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되찾아준 도둑
올해 50권의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후로 지금까지 스물 다섯권의 책을 읽었다. 다음으로 정한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인데, 이상하게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집을 나오면서 손에 집어든 책은 라 퐁텐의 사랑을 되찾아준 도둑이라는 책이었다. 2001년에 나온 책이니 꽤 오래된 책인데, 결혼을 하면서 아내의 서가에 있다가 들어온 책이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에서 볼 때 이 책은 내 손에 의해 선택될 가능성이란 거의 없는 책이다. 그렇지만, 퐁텐이라는 작가의 유명세, 그리고 우화라는 장르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이 쉽게 이 책을 들어서 읽도록 만들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후회를 했다. 책을 읽는데는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개봉역에서 읽기 시작해서 신촌역에서 내릴 때까지 거의 전부를 읽을 수 있었다. 이전의 책 고르는 기준을 말한 글에도 썼지만, 잠언류의 서적은 잠언, 그리고 전도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퐁텐의 우화가 훌륭하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서, 이 우화가 전해주는 지혜라고 하는 것이 잠언과 전도서의 지혜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이 언제나 밥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듯이 때로는 이런 가벼운 책들을 통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책, 많이 읽히는 책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게 맞을테니까. 이 책도 그런 면에서 보면 분명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내용을 곱씹고 숙고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