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주얼 게임: 수도쿠

수도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주얼 게임이다. 아래 왼쪽 그림과 같이 비어있는 칸을 모두 채워서 오른쪽 그림과 같이 만드는 것이 게임이 최종 목표이다.

이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몇 가지 있다.

1. 규칙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모르는 것을 배울 때는 체계적으로 규칙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그런 규칙을 체득하게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방법은 효율적이지 않다.
2. 많이 플레이하다보면 규칙을 잊게 된다: 규칙을 배우고 그걸 계속 사용하다보면 그게 내가 배운 규칙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고 플레이하지만 계속해서 규칙을 쓰고 있는 상태가 된다.
3. 제약 조건을 종합하면 해법이 나온다: 결국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주어진 제약 조건을 이해해야 한다. 그걸 발견하지 못하면 여러 솔루션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 없다. 해법이 안보인다는 것은 숨겨진 제약 조건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 때로는 힌트가 필요하다: 내 힘으로 풀고 싶지만, 막다른 골목에 봉착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힌트가 필요하다. 고민없이 사용하는 힌트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긴 고민 후에 힌트를 사용하면 내가 무엇이 모자랐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세상의 많은 일은 수도쿠 게임과 같다.

무슨 일이든 잘 하려면 규칙을 배워야 한다. 내가 플레이하는 Good Sudoku by Zach Gage 게임에서는 모두 서른 가지의 technique을 알려주고 있고, 이걸 모두 마스터하면 “Impossible”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게임을 모두 클리어할 수 있다. 배우지 않고 일하는 것은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방법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일에 익숙해지면 규칙은 점점 의식의 내면으로 잠재된다.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규칙이 실행되는 상태가 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모든 일의 해법을 찾아내려면 주어진 제약 조건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 그걸 종합하면 택해야 하는 유일한 선택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면 힌트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했던 모든 시간이 그 힌트의 가치를 알게해 줄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일이 수도쿠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업무를 위해 배워야 하는 규칙은 그 종류도 많고, 그 효용성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먼저 배우고 실행해야 하는 technique이 있는가 하면, 많은 실행을 통해 배워야만 효과를 발휘하는 technique도 많이 있다. 사실 보통은, 이 technique을 배우는데 시간을 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또다른 문제가 된다. 규칙은 세상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해서, 어느샌가 내가 배운 규칙은 과거의 것이 되어 버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규칙들이 나오고, 이걸 배운 사람들이 나를 대체하려고 한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제약 조건을 이해해야 하지만, 어떤 제약 조건은 거부할 수 없는 반면 어떤 제약 조건은 극복해내야만 하는 장애물이다. 모든 제약 조건이 같은 비중을 가진 것이 아니어서 복수의 제약 조건 중에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을 극복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은 경우에 숨겨진 제약 조건을 모두 찾아내면 해법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문제 풀기를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그 일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지만,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전문가들이 사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내게 힌트를 요청하고 싶어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임을 깨닫게 된다. 힌트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은 더 크고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서 내가 겪는 쉬운 문제에 힌트를 주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않거나, 내게 굳이 힌트를 줘서 나를 자신의 경쟁자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 힌트는 너무 일찍 주어져서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처박아 두거나, 너무 늦게 주어져서 이미 포기한 후에 의미없이 내던져진다.

무엇보다 수도쿠는 하고 싶은만큼, 풀고 싶은 만큼 풀 수 있지만, 인생의 많은 문제들은 그걸 풀기 위해 몇 번 시도할 수 있는지 미리 알 수가 없다. 어떤 문제들은 한 번의 실패 후에 영원히 나를 떠나버리고, 또 다른 문제들은 풀고 싶지 않아도 끈질기게 내 삶 주위를 맴돈다.

* 이 글의 drug discovery 영문 버전을 https://dohatae.tech/lessons-from-sudoku-insights-for-drug-discovery.html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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