 이 프로그램이 이메일 저장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적절한 이메일 백업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지만, 적당한 것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나름대로 이런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Yojimbo와의 차별성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MailTags를 사용한다면 (이걸 구매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서 넣은 모든 태그들을 잘 보존해 주기 때문에 나름대로 꽤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이메일 저장 형식은 mbox 이기 때문에 개별 메일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합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물론 저장이라는 측면에서는 표준적인 mbox 형식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EagleFilerDevonThink의 강력한 기능은 필요하지 않으면서 유용한 자료 관리 툴이 필요한 경우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재주많은 프로그램이다. 별 다섯개 만점에 네개 반을 주고 싶다. (반개가 모자란 이유는 스마트 폴더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 폴더를 지원하는 순간 별 다섯개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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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파산?

처음 이메일을 사용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로 몇 번의 이메일 관련 변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받아오던 이메일들을 MS 오피스 아웃룩의 pst 파일로 저장해 두었다가 복구하지 못하는 사고가 있었던 이후로는 두 군데에 메일을 저장하고 있다. 모두 POP3 계정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단 연구소 개인 컴퓨터에서는 Thunerbird를 이용하고 있고, 노트북에서는 애플 메일을 쓰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가장 훌륭한 이메일 프로그램에 속하기 때문에 기능적인 면 뿐만 아니라 어떤 측면에서도 별 불편함이 없다. 다만 Thunderbird에서는 Inbox를 계정마다 따로 만들어둔 덕분에 전체 메시지에서 특정 메일을 찾으려면 여러번 검색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물론 이런 불편함은 구글 데스크탑 검색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애플 메일에서는 모든 계정을 하나의 Inbox에 받고 대신 여러 개의 스마트 폴더를 사용해서 관리할 수 있다. 선더버드에서는 규칙을 정해서 메일의 물리적인 위치가 움직이지만 애플 메일에서는 물리적인 위치의 변화 없이 정리된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그런데, Markdown을 만들기도 한 John Gruber의 블로그에서 Rethinking Email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 기사는 (어쩌면 인터넷 관련 서비스 중에서 가장 일상적이고 간단한) 이메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해 주었다.

우선 이메일과 관련해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그 절대적인 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거의 이메일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하루에 약 50여개 이상의 메일을 받고 있고, 이 중에서 자세히 읽고 답장을 하는 것은 보통 10여개, 나머지 중 절반 정도는 나중에 읽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이외의 메일은 거의 단 한 번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 보내주는 여러 가지 메일들은 메일 자체에는 특별한 정보가 없이 눈을 끄는 커다란 그림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팸을 제외하고 한 달에 1000개가 넘게 쌓이는 이메일, 이 이메일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면, 이런 이메일들을 단지 메일 프로그램만을 믿고 넣어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 백업했던 pst 파일을 날려본 경험이 있는터라 언제든 이메일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구글의 지메일은 이에 대해 아주 현명한 해결책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큰 저장공간, 호스팅 서버에 저장이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용량 문제로 압박을 받지 않고, 안전한 서버에 보관되며 잘 검색할 수 있다면 문제될게 없다는 뜻. 게다가 지메일에서는 보관(Archive)이라는 메뉴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굳이 메일을 읽지 않고도 눈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만약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언젠가 검색을 통해서 꺼내보게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 번도 읽지 않은채로 영원히 보관만 되어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현명한 백업이다. 이메일은 매우 간단한 프로토콜에 의해 운영되지만, 그 파일 형식 등은 생각보다 꽤 복잡한 상황이다. 주요한 메일 프로그램들끼리 데이터가 호환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호환이 된다고 해도 개별 메시지를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을 뿐이므로 수천개의 메일을 다루어야 하는 경우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메일 백업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맥에서라면 MailStewrad라던가 EagleFiler, 혹은 DevonThink를 이용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백업 프로그램이든 자체적인 검색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면 (혹은 구글 데스크탑 검색이나 Spotlight와 연동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편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프로그램은 모두 훌륭한 검색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세번째는 Inbox Zero라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모든 메일들을 정해진 규칙을 통해 다른 폴더로 이동시키고 Inbox에는 쌓아두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받은지 하루가 지난 메일은 Archive라는 폴더로 옮기는 정도의 필터는 어느 메일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만들어서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 두면, Inbox에 생기는 문제로 인해 메일을 날리는 사건은 겪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Inbox는 가장 빈번하게 업데이트되므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가장 높을 수 밖에 없다) 사실 모든 메일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모든 메일이 답장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메일을 Inbox에 넣어두고 있는 것 보다는 일단 모든 메일을 다른 폴더에 옮겨두고 정말 중요한 것만 처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강력한 검색 기능은 폴더의 구별을 간단하게 극복할 수 있으니까.

잘 생각해 보니 이 방식은 GTD와도 큰 연관성이 있어보인다. 결국, 모든 메일을 보자마자 당장 처리해야 하는 것, 천천히 봐도 되는 것, 안봐도 상관 없는 것 정도로 구분해서 따로 넣어두는 것이다. 이걸 시스템적으로 잘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모든 메일을 다른 폴더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상당부분 이런 의미를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법들을 잘 실행하게 된다면 이메일 파산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