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어원사전
짧은 평: 정말 재미있는 수다의 향연. 모든 사람에게 추천!
책은 도대체 왜 읽는 것일까? 우스운 질문이긴 하지만, 사실 책은 재미있기 때문에 읽는 것이다. 특히나 특별한 목적(회사에서 어떤 책을 읽으라고 숙제를 내 주었다거나)을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면 재미가 없는 책은 읽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보통 재미있는 책은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흡입력이라고 부르는 책의 힘 표현하는 말을 생각해 볼 때 떠오르는 책들이 대체로 소설인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은 말 잘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다. 소설처럼 잘 짜여진 구도를 가진 이야기가 아니어도, 머리를 치는 반전이나 숨겨진 이유를 찾는 재미를 주는 이야기가 아니어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어도 어떤 사람들의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당긴다.
이 책의 저자인 마크 포사이스야말로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이런 친구가 있어서 끊임없이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면 가끔은 도망치고 싶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책으로 써 놓으면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으니 나쁜 점이라고는 없는 것이다. 언어의 기원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정말 흥미로운 주제인데다가, 영어라는 언어는 서구의 많은 문화 속에서 수많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해 왔고 영국과 미국이 차례로 세계의 패권을 잡으면서 세계어의 위치를 공고하게 해온 터라 이런 어원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독점적으로 사용되면서 최근까지도 매우 적은 수의 외부 언어와만 교류를 해 온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그런 면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마존 e-book으로 먼저 읽다가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한국어 번역본을 다시 읽게 된 것이라 무작정 원문을 읽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르게 독서를 마칠 수 있었다. 원문으로 읽기를 다시 시작하면 전보다는 훨씬 빠르게 진도가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법이니까. 이런 책이야말로 깊게 정독하는 것보다 빠르게 여러번 읽는 것이 훨씬 좋다. 주변에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 있으면 함께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주 좋을 것이다. 아들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