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신을 추모합니다
십자가의 길을 말하는 나보다 당신은 더 당당하게 고난의 길을 걸었습니다.
값싼 회개에 익숙해져 있던 나보다 당신은 더 철저하게 자신을 부끄러워 했습니다.
당신이 이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시대 정신이었음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당신이라는 시대정신을 안고 갈 수 있을만큼의 깜냥을 갖지 못한 것이 부끄럽습니다.
이 사회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에게 더 살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에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 그래도 자신의 시대를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윤동주 이후로 부끄러움을 아는 당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 나라의 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소수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또 그렇게 힘든 길을 걸어갈 것이고, 그 길은 언제나 그렇게 험한 길로 남아있겠지요.
그래도 당신 덕분에, 내가 싸워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는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실망하지 않고,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싸워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