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rality: 이해하기 힘든 자연의 선택, Mirror Life에 대한 우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의 생명체들은 모두 한 방향의 거울상 이성질체로 이루어져 있다. DNA와 RNA는 오른손형 뉴클레오타이드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아미노산은 왼손형이다. 작은 유기분자를 다루는 유기화학자에게 chirality는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인데, 재미있는 사실은 실험실에서는 다른 chiral 분자의 도움 없이 chiral 분자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세상은 이미 chiral 분자로 가득차 있으니 chiral 분자를 실험실에서 만드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세상에 생명이 태어나기 전에 chiral 분자가 있었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고,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첫번째 분자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의 chirality에 의해 한쪽으로 고정되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기원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chirality 역시 첫번째 chiral 분자라는 기원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실험실에서 만들어내는 분자의 chirality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당연히 반대 방향의 생체 분자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지 않을리가 없다. 즉 왼손형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DNA, RNA 그리고 오른손형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 단백질 말이다. 이런 분자들을 사용한 생명체를 ‘mirror life’라고 부르는데, 이에 대한 주의 환기를 요구한 ’Confronting risks of mirror life’라는 제목의 논문이 2024년 12월 12일에 사이언스지에 발표되었다. 무려 George M. Church, Craig Venter, Jack Szostak을 포함한 저명한 과학자 41명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mirror life를 연구하는 이유와 그에 대한 주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정확하게 같다. 현재의 생명체 시스템이 사용하는 machinery는 모두 왼손형 아미노산을 사용한 단백질이고 오른손형 뉴클레오타이드와 왼손형 아미노산을 인지하여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만약 왼손형 뉴클레오타이드나 오른손형 아미노산을 사용한 단백질이 있다면, 현재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으로는 그걸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물론 mirror life가 가능해지려면 그런 분자들을 처리할 수 있는 machinery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게 지금 과학 수준에서 가능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데 이 논문의 저자들은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면 mirror life 자체 또는 그 구성 성분 분자들을 이용해서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왼손형 DNA에 원하는 정보를 저장한다면 이 DNA는 생명체에 의해 손상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기 때문에 훌륭한 정보 저장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 잘 분해되지 않는 (적은 양으로 오랫동안 약효를 유지하는), 그리고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는 단백질 기반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물론 risk들도 정확하게 동일한 방식이다.
- Mirror life는 현재의 생물 시스템이 처리할 수 없으므로, 보건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 잘 분해되지 않는, 그리고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는 약물의 잠재적 위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광대한 우주에 지구의 것과 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 생명체가 지구와 같은 분자들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동일한 물리학 법칙이 적용된다면 사용할 수 있는 원자의 종류는 같을테니 어떤 면에서 봐도 탄소를 기반으로 한 분자들이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분자들이 어떤 chirality를 갖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Central Dogma를 기준으로 볼 때 이론적으로는 네 가지 경우(왼손형 뉴클레오타이드 + 오른손형 아미노산이 한 경우라면, 두 가지 분자에 대해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하므로)가 있을 수 있고, 우리는 우리와 다른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그 시스템에 대응하는 방법을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의 인공지능 연구는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사실 대부분의 과학 분야는 이렇게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AI의 발전이 가져온 합성생물학 분야의 발전은 또다른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서 합의된 상황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전에 특정 지점 이상으로 발전되어 접근성이 높아졌을 때를 가정하는 것은 결코 쓸데없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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