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한가운데
올해 열번째로 읽은 책은 윈스턴 처칠의 수상록인 폭풍의 한가운데이다. 영국인에 의해 '가장 위대한 영국인'으로 선정된 처칠은 정치가이자 군인이었고, 전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가이기도 했다. 사실 부끄럽게도 처칠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다. 그저 피상적으로 그에 대한 몇몇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 뿐, 전기나 자서전 같은 것을 읽어본 일이 없었다. 게다가 처칠이 온 몸으로 겪은 전쟁과 영국의 정치적인 상황 역시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나오는 많은 부분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그는 영국의 귀족 출신으로서 지금의 내 상황에 비하면 훨씬 더 긴박한 삶을 살았으며,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 현명하고 뛰어나게 대처를 함으로서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다. 사실 나보다 한두세대만 위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한국에는 처칠의 환경이 우습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무시무시한 환경을 견디며 삶을 살아야 했던 선조들이 있다. 처칠의 삶 속에 배워야할 부분이 있는 것처럼 그들의 삶 속에도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 정작 문제는, 이렇게 나보다 앞서 삶을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혹은 그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무관심에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도무지 내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닫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