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 익숙함과 새로움
예배인도자컨퍼런스 2007 음반을 들었다. 대부분의 곡들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곡이었고, 이미 어노인팅 시리즈를 통해 찬양 인도를 해 왔던 강명식, 박철순, 이길우, 김영진 등 익숙한 분들이 찬양 인도를 맡았다. 최근에 들어서는 가요와 CCM의 음악적인 수준에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도리어 많은 경우에, 예산을 충분히 들여서 만들 수 없는 가수들의 음반보다는 도리어 CCM 음반들이 음악적 수준이 높다. 이 음반 역시 세션의 음악적 수준은 매우 높아서, 심지어는 미국의 워십 음반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아쉬움을 주던 녹음이나 믹싱같은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컬 부분, 그리고 음악적 아이디어의 다양성이다. 이 음반을 들을 때 (합법적으로 입수한) wma 파일을 aac로 인코딩하여 iPod에서 들었는데, 그러다보니 CD 번호가 매겨지지 않아서 CD1과 CD2의 음악이 뒤섞여 있는채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CD1과 CD2의 앞부분에 있는 찬양들은 모든 부분에서 유사하지만, 음악적인 아이디어에 있어서는 강명식씨 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찬양 인도라는 것이 음악적인 재능을 자랑하는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음반화되어 사람들에게 들려질 것이라고 한다면 음악적으로 뭔가 새로운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곡들이 그리 새롭지 않은, 이미 익숙한 곡들이라고 할 때, 그런 익숙함에 편승하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새 노래로 여호와를 찬양하라는 시편의 말씀에 더 어울리는 것이리라. 내가 강명식의 음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지금까지 나온 모든 어노인팅 음반 중에서 5집이 가장 좋았고, 그 음반 중에서 내 슬픔 변해 한 곡을 제외하면 모든 곡이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음반에서도 역시 강명식씨가 인도하는 CD1의 여섯번째 곡까지는 감탄과 전율을 느끼면서 감상할 수 있었다. 내가 이런 상황에서라면 어떤 식으로 노래를 할까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으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었다. 나머지 곡들 역시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매우 잘 만들어졌고, 내가 만약 현장에 있었다면 매우 은혜롭게 느꼈을 것 같다고 생각되지만, 음반으로 듣는 입장에서는 매우 평이했고 굳이 끝까지 들어봐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다 들었다.) 익숙한 음악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어렵다. 요즘 가요계에서는 많은 가수들이 이른바 리메이크 음반을 내고 있는데, 이들 중에서 발라드를 단순한 보사노바로 만드는 것 이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것이 별로 없고, 그래서 잘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음반에서는 단순한 코드의 노래들에 재즈 풍의 화음을 넣음으로서 분위기를 새롭게 하고 있는데, 실제 교회에서 연주되고 불려지는 노래들이 매우 단순한 코드 진행과 리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아이디어와 연주 기법은 열심히 연습해둘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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