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배기 아이에게도 쉬운 아이팟 터치
검은색 아이팟 비디오를 구매한지 3년이 되었다. 최근에는 애플 사용자들도 애플 제품의 마무리에 대해 많은 불평을 하지만, 나는 이 아이팟 5세대의 구매에서부터 맥북에 이르기까지 그런 불평할만한 일을 겪어보지 않았다. 아이팟 5세대 역시 지금까지도 할 일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사실 아이폰이 나오면 그걸 살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애플포럼의 해당 글타래에 20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오는 동안 아이폰 한국 발매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여러 소식통을 통해 들려오는 것은 아이폰 발매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들이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너무나 많은 설왕설래가 있기 때문에 뭐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결국 아이폰이 오지 않는다면 갈 길은 터치 뿐이었다. 아이팟 터치 2세대는 비싼 기기이지만 나름 그 값을 하는 기기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터치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이 기기를 단순한 미디어 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기기로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보는 시간만큼이나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시간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이 기기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내가 쓰고 있는 유료 어플리케이션들은 Advanced English Dictionary, Classics, 그리고 Things 등 세 개다. 모두 터치라는 기기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어 준다는 점에서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당연히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무료 어플리케이션들을 쓰고 있다. 그 중에서도 Stanza, Discover, Bible, Wikiamo 등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들이다. 아이팟 터치라는 기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많은 리뷰와 사용자들의 경험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내가 굳이 그런 내용에 대해 이 블로그에 적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번들 이어폰의 성능이 5세대 때와는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만큼 좋아졌다는 사실만큼은 언급해야겠다) 다만, 내가 좀 놀랐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제 네 살 먹은 아들 도람이가 이 기기를 매우 신기하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게 “그거 줘” 하고 떼를 쓰더니 혼자 가져가서는 이것저것 만져보는 눈치다. 사실 아이가 이런거 만지면 뭘 어떻게 해 놓을지 모르기 때문에 뒤에서 몰래 무슨 일을 하는지를 지켜봤는데, 처음에 홈 버튼 누르고 손으로 슬라이드 바를 움직여서 잠금해제하는데 단 3초도 안걸렸다. 그러더니 이것저것 깔려있는 아이콘들을 누르면서 나름대로의 탐험을 하는거다. 그리고는 이내 깔려 있는 게임들, 예컨대 Labyrinth LE, ESPN Cameraman 같은 것들을 실행하면서 논다. (Labyrinth LE는 데모로 10개의 레벨만 지원하는데, 도람이는 특히 다섯번째 레벨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자기가 쉽게 깰 수 있으니까. 사실 이 레벨을 하면서 도람이처럼 한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20초 가량이 걸렸었는데, 도람이는 터치를 약간 기울이더니 1.5초만에 이 레벨을 깨 버리고 말았다.) 물론 MiniPiano, BeatBox free같은 간단한 인터페이스의 음악 프로그램도 아주 좋아한다. 자기가 노래를 부를테니 아빠는 피아노로 반주를 하라는 말도 잘 한다. 요즘은 내가 팟캐스트 비디오를 보는 것을 한 번 보더니, 자기가 가지고 놀다가 재미가 없어지면, 팟캐스트 비디오 (특히 Rachel Maddow 쇼)를 틀어서는 내게 보여준다. “아빠, 이거 보고싶었지?” 하면서 말이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 아이팟 터치라는 기기가 얼마나 사용하기 쉽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다른 PMP 기기들, 아니면 핸드폰들하고 비교를 해 보면 ‘쉽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누구든 보면 배울 필요 없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기기. 그게 바로 아이팟 터치이고, 그게 이 기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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