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이 윈도우보다 좋은 이유

나는 93년에 처음 내 컴퓨터를 갖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윈도우 운영체제만을 사용해온 일반적인(!) 한국 컴퓨터 사용자이다. 도스, 윈도우 3.1, 윈도우 95, 윈도우 98, 윈도우 2000, 그리고 윈도우 XP에 이르기까지 (윈도우 비스타는 아직 안 써봐서 모른다) 충실하게 업그레이드를 해 왔고, 부끄럽지만 도스, 그리고 노트북에 기본 제공된 윈도우 XP를 제외한 운영체제는 내 돈을 주고 사 본 일이 없었다. 대학원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99년쯤부터는 리눅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해 왔고, 지난 4월에 맥북을 구입하면서 처음으로 맥을 사용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맥북 구입 이후로는 특별히 윈도우에서 해야 할 작업(아래아한글 문서 작업, 온라인 결제 정도)이 아닌 이상은 모두 맥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맥이 윈도우보다 좋은 이유 몇 가지를 생각해 보고 정리하게 되었다. (물론, 윈도우가 맥보다 좋은 점도 없지는 않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도 없이 반복되어 오던 이야기이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서 개종(!)시킬 생각이 없는 이상, 그냥 다른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그만이기 때문에 논쟁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 바이러스 걱정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있기 힘들다. 실제로 윈도우에서는 수많은 바이러스 덕분에 백신이며 방화벽이며 하는 것들을 꾸준히 최신으로 유지해 주어야 한다. 맥을 처음 사용하게 된 이후로 가장 편안한 점은 맥에서는 바이러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물론 윈도우에서도 업데이트에 신경을 써 주고, 의심스러운 파일은 실행하지 않으며, 이상한 웹 주소로는 접속을 하지 않는 정도의 노력만(!) 해 주면 바이러스에서 비교적 안전할 수 있다. 좋은 백신 프로그램을 사서 자동으로 업데이트를 해 두고, 윈도우 업데이트를 잘 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맥에서는 아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그냥 바이러스라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리눅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맥은 잘 구성된 유닉스와 같기 때문에, 좀더 실험적이고 다양한 구성이 가능한 리눅스와 달라서, 어떤 면에서는 리눅스보다도 더욱 단순하게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다.

  2. 데스크탑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쉽다. 사실 이 점은 내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맥에서는 모든 프로그램의 실행창을 숨길 때 Option+H 단축키를 사용한다. 그럼 창이 사라지고, 나중에 dock에서 꺼내기만 하면 다시 프로그램을 불러올 수 있다. 숨기지 않고 그냥 사용을 할 때는 F9 키를 누름으로서 익스포제라는 기능을 사용하여 여러 창 중에서 원하는 창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Alt+Tab 연타(윈도우와 맥에서 모두 가능)에 비해 좀더 직관적인 방법인 것 같다. 나는 컴퓨터를 쓰면서 데스크탑을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어하는데, 바탕화면뿐 아니라 윈도우의 작업줄(맥의 dock) 부분 역시 잘 정리해놓는 것을 원한다. 이 위치에서도 (작은 아이콘 +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윈도우에 비해서 (큰 아이콘)으로만 되어 있는 dock이 더 깔끔해 보인다. 투명도 같은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3. 기본 어플리케이션이 뛰어나다. 윈도우에 기본 제공되는 어플리케이션 중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이라면 윈도우 익스플로러,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아웃룩 익스프레스, 탐색기, 메모장, 계산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없다. 익스플로러의 경우 7 버전에서는 좀 나아지긴 했어도 active x 때문이 아니라면 파이어폭스오페라에 한참 밀리는 것 같다. 윈도우에서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WMP를 쓰는 사람에 비해서 곰플레이어, KMPlayer, 윈앰프, 푸바 등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아웃룩 익스프레스는 유일하게 내가 인정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나는 선더버드를 쓰고 있기 때문에 패스. 탐색기의 불편함은 많은 사람들이 좋은 파일 관리자를 찾아 헤매도록 만들고 있으며, 내 선택은 Total commander이다. 메모장을 쓰는 것은 가볍고 빠르기 때문이지만 그에 걸맞게 기능적인 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웬만한 유저라면 아크로에디트, 에디트플러스, 울트라에디트 등의 다른 텍스트 에디터를 사용할 것이다. 이에 비해 워드패드는 특별히 쓸데가 없다고 느끼는 사용자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계산기? 이건 그냥 패스. 그런데 맥에서라면 좀 사정이 다르다. 사파리, 메일, iTunes, 파인더, 텍스트에디터 등이 모두 그 계열의 소프트웨어 중에서는 가장 쓸만한 것들이다. 물론 여러 종류의 대안들이 존재하고, 그 대안이 훌륭한 경우도 있지만, 기본 프로그램만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에 iLife(iPhoto, iMovie HD, GarageBand)가 기본 제공되고 iCal, 주소록 등이 정말 쓸만하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들이 서로 훌륭하게 연동되기 때문에 통합적인 어플리케이션 운영이 이렇게 편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윈도우에서라면 수십가지, 혹은 수백가지의 어플리케이션 통합 솔루션이 있을 것이고, 어느 것 하나도 이 정도의 만족감을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게 된 맥용 어플리케이션 이야기를 참조)

  4. 좋은 유닉스 환경을 제공한다. 물론 윈도우 환경에도 cygwin이라는 훌륭한 유닉스 환경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응용 프로그램의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일뿐, 바탕이 FreeBSD 기반인 맥 OS와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맥 OS는 그 자체가 유닉스로서, 리눅스라는 자유 운영체제의 장점을 거의 그대로 흡수할 수 있고 매우 유연하다. 기반이 유닉스라는 것은 바이러스 문제나 보안 문제에 있어서도 유리하지만, 시스템 자체의 안정성 측면에 있어서도 윈도우에 비해 근본적인 장점을 지닌다. 이 유닉스 환경이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초급 수준을 벗어난 컴퓨터 사용자에게는 굉장히 큰 장점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내게 맥이 윈도우보다 쓸만하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한국에서의 특수성, 즉 active x의 문제 때문에 맥에서도 Parallels를 이용한 윈도우 사용을 계속하고 있지만, 내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살고 있다면 윈도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모든 것을 윈도우 기반에서 해야 하는 잘못된 환경이 많이 개선이 될테고, 그렇게 되면 맥을 쓰는 일이 더욱 즐거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