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lruby

언젠가 ruby-talk에 루비로 진행되는 화학 관련 프로젝트가 있는지 질문을 올린 적이 있었다. 사실 찾을만큼 찾아보고 어느 정도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올린 것이었고, 실제로 몇 개의 답변이 나오는 동안 bioruby 정도가 언급되었을 뿐 화학 관련 프로젝트는 없었다.

그런데 작년 말에 새로운 포스트가 올라와서 molruby라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한동안 이 답변을 못 보고 있다가 얼마 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svn으로 소스를 받아보니 revision number가 3이었다. 내용을 좀 살펴보니 mol 파일을 파싱하고 따라서 sdf 안에 들어있는 구조를 파싱하는데까지 되어 있고, sdf 안에 들어있는 데이터 필드를 파싱하는 부분은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이 부분을 만들고 약간의 통계 관련 내용을 추가해서 만들면 (물론 고리 인지, 토토머리즘 등 테스트해보지 못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좋은 프로젝트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간을 조�만 낼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이 부분을 만들어서 이 프로젝트에 기여를 해 볼텐데…

writely가 구글로…

여기서 볼 수 있는것처럼 writely가 구글에 넘어가게 되었다. (writely는 쉽게 말하면 인터넷 워드프로세서이다. 브라우저에서 문서를 작성하고 저장하고 공유하고, 또는 인터넷 문서로 혹은 블로그로 출판할 수 있다. 생각보다 굉장히 유용하고, 기존의 MS 워드 문서나 오픈오피스 문서를 바로 읽을 수 있고 또 이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아이디어 하나로 서비스를 만들어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던 회사의 입장에서는 구글이라는 강력한 회사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베타 사용자의 한사람으로서 writely가 구글 서비스의 하나가 된 것이 어떤 면에서는 다행일 수도 있다. Writely라는 서비스를 좋아하고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이 서비스가 더 향상되고 유용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이용 가능하면 좋겠다.

아쉬운 것은 (지메일이나 orkut과 조금 다르긴 해도) writely가 지금은 회원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메일이나 orkut은 베타이긴 했어도, 그리고 자기 스스로 가입을 할 수는 없어도 초대를 받으면 가입을 할 수 있었다. Writely는 현재 초대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언젠가는 가입 가능하게 바뀌겠지만, 팀에서 문서 공유용으로 writely를 쓰기 시작한터라 약간은 당황스러운게 사실이다. 뭐… 그래도 좀 기다리면 되겠지…

Rollando Villazon

한참 포스트 3테너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던 적이 있었다. 90년대말에서 2000년대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안, 그러니까 3테너 콘서트의 상업적인 성공과 음악적인 실패 이후에 이런 이야기가 많았고, 나 역시 3테너의 시대가 간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물론 2000년대에 보여주고 있는 도밍고의 놀라운 활동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

포스트 3테너로서 가장 많이 거론되던 사람들은 이미 정상에 올라있는 알라냐, 멋진 스핀토 음색만큼이나 특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호세 쿠라 등이 있었다. 사실 나는 호세 쿠라를 좋아해서 그가 낸 음반들은 거의 사 모을 정도였다. 쿠라의 음색은 도밍고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고음에서의 어택은 도밍고에 비해 훨씬 짜릿하고 힘이 있다. 부드러운 표현에 있어서는 도밍고에 한참 못미치지만, 멋진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은 이런 단점을 커버해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래만 놓고 보면 3테너에 못미친다고 볼 수 있다. 알라냐 역시 뛰어난 테너임에는 분명한데, 최소한 나에게는 3테너만큼의 어떤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테너가 바로 롤란도 비야손이다. 아쉽게도 비야손이 등장했을 때는 내가 CD를 더이상 사지 않게 된 때였기 때문에 그의 음반을 듣지 못한 나로서는 항상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고, 3테너의 후계자라는 소리도 그냥 상업적인 선전문구에 지나지 않을거라고 지레 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실시간 음악감상 사이트인 마이리슨에 비야손의 음반 두 개가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장 그의 이탈리아 아리아 모음집부터 들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의 프랑스 아리아 모음집을 듣고 있다. 이건 완전 대박이다!!

도대체 이런 테너의 음색을 이제야 듣게 되다니… 사실 음반 한 두장을 듣고 한 사람의 가수를 평가하는 것이 좀 빠른 것이기는 하지만, 비야손의 음반은 그가 차세대 테너의 선두주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노래의 시작은 도밍고를 연상시키는 진중한 소리여서 약간은 예상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표현이나 발성에서는 도밍고와 가장 가까운 듯 느껴지는데, 도밍고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던 고음 처리에 있어서는 도밍고보다 한수 위다. 게다가 음색 자체도 도밍고보다는 카레라스 쪽에 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른바 테리톤이라는 독특한 음성과는 다른 완전한 테너의 소리이다.

앞으로 이 테너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테너라면 현재 내가 알고 있는 한 현역 최고의 테너라는 이름을 붙여줘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Flock

Flock이라는 웹 브라우저가 있다. 모질라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브라우저로서 당연히 open source이고, firefox와 많은 부분 동일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다만 여기에 del.icio.usflickr같은 서비스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이 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가볍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가 이걸 처음 본건 아직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공개되기도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많은 시간이 지났고, 우연히 관련된 글을 보게 되어서 다시 다운을 받아보았다. 이 글도 flock에 있는 블로그 툴을 이용해서 올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또다른 비슷한 브라우저일 수도 있지만 (사실 리눅스에서도 epiphany와 같이 gecko 엔진을 기반으로 한 웹 브라우저가 여럿 있지만 firefox가 아니고 그걸 써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web2.0 어플리케이션들을 잘 지원하면서 가벼운 브라우저로 남을 수 있다면 (이게 바로 flock이 추구하는 바인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firefox보다도 이걸 주로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당연히 한글 문제도 있고 기능적인 차이, opera같은 브라우저와의 차별성 등 여러 요소들이 남아 있지만, 나름대로는 일정한 사용자층을 유지하면서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철도파업

철도노조에서 파업을 했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협상이 타결되어서 1~4호선까지는 문제가 없게 되었는데 국철과 KTX, 새마을호 등은 운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덕분에 오늘 아침에도 경인로는 차가 무지하게 막히는 모습이었고, 개봉역에서 전철을 탔는데, 전철은 완전히 사람으로 가득차서 기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아서 평소보다 15분정도 빨리 나왔는데 5분 정도 지각을 했을 뿐(!)이었다.

이상한 것은, 왜 TV 뉴스들에서는 파업의 원인이나 이유에 대한 분석 뉴스가 없냐는 것이다. 내가 본 뉴스들에서는 파업을 한다 내지는 그래서 어떤 불편이 우려된다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있을 뿐, 시청자들에게 파업의 원인이 뭐고, 어떻게 해결될 것이며, 또 어느 쪽에 더 잘못이 있는지 등등에 관한 해�은 전혀 해 주고 있지 않다. 그러니 뉴스 시간이 길 수가 없고, 24시간 뉴스를 한다는 YTN에서도 별다를게 없는 똑같은 뉴스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신문은 그나마 조금 나아서, 약간의 분석을 곁들이고 있지만 부족한 것은 역시나 매한가지이다.

파업도 좋고 다 좋은데, 중간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국민들이 알아야 바람직한 여론이 형성될 것 아닌가… 최소한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정도는 마련을 해 주어야 하는데, 아무리 뉴스를 보고 신문을 봐도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건지, 그리고 어느 쪽에서 잘못을 하고 있는건지,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건지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조차 할 수가 없다.

Being Drug Discoverer

신약 개발! 멋진 말이면서 한없이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 없긴 하겠지만, 신약 개발이라는 일이야말로 학문적 배경과 경제적 배경을 포함해서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협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경험이 중요한 일이 분명하다.

오늘 전임상 및 임상과 관련된 외국 CRO의 manager로부터 견적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전임상 진입을 위한 모든 필요 데이터를 in silico prediction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연구소로서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막연하게 논문으로만 알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견적의 형태로 보고, 각각의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사실상 국내에서 전임상을 완벽하게 해 줄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이런 경험은 돈을 주고서도 배울 수 없는 일이다.

csv – useful format

CSV – more useful than your average file format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formatting 해서 보여주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는 데이터를 csv 형식으로 주고, 보는 것은 유저가 알아서 보게 하는 것이 좋다 는 정도의 요지로 쓰여진 글이다.

이 글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 Graphviz 라는 프로그램을 배워봐야겠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쓰는 것 같고, 굉장히 파워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이 프로그램을 깔았다 지워버린 것이 한 서너번 된다. 쩝…)
  2. 모든 정보를 텍스트로 관리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sdf에 들어있는 많은 데이터들을 관리하는 것도 실질적으로는 csv 형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게 하면 분자 구조를 못보는 문제가 있지만, 구조만 가진 sdf 파일 안에 csv의 데이터를 쉽게 넣을 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사실 굳이 sdf 파일 안에 데이터를 우겨넣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분자의 구조 자체도 InCHI code를 잘 활용하면 csv에 넣지 못할 이유도 없긴 한데…

산골 마을의 삶

DSC02431 우리 어머니는 산골마을에서 나서 자라신 분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하면 학교를 가기 위해 그야말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1시간을 걸어야 하는 그런 산골에서 자라셨다.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송한리. 이게 바로 그 마을의 이름이다.

이 사진은 내가 2004년 8월에 찾아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근처에 집이라고는 하나 없고, 그저 이 사진에서 보이는 집이 유일한 집이었다. 차를 타고 꼬불꼬불 좁은 산길, 그것도 차 두대가 중간에서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지는 그런 길을 한참이나 올라서야 도착한 곳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집이 바로 우리 어머니가 사셨던 집 위치에 있는거라고 한다. 거기서 산골짜기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서 학교를 다니셨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기억하고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그야말로 지금은 아무도 다닐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완전한 첩첩산중이었다. 사람이 한 번도 밟은 적이 없는 하얀 눈을 밟아보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는 낭만일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의 우리 어머니에게는 그것이 가장 견디기 힘든 일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지금은 안흥도 찐빵으로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찐빵으로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또, 주천강이 바로 옆에 있어서 휴양림이며 펜션 단지로 개발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송한리는 옛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옛날보다 사람이 더 줄어서 이제는 거의 사람이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곳이 바로 우리의 고향이라는 사실은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자연이 사람을 키우고 먹인다는 간단한 이치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MayaChemTools

MayaChemTools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있다. GNU LGPL에 의해 배포되는 무료 프로그램으로서 perl로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원래 펄이라는 언어가 텍스트 프로세싱에 유용한 언어인데다 역사가 깊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라이브러리가 존재하는 것이 큰 강점이다. 루비가 깔끔하고 좋은 언어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라이브러리가 많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약점 중의 하나이다. (물론 이 약점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이 mayachemtools라는 프로그램을 찬찬히 뜯어보면 굉장히 멋진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sdf 파일과 csv, tsv 파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 아직까지 cheminformatics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sdf 파일의 내용을 일관적으로 관리하고 그 정보를 가공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sdf 파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게다가 cheminformatics 프로그램이 아닌 일반적인 실험 데이터들은 대부분 csv 형식으로 저장될 수 있기 때문에, 실험과 관련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csv 파일에 들어있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본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mayachemtools 이다. 그리고 이런 기능이 거의 텍스트 프로세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펄을 사용하는 것이 아주 적절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모든 데이터는 텍스트로 관리되어야 한다. 최근에 MS 오피스도 자체 포맷을 xml 형태로 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이런 것도 결국은 호환성이나 실용성을 따져보았을 때 텍스트로 관리하는 것이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용량의 면에서도 텍스트 파일을 gzip같은 알려진 압축 포맷으로 압축하여 보관하고, 프로그램에서 읽을 때 압축을 해제하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게 되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게다가 이런 압축과 압축 해제에 필요한 모든 루틴들은 거의 표준화되어 공개되고 있지 않은가…

최근에 ChIPS같은 cheminformatics database system 을 만드는 일에 참여를 하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적절하게 묶고 integration 함으로서 아주 좋은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게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밤에 듣는 비발디

비발디의 스타바트 마테르…

자극적인 모델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음반이 이런 음악을 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까지 느껴지는 음반이다.

거금을 들여서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해 마련한 파나소닉 CT-590을 가지고 다니면서 학교에 오고가는 두 시간 동안 음악을 듣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학교를 나오면서 플레이를 시작했다.. 저녁 시간의 학교는 조용해서 볼륨을 높여놓지 않아도 듣고 싶은 음을 놓치는 일이 거의 없다. 경쾌하게 시작하는 바로크 음악이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어느덧 걸어가는 속도도 음악의 속도에 맞추어지는 듯 하다.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도 귀에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고 무언가를 듣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처럼 비발디의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문득 생긴다.

학교 정문에서 전철역까지는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과 많은 소리들 속에 묻혀서 가는 길이다. 음악은 들렸다 안들렸다 하고, 사실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피해가느라 음악에 신경을 쓰는 것도 쉽지 않은 지경이다. 눈을 자극하는 많은 불빛들과 이어폰의 음악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게 만드는 쿵짝거리는 스피커의 함성들… 욕망이 토해지고 소비되는 거대한 모습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 길이다.

이제 전철역 안으로 들어서면 그나마 소비와 향락의 불빛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철 안은 소리로 가득하다. 이어폰의 볼륨을 높여서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면 어느새 옆 사람이 내가 듣고 있는 이 음악을 듣게 될 정도가 아닐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되기도 한다. 사실 사람이 붐비는 전철 안에서 정말로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떠올리는 온갖 상념들이다. 이 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까… 그리고 지금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내가 갖게 되는 이런 부질없는 생각들을 그들도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항상 하는 이런 생각들이 변합없이 머리 속을 채우면서 음악에 대한 집중도는 자연히 떨어지게 된다.

전철에서 내려서 이제는 마을버스를 타야 할 순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왠지 마을버스를 타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소음 속에 묻혀서 이 살아 움직이는 소리들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몇십미터를 걸었을 뿐인데도 벌써 주변은 조용해진다.

맑은 밤하늘이 검게 티없는 하늘이기에는 주변에 빛이 너무 많다. 그리고 약동하는 음의 향연들을 즐기기에는 너무 많은 소리가 있다. 그래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듣는 비발디의 음악은 순간적으로 머리 속에 있는 생각들을 사라지게 한다. 어느덧 음악은 초반의 경쾌한 분위기에서 제목 그대로 ‘스타바트 마테르’의 느낌을 전달해 주는 처연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다. 사라 밍가르도는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음악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전달해 주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카운터 테너가 전달할 수 없는 느낌이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서 전해진다. 빛과 소리는 많아지기도 하고 적어지기도 하지만, 음악을 타고 전해지는 감정만큼은 점점 더 고조가 된다. 이제야 밤의 분위기에 동화되어가는 느낌이다. 점점 침잠해져가는 밤의 분위기와 깊은 슬픔의 심연으로 빠져들어가는 성모의 아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집이 가까와 오니 바이올린와 하모니움의 소리가 조금은 맥이 빠지게 들리기도 한다. 좀더 내밀었으면 좋겠는데… 좀더 길게 끌어주었으면 좋겠는데… 고양된 침잠함과는 어긋나는듯한 짧은 바이올린의 호흡이 기이한 조바심을 느끼게 한다. 이제 다왔구나… 이제 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한 시간이 끝나가는구나…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고 가방에 다시 집어넣으면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단 한 시간동안 음의 향연에 빠져서 오던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내게 티없이 맑은 완전히 깜깜한 밤하늘과 소리의 가장 작은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 고요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을 제대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만한 마음의 빈 자리는 있는지 생각을 해 본다.

마음의 평안이라는 것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내 마음은 여전히 번잡하고 많은 생각들로 가득차 있어서 조금만 환경이 맞지 않아도 그걸 쉽게 포기하고 만다. 어차피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 많은 빛과 너무 많은 소리로 가득차 있다면, 그 속에서 내가 들어야 할 소리와 듣지 않아도 될 소리를 구별하는 방법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필요없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소리들이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몸부림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걸 그 모습 그대로 즐기는 방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