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 8월 독서 이력
2025년 7월과 8월에 읽은 책들에 대한 짧은 생각들. 각각의 책들에 대한 충분히 긴 이야기를 남기기 쉽지 않아서 일단은 짧은 기록을 남긴다.
-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10권: 나는 삼국지의 광팬이다. 어려서 정비석의 삼국지를 대략 50번 정도는 읽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다양한 저자들의 삼국지는 물론이고, 조조삼국지나 많은 삼국지 대체역사물, 그리고 다양한 삼국지 평전까지 읽어 봤다. 고우영의 삼국지는 1979년에 처음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니, 꽤 오래된 편인데 그동안 읽어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태블릿에서 쾌적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만화로 열 권에 불과해서 많은 디테일이 살아있지는 않지만, 지금 봐도 신선한 시각들이 꽤 있는 편이다.
- 넥서스 (유발 하라리):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책이다. 2025년에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사실 영어판으로 먼저 읽기 시작했다가 한국어 번역판으로 먼저 마무리를 했다. 영문판은 여전히 읽고 있는 중.
- 잡동산이 현대사 3 (전우용): '물건으로 읽는 한국 근현대사'라는 카피가 아주 잘 어울리는 책. 이 책을 읽으면서 '박학다식'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 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나는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아주 좋아한다. 현대 물리학이라면 20년 전에 대학원에서 배운게 다이고, 일반상대성원리나 양자역학 같은 것을 실제 업무에 사용해 본 적이 많지 않은 화학쟁이에게, 현대물리학의 최신 성과를 이렇게 쉬운 말로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책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 책의 내용은 단순히 물리학에 대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요한복음 강연 (해롤드 W. 애트리지): 최근에는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책들을 많이 읽게 된다. 5~60년 전의 성서비평학이 텍스트의 구조를 해체하는데 관심이 있었다면, 그 이후의 흐름은 내러티브로서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는데 더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 책 역시 이런 내러티브로서의 흐름을 전체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지를 말하고 있다.
- HOW TO READ 니체 (키스 안셀 피어슨): 니체의 저작 중에서 (저자가 보기에) 중요한 아포리즘들을 고르고 그에 대한 설명을 붙여 놓은 책. 니체를 읽는 것과 니체에 대한 해설서를 읽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니체를 읽지 않을 수 없지만, 읽는 것이 쉽지는 않으니 이런 책을 읽게 된 것인데... 결국은 니체의 저작을 직접 읽어야 하겠지.
- 인생학교: 시간 (톰 체트필드): 제목은 시간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어서, 시간에 대한 책인가 싶지만 사실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제목도 아쉽고 내용도 아쉬움이 남는 책.
- 신들과 함께, 신들의 신 예수 (이상환): 각각 구약과 신약의 내용을 1차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를 이야기한 책이다. 즉 고대 근동인들의 눈으로 구약의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도, 그리스 로마인들의 눈으로 신약의 예수님을 바라보는 시도를 하는 책이다. 사실 어떤 책이든 관점을 바꾸어서 바라보면 새로운 것을 보게 되는데, '시대 속의 나'라는 한계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관점을 바꿔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 동양과 서양의 만남 (박이문): 노장사상, 유학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사상을 서양 사상과 비교해서 이야기하는 책. 한데 집어넣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는 내용들이 솜씨좋게 버무려진다. 충분한 배경 지식이 있다면 비평적으로 읽기가 가능할 것이고, 그래서 도전적인 자극을 주는 책이다. 충분한 배경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저자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 ILO에서 일하는 저자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따뜻한 이야기들. 무엇보다 '죽을 각오'를 권하는 사회에 대한 성찰이 뼈아프다. 누구나 읽어야 할 책.
-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카를로 로벨리): 시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과학이 어떻게 인간의 인식 체계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좋은 예.
- 두렵고 황홀한 역사 (바트 어만): 천국과 지옥이라는 개념, 어떻게 보면 모든 이들에게 익숙한 이 개념의 역사를 서술한 책. 독자에게 친절한 책은 아니지만,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죽음에 대한 생각은 피하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 하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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