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마음의 탄생 (레이 커즈와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낙관론과 비관론. 물론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데에도 이 두 가지 관점이 있을 것이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긴 책은 팩트풀니스였다.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사실에 의거해서 보도록, 그래서 더욱 낙관적으로 보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쨌든 인류의 삶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마음의 탄생 역시 낙관론을 기저에 깔고 있는 책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은 어떤 면에서는 너무 순진하게 상황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의 경로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술적인 내용에서 보자면, 모든 디테일을 정확하게 재현하지 않고서도 전체의 기능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마 가장 중요한 내용일 것이다. 실제로 어떤 기능을 모사하는 시스템을 만들 때 내부적인 구성 요소들이 모두 일대일로 일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로서 모사가 가능한 시스템이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여기서 기능의 모사가 특정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전제를 잊으면 안된다) 세부 구성 요소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은 그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정보가 되는 것이다. 물론 부분과 전체 사이의 어떤 지점에 부분의 합과 전체가 극적으로 달라지는 어떤 포인트가 있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예를 들면 나노 입자의 성질) 그런 포인트를 발견하는 것조차 전체 시스템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더욱 쉬워지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과 관점으로 생각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시스템이 생각처럼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단순한 방식의 조합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배우게 된다면 이 책으로부터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커즈와일이 보여준 낙관론을 조금 끼얹는다면 미래 사회를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레이 커즈와일만큼 낙관적이지는 않고 그보다 아주 조금 뒤쳐져서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보다는 더 앞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