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iOS 앱: Drafts 5

최근에 회사를 옮기고 나서 업무용으로 아이맥 프로와 맥북을 사용하고 있다. 원래 휴대전화는 아이폰을 쓰고 있었고, 아이패드 프로 2세대까지 생기면서 (애플워치를 뺀) 사과농장이 완성되었다!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Drafts 5 앱의 활용성이 너무 좋다는 점이다. 이 앱은 기본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텍스트를 담아두는 텍스트 에디터이지만, 저장된 텍스트를 다양한 액션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개념을 가진 앱이다. 버전이 5 씩이나 되었으니 당연히 오랫동안 사용된 앱이고, 나도 4 버전까지는 유료 앱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가, 5 버전이 나오면서 앱은 무료로 바뀌면서 구독제가 되어서 한참 동안 사용을 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구매하지 않아도 사용을 할 수는 있지만, 이 앱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각종 액션을 편집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구독을 해야만 한다. 대신에 구독을 하면 iOS와 Mac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일년에 $19.99라는 가격이 어떻게 보면 비싼 가격일수 있지만, 지금 제공하는 기능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텍스트를 써 놓고 이걸 여러 가지 액션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빛을 발하는 경우는, 예를 들면 새해 인사를 위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거의 비슷한 문자를 보내는 경우 Drafts 앱에 문자 내용을 써 놓고 계속 메시지 액션을 수행하면 문자 앱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다. 인앱 구독인 프로를 활성화한 경우에는 액션을 수정하거나 새로 만들어서 넣을 수 있는데, 문자의 경우 첫 줄에 받는 사람 이름을 넣고 둘째줄부터 문자 내용을 입력하면 메시지 수신인까지 자동으로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액션은 ’10년일기’이다.

’10년일기’는 ’01월 07일’이라는 제목의 노트에 일기를 계속해서 기록하는 것이다. 최대 366개의 노트가 생길거고 (02월 29일 포함) 여기에 일기가 쌓이는데, 최근 내용이 위로 올라오도록 되어 있다. 01월 01일에 일기를 쓰면서 작년, 2년전, 3년전에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뒤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이런 방식의 노트가 가진 장점이다. 오래전에 펀샵에서 10년 일기라는 일기장을 판매했는데, 여기에는 날짜별로 10년치 칸이 미리 만들어져 있어서 10년간의 기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었다. 여기서 착안한 방식이고, 에버노트에 기록을 하고 있다. 노트의 경우 append도 가능하지만 prepend도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최근 일기가 가장 위에 올라오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이런 용도로 이전에는 WriteNote Pro라는 앱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앱은 안드로이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사진을 붙여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에버노트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보니 그림 파일 첨부가 가능한 에버노트의 특징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Drafts 5WriteNote Pro보다 나은 점은, 에버노트 뿐만 아니라 대단히 많은 종류의 엔드포인트에 대한 액션을 지원한다는 점, 그리고 여러 개의 액션을 순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문자 이외에, 에버노트에 남기는 노트를 그대로 드롭박스, 원드라이브, 구글 독스 등에 남길 수도 있고, 별도의 파일로 저장할 수도 있다. 또 블로그 글을 마크다운으로 기록하고 나면 바로 워드프레스로 보내서 임시글로 저장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맥용 Drafts 앱도 나와서, 맥에서 텍스트를 편집할 수 있다. 물론 맥에서의 액션은 제한적이지만, 텍스트 편집 자체는 맥에서 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쉽게 노트를 적을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로 동기화가 되기 때문에 언제든 모든 애플 기기에서 동일한 텍스트 내용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결국 애플 환경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일단 적고 싶은 내용을 적어놓고, 그 이후에 그 글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할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록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뭐든 일단 기록을 해 놓고 보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셈이다.

독서 일기: 베조스 레터

이 책은 우리 회사의 경영진 및 팀장들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두 권의 책 중 하나이다. 나머지 한 권인 존 도어의 OKR 책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고, 지금 당장 도입해서 사용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베조스 레터는 이보다도 더욱 강렬한 느낌으로 기억될 책이다.

어떤 분야에서건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우연이나 행운이 많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세계 최고라는 이름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세계 최고의 상거래 사이트인 것도 맞고 베조스가 세계 최고의 부자인 것도 맞는데, 나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 동안 다른 인물들에 비해 이 인물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런 나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베조스가 이야기한 일과 성공의 원칙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리되지 않은 채 내가 그 동안 생각해 왔던 여러 가지 생각의 단초들이 너무나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중에는 내가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던 것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생각을 해 보았는지가 아니라 실행하고 체화했는지이다. 생각을 해 보는 것으로는 아무 변화를 일으킬 수 없고, 실행하고 평가하고 다시 피드백을 얻어서 개선하는 노력이 반복되어야만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과 모든 회사가 나름대로의 상황과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런 다름이 다른 전략과 다른 실행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혼자 하는 일이 아닌 이상 원칙이 필요하고 그 원칙은 다름을 넘어서서 적용될 수 밖에 없는 기본이어야 한다. 그 기본은 결국 그걸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다. 독서가 힘을 발휘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이다.

승진 축하 받고 쓰는 이야기

지금 일하고 있는 스탠다임은 2015년에 시작되었으니 이제 5년이 된 젊은 회사다. 내가 2019년 6월에 입사했는데 나보다 뒤에 들어온 멤버가 꽤 많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작년 6월에 ’20명짜리 회사’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30명이고 올해도 꽤 많은 신규 입사자를 뽑을 예정이다.

빠르게 규모가 커지는 회사의 고민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나 체질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큰 어려움일 수 있는데, 최소한 내가 본 20명에서 30명까지의 성장에서는 회사의 문화가 바뀌지 않고 여러 가지 면에서 강화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오전 10:30 출근 오후 05:30 퇴근이라던지 아이맥 (또는 아이맥 프로) 지급 및 맥북/아이패드 프로 중 택1이라던지, 아니면 병가는 휴가 일수에 산입하지 않는다던지… 업무나 사내 복지 측면에서 파격적인 부분이 많이 있지만 (이 글 참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평적이고 일 중심적인 관계에 있다는 생각이다. 처음 입사할 때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였지 어떤 포지션에서 일할 것인가가 아니었다. 처우 협의를 할 때 나는 내 포지션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았고 회사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내 LinkedIn 페이지를 업데이트할 때 직급을 뭐라고 써야 하는지 고민을 좀 했다. 그래서 여기에는 그냥 Scientist라고 적었다. 나중에 동료들의 명함을 보니 대체적으로 Senior Scientist로 적고 있어서 명함에는 Senior Scientist라고 적었다. 실제로 경영진을 제외하면 사내에서 뭔가를 가지고 구분하는 일이 아예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뭐라고 적든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최근에 해외 출장을 가서 굉장히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LinkedIn에서도 많은 1촌을 맺게 되어서 다시 한 번 페이지를 업데이트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대로 Senior Scientist로 적는게 맞겠다 싶어서 그렇게 수정을 했다. 사실 수정을 한다고 한건데, LinkedIn 사이트에서는 이걸 승진으로 보고 Hanjo 님이 Standigm Senior Scientist(으)로 승진했습니다. 축하해주세요!라는 소식을 써 버린거다. 여기에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 주시고, 오늘은 전화까지 와서 “승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인사를 들었다.

사실 승진한게 아닌데 승진 축하를 받고 보니 (그것도 많은 외국 친구들을 포함해서) 축하해 주시는 분들에게 일일이 승진 아니라고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축하를 받고 승진한 척 하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회사에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을 하게 되었고 (사람 수는 늘고 있고 처음 조직 개편을 하는거니 당연하긴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에서 한 개의 팀을 맡게 되었다. 여전히 상하의 개념은 없지만, 좀더 중간관리자에 가까운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게 되었다는 면에서는 승진이라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참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맥용 프로그램들

무려 12년 전에 Mac Applications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을 쓴 적이 있다. 2007년에 맥북 구매를 시작으로 맥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쓴 글이니 맥에 대해 뭔가를 잘 알 때는 아니었던 것 같다.

2007년과 지금의 비교

텍스트 에디터와 관련해서 Smultron을 적고 TextMate는 CJK 문제가 있다고 적었는데, 지금 내가 맥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텍스트 에디터는 TextMate 2.0이다. 이전에 Sublime Text 구매한 것이 있어서 설치는 되어 있지만, 최소한 맥에서는 TextMate를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실 코드를 적는 일이 아니라면 이런 것보다 Drafts 5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나은 일일 수 있다. (이 앱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을 해도 모자랄 정도이기 때문에 여기에 길게 적지는 않는다)

iCal도 지금은 구글 캘린더로 변경해서 쓰고 있고… 사실 회사에서의 일정관리와 개인 일정 관리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내가 호스팅을 받고 있는 서버에서도 CalDav를 지원하지만, 별로 사용을 하지는 않고 있다. 어디가서 맥의 장점이 iCal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 실제로 맥에서도 Fantastical 2를 사용하고 있다.

iPhoto, iDVD, PhotoBooth 중에서 살아남아 있는 것은 포토앱 뿐인데, 그나마도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고, QNAP 나스에 사진을 모으면서 Qphoto 앱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사진에 관한 한 여러 군데 백업을 해 두는게 중요하니 iCloud 외에도 구글 포토, 개인 나스 등에 분산해서 보관을 하고 있다. 사진을 찍거나 보기는 하지만 보정을 하거나 슬라이드쇼를 만들거나 인화를 하는 경우는 잘 없어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포토샵 류의 프로그램은 쓰지 않고 있다.

Bruji사의 Pedia류 제품들을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음악/영화/책 할것 없이 모두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별도로 이런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음악과 영화에 대해서는 NAS에서 plex 서버를 이용해서 관리하고 있고 책의 경우에는 북트리라는 iOS용 앱을 이용해서 관리하고 있다. 다만 소비 자체는 스포티파이, IPTV, 넷플릭스, 리디북스 등에서 주로 하고 있고, 그런 사이트에 기록이 잘 남아 있기 때문에 별도로 내 미디어를 관리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느낌이다.

논문 관리는 BibDesk를 언급했지만, 지금은 Zotero를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 Devonthink도 사용을 했었는데, 그 이후에는 EagleFiler를 더 많이 사용했었고 이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를 번역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종류의 자료 정리 프로그램을 별도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맥용 프로그램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맥에서 매일 쓰고 있는 프로그램은 대략 다음과 같다.

  • Alfred: 이제 맥에서 Alfred 앱이 없으면 생산성이 반으로 떨어져 버릴 듯. 파워팩을 구매해서 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음!
  • Postbox : 이메일 클라이언트. 모질라 선더버드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유료 구매해서 잘 사용하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은 Focus pane.
  • Fantastical 2: 캘린더 프로그램. 모바일에서는 Calendars5를 사용 중. 이제 캘린더 프로그램들은 뭘 써도 좋은 상황이 된 듯.
  • ForkLift: 파일 관리자 및 FTP 클라이언트. 윈도우용인 Total Commander와 유사한 double pane 방식의 파일 관리자. 물론 Total commander만큼 좋은 것은 아니지만… 맥에서는 쓸만한 대안.
  • 1Password 7: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 구독형으로 바뀐 것은 사악하기도 하고 마음에 안 들지만, 여러 대의 맥과 iOS 기기를 동시에 사용할 때는 역시 이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한 때 Sticky Password를 썼었는데, 윈도우와 안드로이드에서만 사용한다면 그럭저럭 사용은 가능하지만 맥과 iOS에서는 사용자 경험 차이가 너무 크게 난다.
  • PopClip: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되는 프로그램. 뭔가 텍스트를 선택하면 바로 액션을 할 수 있는 팝업이 뜬다.

이외에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작은 프로그램들은 Display Maestro, Keycue, Rocket Fuel, Popchar 정도.

2019년을 보내며

2019년이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다. 2019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니 내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런 변화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나름 잘 대처해 온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 뿐.

첫번째. 독서.

2019년에는 모두 170권의 책을 읽었다. 목표는 한 달에 10권씩 총 120권을 읽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읽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1월에 13권을 시작으로 2월부터 11월까지 6, 8, 7, 15, 24, 15, 19, 15, 15, 13권을 읽었고 12월에 20권을 읽어서 총 170권이 된 셈이다. 2~4월 간에 페이스가 좀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월 15권 정도를 읽은 페이스이다. 물론 책의 권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어떤 책을 읽느냐, 또 읽은 책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와 같은 여러 가지 사항들이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책을 읽는 습관이 확실히 정착되었다고 말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170권의 책 중에서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북트리 앱에 기록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내 마음대로 정한 카테고리별 최고의 책은 다음과 같다.

두번째. 이사.

사는 지역을 바꾼다는 것은 큰 변화이다. 내게도 큰 변화이지만 사실은 가족들에게 더욱 큰 변화이고,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많은 커뮤니티로부터 상당히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내는 물론 전학을 해야 했던 아이들에게도 매우 큰 변화였다.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잘 적응을 해 준 것이 고맙기 그지 없는 일이다. 나는 평생을 거의 한 동네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이사를 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었고, 자세히 보아야 알게 되는 많은 일들을 오래 보고서야 알게 되는 스타일이었다. 이제는 자세히 보고 마음을 써야만 알게 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세번째. 회사.

올해 많은 것들을 질렀지만, 역시 새로운 회사를 지른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40대 후반에 접어드는 시점에 직장을 옮긴다는 것, 그것도 나름 큰 회사에서 작은 벤처 회사로 옮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는 사람이 이런 내용으로 내게 상담을 한다면 아마 말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실제로 직장을 옮기고 나서 모든 면에서 이전에 비해 나아진 것을 느낀다. 이전 직장 역시 좋은 곳이었다. 많은 혜택을 받았으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일에 대해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이전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직을 하게 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기민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벤처 회사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문화 속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사의 성공과 개인적인 성공이 일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역시 스스로를 피고용인이라고 생각하는 수동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는 요소이다.

물론 아무리 좋은 느낌이 있더라도 사업 자체가 성공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리즈 B를 마친 회사라면 곧 성과를 내고 지속 가능한 회사임을 증명해 내야 하는 것이니, 그 과정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결국 신약 개발이라는 길고 어려운 과정의 맨 앞에서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각오를 가지고 2020년을 시작하려고 한다!

독서 일기: 인간 본성의 법칙

올해 들어 지금까지 147권의 책을 읽었고, 5월 이후에는 꾸준히 한 달에 15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으니 이틀에 한 권 정도의 속도로 책을 읽어온 셈이다. 물론 이 중에는 100 페이지 내외의 짧은 책들도 많이 있고 (주로 범우문고나 살림총서 같은 시리즈물) 장편 소설도 있기 때문에, 생각할 것이 많은 인문 서적의 경우에는 이보다는 좀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북트리라는 iOS 앱 덕분에 각 책을 언제 읽기 시작해서 언제 마쳤는지도 모두 기록을 할 수 있다)

마이클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은 8월 24일에 읽기 시작해서 11월 17일까지 읽었으니 (물론 그 중에 틈틈이 책을 읽어오기는 했지만) 거의 석 달을 꼬박 이 책에 투자를 한 셈이다.

말이라는 것, 글이라는 것이 항상 그렇지만 적절한 정도를 찾는 것이 참 어려운 법이다. 너무 짧아지면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너무 길면 장황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는 제목은 (특히 법칙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레토릭 같은 면이 있는데, 그 법칙이 세가지, 다섯가지, 열가지 정도까지는 그럴 듯 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 책에서처럼 18가지나 되면 그 법칙을 외우는 것도 힘든 상황이니 법칙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에 비하면 꽤 장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열 여덟가지의 법칙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사용하는 기술 방식은 각 법칙마다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유명한 인물의 사례를 들고 이로부터 각 법칙의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사실 교회에서 목사님들이 설교하는 방식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내게는 꽤 익숙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 책이 꽤 긴 책이기도 하지만 (거의 63만자인데,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우울할 땐 뇌과학>이 약 18만자 정도 되니 이런 책 세 권이 넘는 분량이다) 이런 기술 방식의 단순함 때문에 빠르게 읽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솔직히 책의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서로간에 잘 들어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어서 모든 부분에 동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면에서, 특히 모든 사람이 인간의 본성을 배우는 학생이어야 한다는 전제에 있어서만큼은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사람은 복잡한 존재이고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드는 단순한 내용을 좋아하기 쉽지만 진실이란 항상 그것보다는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법칙이라는 말이 주는 단순함과 가벼움에 비해 그 내용은 훨씬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자세히 읽고, 그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제안을 따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쓴 마이클 그린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일단 평생동안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이상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는 전제를 동의하기만 한다면, 그 다음은 필요할 때마다 한 번씩 펼쳐보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독서를 진지하고 세밀하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반대로 가볍고 빠르게 읽는 편이다) 곱씹고 생각할 부분이 많이 있는 책일 것이다.

HiFiBerry OS 설치

이전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Raspberry Pi 3를 Ruark R4에 붙여서 음악 감상을 위한 소스로 활용하고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Spotify Connect, Airplay, 그리고 블루투스 소스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Raspberry Pi를 음악 재생용으로 사용하려면 자체 오디오 아웃 단자로는 부족함이 있다. 내 경우에는 제대로된 음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였고, 많은 경우 음악 감상을 위해서는 오디오 시그널에 전기 신호 노이즈가 끼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HiFiBerry사의 Dac+ 제품 (phone jack 버전)을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보통은 RCA 버전을 선호하겠지만, 내 경우에는 phone jack이 더 편리했기에 이걸 선택했다. 아마 두 버전 사이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가끔 HiFiBerry사의 웹사이트를 보곤 했는데, HiFiBerry OS에 대한 소식을 읽게 되었다. 원래 Raspbian을 사용하고 있었고, 최근에 Buster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음악 재생을 위한 minimalist OS인 HiFiBerry OS에 대하나 소식을 보게 된 터라, 이걸 사용하기로 하였다.

설치를 마친 HiFeBerry OS의 화면. http://hifiberry.local에서 볼 수 있다. Spotify Connect나 Airplay 연결의 경우에는 앨범 사진까지 예쁘게 볼 수 있다.

설치 문서를 따라하면 설치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와이파이를 통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 문서를 참조해야 하는데, 이 때 국가 설정 부분에서 한국을 선택하면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으니 아래 그림과 같이 United States of America를 선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와이파이 연결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다시 HiFiBerry_Setup_*****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고, 결국 설치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이미지를 다시 써야 하고,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초기화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설치가 마무리되면 아래 그림과 같이 Spotify Connect나 Airplay에서 HiFiBerry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연결해서 음악 들으면 끝. (이외에 업데이트, 시스템 ssh 접속 및 기타 관리 방안은 사용해 보면서 알아볼 생각)

HiFiBerry를 Spotify Connect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전자책으로 책 읽기

2019년 들어 지금까지 8개월 동안 모두 107권의 책을 읽었다. 2006년에 쓴 블로그 글 중에 1년에 50권 책읽기라는 글이 있는데, 이걸 보면 1년에 50권의 책을 읽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50권이라는 목표에 성공을 하기도 하고 실패를 하기도 하면서 시간이 지나왔다.

2012년에 리디북스라는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전자책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독서 생활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휴대전화나 태블릿으로 책을 읽었고, 리디북스 페이퍼라는 전용 기기가 나온 후로는 페이퍼 라이트, 페이퍼, 페이퍼 프로까지 모두 구매를 하면서 여기서 모든 독서를 하게 되었다.

전자책 전용 기기를 사용하면서부터는 1년에 50권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고 이제는 100권을 훌쩍 넘는 상황이 되었다 (수치상 올해는 150권도 가능한 상황). 그리고 올해부터는 북트리라는 앱을 이용해서 독서 로그를 남기고 있는데 이 덕분에 읽은 책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전자책이 좋은 점은 무엇보다도 많은책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내 페이퍼 프로에 64기가 micro sd 카드를 넣어두고, 책 수천권을 모두 넣어서 들고 다닐 수 있다. 긴 호흡의 책을 읽다보면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경우에 재미있는 짧은 책을 읽고 난 후에 다시 시작한다던지, 여러 권의 책을 교차로 참고하면서 읽는다던지 하는 일이 너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이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빠르게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전자책이 좋은 또 다른 점은 기록이 정확하게 남는다는 점이다. 언제 읽었는지는 물론이고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거나 메모를 남긴 것들을 언제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전자책의 중요한 장점 중의 하나는 책의 내용에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책의 조판이나 종이의 질감 같은 (어쩌면 책의 본질일 수도 있지만) 텍스트 자체가 아닌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꼴, 자간 간격, 줄 간격, 페이지 여백, 컬러 삽화 등 다양한 책의 요소들이 전자책에서는 변환 가능 또는 불가능하게 된다. 책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내 마음대로 이런 요소들을 조절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는 책의 텍스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특징이 된다. 많은 경우 이런 텍스트 외적인 요소들은 내용의 부실함을 덮기 위해 사용되고 나는 이런 면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지만 책의 물리적인 제작 상태 자체가 책의 존재 가치인 경우가 있다. 사진이나 그림이 많이 들어있고 그게 중요한 요소인 책들. 종이 자체의 성질을 이용하는 책들. 그런 책은 전자책의 제한된 사용자 경험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 책이 가진 물리적인 한계 자체가 가치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책은 활자화된 텍스트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니 전자책이라는 형식이 그 가치를 충분히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전자책으로만 책을 읽기로 결심했지만 이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전자책으로 제작되는 책의 숫자가 종이책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기 때문이다. 책도 상품이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특정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독서를 하기에는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는 종이책의 수가 너무 많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읽을 것 같지는 않은 책들을 읽게 되다는 것인데, 이런 소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들은 전자책으로 제작할 이유가 아직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된 책의 경우라면 더욱 답이 없다.

앞으로 전자책이 먼저 출판되고 종이책은 필요에 따라 나오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 믿지만, 그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전까지는 깊이있는 독서를 위해서는 도서관을 잘 활용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어지간한 도서관으로는 어렵고 규모가 있는 곳이어야 하겠지만.

블로그한지 15년이 넘었네…

이 블로그에 처음으로 글을 발행한 것이 2004년 6월 7일이다. 15년이 넘었고, 발행한 글 수는 285개이다. 나누어 보면 일년에 19개 정도의 글을 쓴 셈이지만, 초기에 비하면 최근에는 일년에 서너 개의 글을 쓸 뿐이니 글을 쓰는 속도는 원래도 느렸지만 점점 더 느려지고 있는 셈이다.

여러 개의 카테고리가 있기는 한데,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보면 그렇게 많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특별히 한 가지 카테고리로 이 블로그를 정의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냥 잡다한 이야기를 쓰는 블로그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때는 화학정보학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블로그를 별도로 운영하려고 한 적도 있었는데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이 블로그에 합쳐 버렸다. 지금도 그 글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과학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고려해 보면 이미 그 글들은 대부분이 생명력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가끔은 내가 읽어봐도 왜 썼는지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까.

내 삶의 변화와 생각의 변화를 따라가기에도 너무 성근 편린들. 뭔가 좀 흥이 나야만 글을 쓰게 되지만 그 흥이라는 것도 일년에 몇 번에 지나지 않는 사건.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런게 그냥 나를 보여주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루에 한두개씩의 글을 꾸준하게 발행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나는 그 반대쪽의 어딘가에 있겠지. 한 분야에서 깊이있는 글을 쓰는 사람과도 반대쪽일거고… 결국 어떤 블로그들과 많은 차원에서 평행을 달리는 그런 블로그. 그런데도 아직 블로그를 닫고 싶은 마음은 없고 앞으로도 가늘고 길게 가는 블로그로 남아 있을 것 같다.

독서 일기: 마음의 탄생 (레이 커즈와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낙관론과 비관론. 물론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데에도 이 두 가지 관점이 있을 것이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긴 책은 팩트풀니스였다.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사실에 의거해서 보도록, 그래서 더욱 낙관적으로 보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쨌든 인류의 삶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마음의 탄생 역시 낙관론을 기저에 깔고 있는 책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은 어떤 면에서는 너무 순진하게 상황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의 경로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술적인 내용에서 보자면, 모든 디테일을 정확하게 재현하지 않고서도 전체의 기능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마 가장 중요한 내용일 것이다. 실제로 어떤 기능을 모사하는 시스템을 만들 때 내부적인 구성 요소들이 모두 일대일로 일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로서 모사가 가능한 시스템이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여기서 기능의 모사가 특정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전제를 잊으면 안된다) 세부 구성 요소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은 그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정보가 되는 것이다. 물론 부분과 전체 사이의 어떤 지점에 부분의 합과 전체가 극적으로 달라지는 어떤 포인트가 있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예를 들면 나노 입자의 성질) 그런 포인트를 발견하는 것조차 전체 시스템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더욱 쉬워지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과 관점으로 생각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시스템이 생각처럼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단순한 방식의 조합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배우게 된다면 이 책으로부터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커즈와일이 보여준 낙관론을 조금 끼얹는다면 미래 사회를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레이 커즈와일만큼 낙관적이지는 않고 그보다 아주 조금 뒤쳐져서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보다는 더 앞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