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탄생>을 읽고
<한국인의 탄생>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파헤치는 책이다. 이 책을 쓴 홍대선 작가는 딴지일보에 <테무진 to the 칸> 이라는 글을 연재한 적이 있는데, 이 글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 때문에 책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홀린 듯이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읽어버렸다.
작가는 특히 단군, 고려 현종, 그리고 정도전 세 사람을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단군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응전을 요구했는지, 고려 현종은 고려-거란 전쟁이 어떻게 한 민족으로서의 일체감을 형성했는지, 그리고 정도전은 개인이 국가를 향해 갖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인간에게 객관적인 견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한계들을 받아들이면서 익숙한대로 살기 때문이다. 우리 삶과 관련된 대부분의 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여야 삶이 편해지지만, 최소한 아주 일부분은 의심할 수 있어야 진보를 이룰 수 있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은 너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드는 일이고, 아무 것도 의심하지 않으면 집단 속의 하나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인으로서 작가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을테지만, 이런 숙고의 내용을 읽는 것은 그 내용을 동의하든 하지 않든 상관 없이 스스로를 이해함으로써 진보를 위한 의심을 시작하는데 대부분의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세 가지 주요 주제가 모두 흥미로운 지점이지만, 특히 정도전으로 대표되는 조선 건국 세력의 정치 철학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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