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반향 없는) 브런치에 글 쓰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주소는 https://brunch.co.kr/@lordmiss 이다. 사실 이 블로그에 쓰는 글들을 다시 발행하는 것이 불과하기 때문에 블로그에 비해 더 많은 내용은 없다.
지금까지 40개의 글을 발행했다. 어차피 블로그에 쓰는걸 굳이 다시 브런치에 올릴 이유가 별로 없긴 한데, 매주마다 꾸준히 한 편이라도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을 했다. 그저 좀더 부지런해지기 위해서였다고나 할까.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오래전부터 써 놓았던 글들이 좀 있으니 그냥 브런치에 옮겨놓은 후에 매주 발행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주제를 독서로 잡고 읽은 책들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원래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났다. 2019년에는 정확하게 170권의 책을 읽었고, 2020년에는 지금까지 대략 22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그저 내가 좋아서 읽는 것이니 읽을 책을 고르는데 특별히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감상문도 흥이 나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쓰지 않는 것이라 부담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고 일정 간격으로 발행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이제는 책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감상문을 쓰는 것까지 모든 부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책을 꽤 빠르게 읽는 편이고, 종이 책을 읽을 때도 밑줄을 치거나 여백에 무언가를 적는 행위를 꽤 싫어했다. 전자책은 밑줄을 치는데 좀더 귀찮음이 발생하고 읽다가 바로 무언가를 적는다는 것은 흐름을 깨는 일이 되기 때문에 더욱더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책을 자세하게 한 번 읽는 것보다는 빠르게 여러번 읽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런 이유로 여러 번 읽어야 전체 구조를 더 잘 파악하게 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더 많아진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뭔가를 적어야한다고 생각을 하니, 읽으면서 밑줄도 많이 쳐야 하고 생각도 중간 중간 정리를 해 두어야 잊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읽는 속도가 줄어들게 되고, 책을 고를 때도 무슨 내용을 적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자유로운 선택에 제한을 가하게 되는 것을 느낀다.
내가 지금까지 즐겁게 해 오던 일은 ‘책을 읽기’였다. 거기에 맞는 방식이 몸에 익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려고 생각한 일은 ‘책을 읽고 꾸준히 거기에 대한 글을 쓰기’이니 ‘책을 읽기’와는 다른 리듬감과 방식을 요구한다. 거기에 다시 한 번 적응을 해야 잘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바로 이런 부분에 있다. 아마추어는 하고 싶을 때 하면 되지만, 프로는 꾸준하게 해야한다. 아마추어는 잘 못해도 별 문제가 없지만, 프로는 항상 잘 해야 한다. 아마추어는 열 번 해서 두세번만 잘 해도 기분 좋고 좋은 평가를 받지만 프로는 열 번 중에 한번만 실패해도 비난을 받는다.
물론 브런치에 글을 쓰고 발행한다고 해서 프로페셔널 작가가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프로페셔널이 되는 것의 필요 조건이다. 그 과정을 넘어설 수 있는 인내와 끈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를 잃지 않는 것, 잘 안되면 어떻게든 되게 만들려는 노력이 또다른 필요조건이다. 이런걸 다 갖추고 있으면 그제야 ‘재능이 있다’ 정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재능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뛰어난 한 부분이 있으면 그제서야 재능에 노력이 합쳐졌다는 말을 듣기 시작하고, 프로페셔널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미리 예상하기 힘든 우연적인 요소들이 많이 합쳐져야만 성공한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일에는 프로페셔널이 존재한다. 나도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누구 못지 않은 프로페셔널이고. 사실 직업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은 이런 성공한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프로페셔널이 되는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마련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내게 대단한 일은 아니고 뭔가 뚜렷한 목표가 있는 일도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자극이 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