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DRC 창립 10주년

5월 1일은 (사)분자설계연구소 창립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97년에 숭실대학교에서 분자설계연구센터로 시작이 되었고, 독립 사단 법인으로 인가를 받아 현재는 연세대학교 공학원에 입주해 있다. 1997년이면 한국은 IMF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시절이고, 개인적으로는 대학원 생활을 막 시작했던 때였다. 내가 98년에 분자 모델링 관련 일을 시작했을 때, 프로그램 판매 회사에서 가르쳐 주는 것을 빼고는 분자 모델링에 대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전무했었는데, 그 당시에 분자설계연구센터의 교육 과정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당시에 센터에서는 MSI(현 Accelrys사)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교육을 진행했고, 나는 tripos사의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배운 것을 직접 연구에 응용할 수는 없었지만, 결국 모델링 소프트웨어들이 비슷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연구비가 모자랄 수 밖에 없는 대학원 시절에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종류의 무료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종류나 부실한 문서화 같은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금같으면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이 했던 그런 형태의 일들이 지금에 와서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연구소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연구소에서 하는 각종 심포지엄이나 워크샵 등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 박사 학위를 마치기 1년 전에는 일주일에 2~3일 정도를 할애하여 연구소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도 하면서 지원을 받았고, 학위를 마친 이후 약 3년동안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연구소의 10년은 내게 있어서 대학원 7년, 이후 3년의 근무 기간과 일치하는 기간이었고,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설 수 있도록 도와준 중요한 기회였다. 연구소 10주년 기념행사로 home-coming day를 한 것이었는데, 여기에 온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많은 감회가 있을 것이고, 특히나 연구소를 창립하고 운영해 온 노경태 소장님께는 특별한 느낌이 있었으리라. 나도 연구소에 들어온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연구소의 10년에 대해 나름대로 특별한 감회를 느끼게 되었다. 연구소가 세계적인 연구 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재정 자립을 이루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관련 법규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렵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재정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추어진다면 한국에서의 역할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학문적인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