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보내며

2019년이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다. 2019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니 내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런 변화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나름 잘 대처해 온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 뿐.

첫번째. 독서.

2019년에는 모두 170권의 책을 읽었다. 목표는 한 달에 10권씩 총 120권을 읽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읽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1월에 13권을 시작으로 2월부터 11월까지 6, 8, 7, 15, 24, 15, 19, 15, 15, 13권을 읽었고 12월에 20권을 읽어서 총 170권이 된 셈이다. 2~4월 간에 페이스가 좀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월 15권 정도를 읽은 페이스이다. 물론 책의 권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어떤 책을 읽느냐, 또 읽은 책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와 같은 여러 가지 사항들이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책을 읽는 습관이 확실히 정착되었다고 말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170권의 책 중에서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북트리 앱에 기록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내 마음대로 정한 카테고리별 최고의 책은 다음과 같다.

두번째. 이사.

사는 지역을 바꾼다는 것은 큰 변화이다. 내게도 큰 변화이지만 사실은 가족들에게 더욱 큰 변화이고,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많은 커뮤니티로부터 상당히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내는 물론 전학을 해야 했던 아이들에게도 매우 큰 변화였다.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잘 적응을 해 준 것이 고맙기 그지 없는 일이다. 나는 평생을 거의 한 동네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이사를 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었고, 자세히 보아야 알게 되는 많은 일들을 오래 보고서야 알게 되는 스타일이었다. 이제는 자세히 보고 마음을 써야만 알게 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세번째. 회사.

올해 많은 것들을 질렀지만, 역시 새로운 회사를 지른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40대 후반에 접어드는 시점에 직장을 옮긴다는 것, 그것도 나름 큰 회사에서 작은 벤처 회사로 옮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는 사람이 이런 내용으로 내게 상담을 한다면 아마 말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실제로 직장을 옮기고 나서 모든 면에서 이전에 비해 나아진 것을 느낀다. 이전 직장 역시 좋은 곳이었다. 많은 혜택을 받았으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일에 대해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이전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직을 하게 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기민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벤처 회사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문화 속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사의 성공과 개인적인 성공이 일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역시 스스로를 피고용인이라고 생각하는 수동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는 요소이다.

물론 아무리 좋은 느낌이 있더라도 사업 자체가 성공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리즈 B를 마친 회사라면 곧 성과를 내고 지속 가능한 회사임을 증명해 내야 하는 것이니, 그 과정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결국 신약 개발이라는 길고 어려운 과정의 맨 앞에서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각오를 가지고 2020년을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