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 7.8 plus pen 이야기

나는 이미 이 블로그 글에 적은 것과 같이 주로 전자책으로 독서를 한다. 국내에 전자책을 파는 곳이 여러 군데 있는데, 초반에는 여기저기서 한두권씩 구매를 하다가 최근에는 대부분의 책을 리디북스에서 구매를 하고 있다. 리디북스에 없는 전자책에 한해서 교보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좀 있는 정도이다. 리디북스에 대략 3천권 가까운 책이 있으니 당연히 주력 기기는 리디페이퍼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전화기나 아이패드에서는 적은 수의 만화책을 보는 정도이고 아마존에서 구매하거나 무료일 때 받아놓은 영어 책을 읽는 정도였다. (사실 영어 책을 읽기 위해서 킨들도 하나 가지고 있다. 킨들은 아마존 책을 읽는데는 최고이지만 아마존을 벗어나면 의미가 별로 없다)

리디페이퍼는 6인치여서 좀 아쉬움이 있었고 리디페이퍼 프로는 7.8인치여서 훨씬 나은 독서 환경이었다. 다만 가장 아쉬운 점은 리디페이퍼는 루팅을 하지 않는 한 다른 서점의 책을 이용할 수 없고, 루팅을 하더라도 다른 서점의 앱들이 그렇게 원활하게 구동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지난 1월에 미국 출장을 갔을 때 엄청 붐비는 컨퍼런스 미팅 장소에서 봤던 전자책 기기는 어떤 제품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펜으로 쓰는 것이 가능해서 굉장히 마음에 들어 보였었다. 아마도 보위에나 오닉스 기기 중에서 펜을 지원하는 기종이었겠지. 그건 아이패드 크기였으니 10인치 정도 되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런 크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펜으로 필기까지 되는 이북 리더는 가격이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는게 아쉬운 점이다.

결국 교보에서 sam 7.8 plus pen이라는 제품이 나왔을 때, 이게 내가 지금까지 기다려온 물건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집에 이 기기가 배송되어 있었다. 예판 때 구매를 한 것이어서 할인은 물론이고 전용 케이스나 sam 무제한 6개월 같은 혜택도 받았다. 사실 전용 케이스는 무게가 늘어난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커버를 열고 닫는 것을 인지하여 켜지고 슬립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배터리를 아끼는데 도움이 되고 펜 수납도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은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 기기가 갖는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안드로이드 8.1 기반: 교보는 물론이고 리디북스와 킨들을 모두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다. 알라딘이나 예스24 책도 있기는 한데, 크레마 앱에서 제대로 구매목록을 불러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 지금은 쓰고 있지 않은 상태다. 서점 앱 말고도 갓피플 성경이나 영한 사전 같은 앱도 쓸 수 있는 것이 안드로이드 사용의 장점이다.
  2. 펜 사용 가능: 필기 목적으로의 사용은 기본 제공되는 메모장 정도에서만 할 수 있지만 그것만 해도 꽤 쓸만하다. 그리고 각종 서점 앱에서도 페이지 넘기기나 형광펜 같은 기능을 위해서도 펜을 쓸 수 있으니 좋다. 펜을 충전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펜이 가볍다는 것도 애플 펜슬에 비해 좋은 점이다.
  3. 7.8인치 화면 크기: 이 크기는 보통의 문고판 서적을 읽는데 최적이고 휴대에 적합한 크기이다. 영어 서적을 읽을 때 킨들이 좋다는 언급을 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킨들 페이퍼화이트 3세대에 비해 샘에서 읽는 킨들 책이 더 좋게 보였다. 앱의 빠릿빠릿함도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고. pdf 문서, 특히 논문을 보는데는 10인치 이상의 크기가 최적이기는 한데 논문의 경우에는 보통 텍스트만 중요한게 아니고 그림을 봐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럴 때는 전자잉크의 흑백화면은 한계가 있다. 내 경우에는 논문은 그냥 아이패드로 읽는다.
  4. 블루투스 지원: 리모컨을 쓸 수 있다. 물리 키가 없는 단점을 어느 정도는 메워줄 수 있는 점이다.
  5. 스피커 지원: 오디오북을 쓸 수 있다. 사실 오디오북은 자차를 이용하는 시간이 많을 때 유리한 것인데, 내 경우에는 직접 운전을 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므로 거의 쓰지 않는 기능이기는 하다. 그래도 블루투스 지원까지 되니 있는 것이 없는 것 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다.
  6. Micro SD 지원: 적지 않은 책을 구매했기 때문에 기기 자체의 용량만으로는 책을 모두 넣어 가지고 다닐 수가 없다. 대부분의 기기처럼 micro sd 지원이 되니 책을 모두 다운로드 받아서 가지고 다닐 수 있다. 64GB 한 개 넣으면 리디북스, 킨들, 교보문고와 구입한 책들을 모두 넣어도 용량이 남는다.

단점도 없지는 않다.

  1. 물리키가 없다: 물리 키가 있다는 것이 리디페이퍼 프로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있다가 없으면 그게 꽤 거슬리기는 하다. 그래도 적응 되면 좀 낫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중.
  2. 아이리버 기술지원: 사실 이게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리디페이퍼 기기들의 경우는 꾸준하게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기기를 관리해 주었는데 아이리버에서도 그렇게 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대체적으로는 걱정하는 분위기가 더 많은 듯.

전자책 기기는 책을 읽기 위한 보조 도구이다. 책 자체는 아니니 많은 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이패드라는 훌륭한 태블릿에 비하면 속도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한참 뒤떨어지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 잉크의 매력은 눈이 편안하다는데 있다. 책을 넘기는 속도는 아무리 빨라도 아이패드같은 엄청난 성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태블릿이나 전화기는 신경을 빼앗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 하다못해 알림이나 유튜브 같은 것들이 주의력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이런 기기에서는 일정 시간 이상 책에 집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좋은 전자책 기기는 책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된다. 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책 이외의 다른 것을 할 수 없는 환경은 책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제 앞으로 (최소한 몇 년 간은) 샘이 내 독서 생활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How to read 시리즈 책을 두 권 읽고…

최근에는 주로 리디북스를 이용해서 책을 읽고 있다. 아이폰 5s와 아이패드 3를 쓸 때는 사실 전자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는데, 베가 시크릿노트와 HP 슬레이트 7 태블릿을 사용하게 되면서는 전자책을 읽는 빈도가 많이 늘어났다. 전자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실 책의 부피와 무게 문제도 있고, 독서를 하면서 줄을 치거나 메모하는 것을 싫어하는 습관 때문에라도 나는 전자책을 매우 좋아한다) LCD 화면으로 읽는 것은 눈이 좀 아프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 달 전 쯤에는 리디북스 전용으로 쓸 생각으로 교보 Sam을 구매했고 편안하게 전자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꽤 만족하고 있다.

리디북스에서 꽤 많은 책을 구매했는데 최근에는 그 중에서도 How to read 시리즈의 책을 읽고 있다. 이 시리즈에 포함된 책은 마르크스, 니체, 데리다, 프로이트, 라캉, 히틀러, 다윈, 셰익스피어, 성경, 푸코, 융, 사드, 하이데거, 키르케고르, 사르트르, 그리고 마키아벨리 등 모두 16권이다. 첫번째로 How to read 마르크스를 읽었고 다음으로는 How to read 성경을 읽었다. 그리고 지금은 How to read 다윈을 읽고 있는 중이다.

마르크스에 대해서는 사실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었고. How to read 시리즈의 책은 몇몇 원문에 해설을 붙여놓은 식으로 되어 있는데, 마르크스라는 사람의 사상에 대해 그저 수박 겉핥기 식의 지식밖에 없었던 내게 이 책은 그렇게 쉽게 읽히지 않았다. 사실 다 읽고 난 지금도 마르크스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감은 전혀 잡을 수가 없다.

반면 성경의 경우는 정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은 평생 읽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공부하고 생각해야 할 새로운 것이 발견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 ‘How to read 성경‘의 저자인 리처드 할로웨이 주교의 해석과 견해를 읽으면서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비교도 해 보고 내 나름대로 평가도 해 보면서 꽤 많은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었던 독서였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 개신교식의 성경 이해에 좀더 익숙한 상황에서 유럽 가톨릭식의 성경 해석을 보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겠고.

평생 마르크스를 진지한 마음으로 읽어온 사람의 견해를 읽으면서 그걸 한번에 이해해 보자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얄팍한 생각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르크스의 저작을 제대로 읽고 다시 한 번 깊이있게 이해해 보자는 결심이 선 것은 아니다. 이 방대한 시리즈의 책들을 한 번씩은 읽어보고 나서야 다음 독서의 주제가 어떻게 될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런 깊이있는 인문학 개론서를 읽고 실제로 더 깊이있는 인문학 독서를 하게 되는 것이 내게는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