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이야기 1 춘추의 설계자 관중

관중의 사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경제학의 입장에 서 있다. 그것도 오늘날의 협소한 경제학이 아니라 방대한 스케일의 정치경제학이다. 관중의 사상은 유학의 사상보다 밑바닥을 훨씬 잘 이해했다.

232 페이지 (리디북스 기준)

관중은 분업과 클러스터를 통해 지식(사), 농업(농), 공업(공), 상업(상)의 생산성을 동시에 늘리자고 주장한다. 농업을 위주로 하되 공업과 상업도 국가의 근간이 된다는 것이다. 경제이론의 일대 전환이다. 그 이면에는 관중식의 ‘노동가치이론’이 있다. 관중은 노동생산성을 국력의 척도로 보았다. 농업을 위주로 하되 공업과 상업을 천시하지 않는 것이 관중의 이론이다. 공업은 생산성을 발달시키는 도구였으며, 상업은 물가를 조절하는 도구였다.

302 페이지 (리디북스 기준)

관중은 착하지만 당하며 사는 사람보다는 강하지만 덜 괴롭히는 사람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자 제나라의 주변국들은 관중의 관대함을 칭찬했다. 국제관계에서 그는 민족 간의 평등이 아니라 존왕양이를 주창했다. 그러자 공자는 “관중이 없었으면 중국이 다 오랑캐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칭찬했다. 차선을 행하면서도 이렇게 칭찬받는 것이 관중의 특징이다.

378 페이지 (리디북스 기준)

춘추전국시대는 중국의 사상이라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인류의 사상이라는 측면에서도 그 다양성이 최고로 발휘된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공자와 맹자를 포함한 유가 사상이 (다른 사상들과 경쟁하며 혼합 변경되기는 했지만)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동아시아 전체의 지배적인 사상이 되었지만, 그 날것의 사상은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의 시기에 배태된 수많은 생각들 중의 하나였으며 백가쟁명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그 사상들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기도 하는 관계였다.

이 책은 (이전에 이 시대를 다룬 대부분의 책들이 그랬듯이) 단순히 춘추전국시대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고 그로부터 단순한 교훈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위에 언급된 것과 같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그것이 갖는 의미를 현대적인 의미에서 재해석하고 돌아보는데 그 목적이 있다. 관중을 정치경제학에 기반을 둔 사상가로 본다는 점, 그리고 거기에 노동가치이론이 있다고 해석하는 식이다.

이런 해석은 춘추전국시대를 정치, 경제적인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 역사의 배경이 되는 중국 지역의 지리적인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지리적인 특징을 어떻게 이용하고 극복하는가가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시대의 이야기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곳에 살고 있지도 않고 가보지도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 부분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그 부분에서 이 책이 갖는 가치가 있다. 나도 나름대로는 중국의 역사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본 축에 든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처럼 각 나라들이 어떤 환경에 있었고 그 지리적인 특징이 어떤 대응을 만들어냈는지를 명확하게 풀어서 설명해 준 책은 없었다. 좀더 구체적인 측면에서는 삼국지의 제갈량이 스스로를 관중에 비교했다고 했을 때 그 의미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이 책만큼 명확하게 설명해 준 책은 없었다.

모두 11권이나 되는 긴 시리즈이지만 첫 책에서부터 이렇게 설득력있는 방식으로 시작을 하니 나머지 10권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나머지 10권을 모두 읽고 나면 중국의 (아니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선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11권을 모두 읽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그냥 1권만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