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 이야기

민주신당 말은 ‘국민경선’, 뒤론 ‘동원경선’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내가 웬만해서는 정치 관련된 이야기를 블로그는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 재미있는 전화를 한 통 받은데다가 이런 기사를 보게 되어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2002년경, 유시민 전 장관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개혁국민정당, 이른바 개혁당의 당원이었다. 아마 당비를 한 번 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정당에 당비를 내는 당원이라는 것은 생각도 하기 어려운 때였고, 당원이라는 것은 무슨 거창한 것이라고만 생각하던 때였다. 개혁당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당시의 개혁당원들은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동호회 같은 조직들이 잘 되어 있어서 당원들의 오프라인 모임도 꽤나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오프라인 모임에는 한번도 나가지 않았지만, 개혁당 홈페이지는 자주 들락날락하면서 눈팅은 꽤나 즐겼었다.

오늘 알지 못하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한 통 왔다.

“안녕하세요. 김한조 님이시죠?”

“네 그런데요?”

“전에 개혁당 당원이셨었죠?”

(무척 놀라며) “네 그런데요?”

“이번 민주신당 경선에 참여하셔서….(생략)”

“그런거 안합니다!”

내가 개혁당에 잠시나마 이름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유시민 의원 아니면 김원웅 의원 관련된 곳이라는 뜻. 어쨌든 두 사람 모두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뜻을 가지고 있을테니, 부족한 조직력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 많은 사람들을 선거인단에 끌어들이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신문 기사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누구든 사람을 많이 모아오기만 하면 유리한 상황이 되어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게 제대로 된 정당의 모습인가! 5년전 개혁당은 현역 의원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정당이었지만, 당원이 주인이 되는 당이었다. 미국처럼 대통령 후보를 뽑지는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진성당원”이라는 개념이 있었던 열린우리당의 초기 모습에 비해서도 너무나 후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런 선거인단 모집 경쟁에 “유시민 전 장관”이 끼어 있다면 그야말로 배신도 이런 배신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혁당이라는 유쾌한 정치 실험을 끝내고 열린우리당이라는 곳으로 들어갈 때도, 개혁당의 정신을 심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이해해 줄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행보에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이제 열린우리당이 민주신당에 흡수합당이라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고 있는데, 거기서 후보 경선을 해 보겠다고 뛰어드는 유시민 의원의 모습에서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우리 나라의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개혁당과 같은 정치적인 실험이 더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원칙을 저버리고 상황을 따지는 사람들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명확한 것이다. 노무현이 2002년의 시대정신일 수 있었던 것은 그 바보같이 지켜낸 원칙 때문이었다. 그리고 2007년에 사람들이 안타까와하는 것은 그런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그 어느 누구도 정치 공학이 아닌 자신의 신념,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관된 원칙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도리어 한나라당이 더 일관적으로 보일 정도다. (일관적으로 수구보수라는 말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 자신들이 인기가 없는지 모른다는 말인가? 어쭙지 않은 표 계산과 머리수 경쟁으로 어젠다를 선점할 수 있다고 보는걸까?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겠다는 그 일념이 그렇게나 가치있는 일이라는 말인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좋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민주신당의 누구라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원칙보다 당장의 가능성 때문에 현실에 타협하는 이상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 역시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다. 검증받지 않았다는 측면이 있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요즘 생각으로는 문국현씨가 차라리 시대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민주신당 경선 투표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는 문국현씨의 행보와 그의 공약들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