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pond로 악보 그리기
악보 조판 프로그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램은 아마도 Encore, Finale, Sibelius 정도일 것이고, 좀더 접근하기 쉬운 프로그램으로는 NoteWorthy Composer가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WYSWYG 에디터라는 점이다. 즉, 눈으로 악보를 보면서 만들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단 인터페이스에 적응하기만 하면) 비교적 쉽게 악보를 만들 수 있다. 대신 수많은 마우스질을 해야 한다는 점은 복잡한 악보를 그리는데 있어서는 매우 불리할 수도 있는 방식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나름 단축키 등을 사용해서 쉽게 작업을 하겠지만…) 게다가 모두 유료 프로그램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앙코르가 $349, 피날레는 $600, 시벨리우스는 그보다 더 비싸고 (웹페이지에 가격이 없지만…), 그리고 가장 기능이 적고 간단한 NoteWorthy Composer가 $39이다.
워드와 같은 WYSWYG 에디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TeX과 같은 강력한 도구가 있는 것처럼, 위에 언급한 프로그램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Lilypond를 쓸 수 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GPL로 공개되어 있는 오픈 소스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TeX과 마찬가지로 입력과 출력이 구별되어 있다. 즉, 입력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text 파일로 하고, 이 입력값을 해석 엔진이 받아서 postscript 파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환된 postscript 파일은 직접 출력에 사용하거나, pdf, eps, png 등의 다른 포맷으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다.
Lilypond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지고 널리 쓰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유용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입력이 간편하고 쉬워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 Lilypond는 TeX에서 사용하는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입력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ps나 eps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TeX에 직접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실 나는 TeX을 써 보려고 오랫동안 노력을 했지만 결국 실패해서 TeX과의 연동은 큰 매력이 아니다)
맥에서 설치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이 사이트에서 레퍼드용 바이너리를 받아서 설치했다. (거의) 모든 맥 응용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다운받은 후에 Applications 디렉토리에 넣어주면 설치는 끝이다. 나는 TextMate를 주 에디터로 쓰고 있는데, 고맙게도 Lilypond 번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번들은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쉽게 설치할 수 있다.
mkdir -p /Library/Application Support/TextMate/Bundles cd /Library/Application Support/TextMate/Bundles svn co http://macromates.com/svn/Bundles/trunk/Bundles/Lilypond.tmbundle/
이제 TextMate 창에서 lilypond 입력 파일을 작성하고 Command+R을 누르면 자동으로 변환하여 pdf를 띄워준다. 변환을 해야만 출력을 볼 수 있다는 면에서 자주 틀려가면서 입력을 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좀 불편할 수 있는데, 일단 주로 사용하는 악보의 종류에 따라 적당한 나름대로의 템플레이트를 만들어놓은 이후에는 큰 불편 없이 고품질의 악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요즘 버전에서는 UTF-8의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다국어 입력을 쉽게 할 수 있고, 한글의 경우에도 시스템에 있는 글꼴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