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선정 2024년의 단어: Brain rot
‘Brain rot’ named Oxford Word of the Year 2024 - Oxford University Press 이런 글을 봤다. Brain rot
이라는 표현은 우리말로 하면 뇌가 썩었다
또는 뇌가 절여졌다
정도가 되겠지. 사소한 정보를 과다소비함으로서 정신적 지적 상태가 퇴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여기서 사소한 정보란 대체로 SNS에서 소비하는 정보들을 이야기한다.
도전적인 정보를 접하는 것은 뇌가 썩거나 절여지는 이런 상태를 피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도전적인 정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성과 감성을 충분히 동원해야만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를 이야기한다. 떠먹여주면 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씹어야만 소화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지금 시대에 도전적인 정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충분히 긴 시간을 들여야만 소화할 수 있는 정보는 어떤 것일까? 논문을 읽고 정리하는 것,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영화를 보고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고 비판해 보는 것 등이 이런 도전적인 정보를 소화하는 일일텐데, 이런 활동들의 공통점은 결국 감각으로 주어지는 내러티브를 해석하고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감각으로 주어지는 내러티브는 언어를 의미하고, 언어가 가지고 있는 명시적인 뜻과 맥락에 숨어있는 뜻을 모두 이해해야만, 즉 해석할 수 있어야만 적용이 가능해진다.
아직도 진행형인 2024년 12월 3일 계엄령 선포 사건을 생각해 본다. 나는 이 사건을 친위 쿠테타
로 해석하지만,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굳이 스스로 해석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신뢰하는 누군가가 떠먹여주는 해석을 그냥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사람이 모든 일을 다 스스로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스스로를 전문가라 믿을 수 있는 좁은 범위의 일에 대해서는 그런 해석과 적용의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지만, 모든 일에 대해 그런 에너지를 쓰기에 우리 삶은 이미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뇌가 썩거나 절여진 상태로 주어진 해석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은 안된다. 내 전문 분야가 아니더라도 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에너지를 써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스스로가 충분한 에너지를 써서 이렇게 하고 있는지를 의심하는데 반해, 뇌가 썩은 사람들은 스스로가 이런 상태에 있는지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좀비가 되는 것이다.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것은 특별한 사악함이 아니라 평범한 게으름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