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극중 앙코르 - 해프닝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추가 내용 (2024. 9. 12)

Angela Gheorghiu's Management Releases Statement Clarifying Seoul Incident - OperaWire OperaWire

안젤라 게오르규 측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 공연 중에 앙코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지휘자 및 제작팀과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합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휘자가 2막 시작 전에 유명 아리아 "음악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앙코르로 연주하자는 제안을 했고, 안젤라는 그걸 거부했다.

만약 안젤라 측의 입장처럼 앙코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지휘자 및 제작팀과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제작팀은 사전에 합의된 내용이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한다. 안젤라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는 그 이후에야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원 글 (2024. 9. 9)

"앙코르 하지 마" 공연 중단…커튼콜도 안 나온 월클 소프라노 | 중앙일보

왕년 디바’의 안타까운 무대… 게오르규의 토스카 | 한국경제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한때 세계 오페라계를 주름잡던 최고의 소프라노였다. 1965년생이니, 조수미와 비슷한 나이대라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토스카라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수많은 배역 중에서도 그녀에게 가장 잘 맞는 배역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 그녀가, 카바라도시 역의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 아리아를 부른 후 끊어지지 않는 박수에 해당 아리아를 한 번 더 부르자, 손을 휘두르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멈추고 앙코르를 중단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커튼콜 시간에도 무대 중앙까지 나오지 않고 중간에서 다시 들어가 버렸다 (이 부분은 중앙일보 기사 페이지에 있는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에 링크한 두 기사는 모두 안젤라의 잘못을 부각시키는 뉘앙스이다. 중앙일보 기사는 안젤라가 중단시킨 것이 아리아의 앙코르였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게 적었고, 한국경제 기사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안젤라의 노래가 매우 안좋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세종문화회관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은 안젤라 게오르규 측에 강력한 항의 표시와 함께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중앙일보 기사에는 오페라 극중 앙코르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적혀 있다.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청중의 요청을 무시하고 음악을 진행시킨 것으로 유명한다는 것,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연대의 딸" 중 "아! 친구들이여" 아리아를 밀라노 극장에서 앙코르로 불렀다는 이야기, 그리고 201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은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부르자 안젤라 게오르규가 그 다음 장면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는 일화까지.

그런데 이 세 개의 일화 중에서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 사건은 세번째 사건이다. 같은 오페라이고 시점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가 일어난 일과 그 결과가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오페라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한다면 전체가 통일성 있게 짜여지는 것을 원할 것이고, 오페라를 독립된 가수들의 합동 공연처럼 생각한다면 중간에 유명한 아리아를 앙코르로 부르는 것이 관객을 위한 좋은 퍼포먼스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양쪽 모두 여러 사례들이 있으니 누가 맞고 틀리냐를 정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이게는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예술가에게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사과까지 하라고 말한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해프닝일 수는 있지만, 뒤에 나오는 기사들이 편향적으로 또는 악의적으로 보이는데다가 사과까지 요구한다는 내용이 뒤따라 나오니 말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문화의 변방이 아니다. 가수를 향해 야유를 퍼붓는 것은 오페라의 본 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니 큰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관객이 그렇게 자신들의 감정을 편안하게 표출해 주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예술가들에게는 더 좋은 피드백이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이미 전례를 통해 가수의 생각을 미리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공연의 매니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이런 부분까지 예상하고 챙기기 어려운 것은 맞겠지만, 일이 벌어진 이후에 가수에게 사과를 요청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일처리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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