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ando Villazon
한참 포스트 3테너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던 적이 있었다. 90년대말에서 2000년대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안, 그러니까 3테너 콘서트의 상업적인 성공과 음악적인 실패 이후에 이런 이야기가 많았고, 나 역시 3테너의 시대가 간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물론 2000년대에 보여주고 있는 도밍고의 놀라운 활동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
포스트 3테너로서 가장 많이 거론되던 사람들은 이미 정상에 올라있는 알라냐, 멋진 스핀토 음색만큼이나 특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호세 쿠라 등이 있었다. 사실 나는 호세 쿠라를 좋아해서 그가 낸 음반들은 거의 사 모을 정도였다. 쿠라의 음색은 도밍고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고음에서의 어택은 도밍고에 비해 훨씬 짜릿하고 힘이 있다. 부드러운 표현에 있어서는 도밍고에 한참 못미치지만, 멋진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은 이런 단점을 커버해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래만 놓고 보면 3테너에 못미친다고 볼 수 있다. 알라냐 역시 뛰어난 테너임에는 분명한데, 최소한 나에게는 3테너만큼의 어떤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테너가 바로 롤란도 비야손이다. 아쉽게도 비야손이 등장했을 때는 내가 CD를 더이상 사지 않게 된 때였기 때문에 그의 음반을 듣지 못한 나로서는 항상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고, 3테너의 후계자라는 소리도 그냥 상업적인 선전문구에 지나지 않을거라고 지레 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실시간 음악감상 사이트인 마이리슨에 비야손의 음반 두 개가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장 그의 이탈리아 아리아 모음집부터 들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의 프랑스 아리아 모음집을 듣고 있다.
이건 완전 대박이다!! 도대체 이런 테너의 음색을 이제야 듣게 되다니... 사실 음반 한 두장을 듣고 한 사람의 가수를 평가하는 것이 좀 빠른 것이기는 하지만, 비야손의 음반은 그가 차세대 테너의 선두주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노래의 시작은 도밍고를 연상시키는 진중한 소리여서 약간은 예상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표현이나 발성에서는 도밍고와 가장 가까운 듯 느껴지는데, 도밍고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던 고음 처리에 있어서는 도밍고보다 한수 위다. 게다가 음색 자체도 도밍고보다는 카레라스 쪽에 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른바 테리톤이라는 독특한 음성과는 다른 완전한 테너의 소리이다. 앞으로 이 테너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테너라면 현재 내가 알고 있는 한 현역 최고의 테너라는 이름을 붙여줘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