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축하 받고 쓰는 이야기

지금 일하고 있는 스탠다임은 2015년에 시작되었으니 이제 5년이 된 젊은 회사다. 내가 2019년 6월에 입사했는데 나보다 뒤에 들어온 멤버가 꽤 많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작년 6월에 ’20명짜리 회사’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30명이고 올해도 꽤 많은 신규 입사자를 뽑을 예정이다.

빠르게 규모가 커지는 회사의 고민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나 체질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큰 어려움일 수 있는데, 최소한 내가 본 20명에서 30명까지의 성장에서는 회사의 문화가 바뀌지 않고 여러 가지 면에서 강화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오전 10:30 출근 오후 05:30 퇴근이라던지 아이맥 (또는 아이맥 프로) 지급 및 맥북/아이패드 프로 중 택1이라던지, 아니면 병가는 휴가 일수에 산입하지 않는다던지… 업무나 사내 복지 측면에서 파격적인 부분이 많이 있지만 (이 글 참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평적이고 일 중심적인 관계에 있다는 생각이다. 처음 입사할 때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였지 어떤 포지션에서 일할 것인가가 아니었다. 처우 협의를 할 때 나는 내 포지션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았고 회사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내 LinkedIn 페이지를 업데이트할 때 직급을 뭐라고 써야 하는지 고민을 좀 했다. 그래서 여기에는 그냥 Scientist라고 적었다. 나중에 동료들의 명함을 보니 대체적으로 Senior Scientist로 적고 있어서 명함에는 Senior Scientist라고 적었다. 실제로 경영진을 제외하면 사내에서 뭔가를 가지고 구분하는 일이 아예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뭐라고 적든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최근에 해외 출장을 가서 굉장히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LinkedIn에서도 많은 1촌을 맺게 되어서 다시 한 번 페이지를 업데이트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대로 Senior Scientist로 적는게 맞겠다 싶어서 그렇게 수정을 했다. 사실 수정을 한다고 한건데, LinkedIn 사이트에서는 이걸 승진으로 보고 Hanjo 님이 Standigm Senior Scientist(으)로 승진했습니다. 축하해주세요!라는 소식을 써 버린거다. 여기에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 주시고, 오늘은 전화까지 와서 “승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인사를 들었다.

사실 승진한게 아닌데 승진 축하를 받고 보니 (그것도 많은 외국 친구들을 포함해서) 축하해 주시는 분들에게 일일이 승진 아니라고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축하를 받고 승진한 척 하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회사에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을 하게 되었고 (사람 수는 늘고 있고 처음 조직 개편을 하는거니 당연하긴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에서 한 개의 팀을 맡게 되었다. 여전히 상하의 개념은 없지만, 좀더 중간관리자에 가까운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게 되었다는 면에서는 승진이라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참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