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 NXTPAPER 11 Pus 사용기

배경

나는 모든 독서를 ebook으로 하는 것으로 변경한지 오래 되었다. 여전히 ebook으로는 출간되지 않는 책도 많이 있지만 그런 경우는 도서관이라는 좋은 대안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내 독서 생활에 있어서 이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ebook은 리디북스에서 구매를 하고 있고, 2025년 7월 현재 3200권의 책이 등록되어 있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도 책이 있기는 하지만 다 합쳐서 수십권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크게 의미있는 정도는 아니다. 이외에 다른 루트로 구매한 책들은 calibre를 사용해서 관리하고 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북리더기는 리디페이퍼 프로SAM 7.8 with pen킨들 페이퍼화이트 3 (7세대)Onyx Boox Tab XOnyx Boox Go 10.3 등이 있다. 구매할 때는 각각의 이유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기기를 살 이유는 또 생기기 마련이니, 사용하던 기기를 아이들에게 주고 새로운 기기를 구매하는 경우들이 꽤 있었다.

여러 이북 리더에 대한 경험

이북 리더기로서 가장 만족하면서 사용한 제품은 역시 Onyx Book Tab X이다. 13인치라는 크기는 가로로 두쪽보기를 했을 때 국판 책을 펼쳐서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해주는데다가 펜을 사용한 필기 경험도 매우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단 한가지 문제는 크기가 무게 때문에 휴대용 기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Onyx Boox Note Air 3C 제품을 잠시 사용했었는데, 이 제품은 컬러 제품이고 크기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Tab X와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단지 컬러라는 이유 때문에 화면이 어두운 편이라는 점 정도가 차이였다. 다만 컬러로 화면이 표현되다보니 흑백 기기에서는 포기하고 있었던 잡지, 논문 등의 PDF 파일을 더 많이 보게 되었는데, 그 때 태블릿에 비해서 화면의 새로고침이 느린 특징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예 컬러를 포기했으면 문제가 없었는데, 컬러가 더해졌는데 그에 걸맞은 성능이 제공되지 않으니 상대적인 실망감이 느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제품은 너무 만족스러웠지만 중고로 판매를 했다.

흑백 이북리더로서 Tab X 이외에 휴대성까지 챙긴 제품이 바로 Onyx Boox Go 10.3 제품이다. 이 제품은 Tab X보다 더 밝은 화면과 가벼운 무게 덕분에 함께 두 대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지문 인식 센서가 없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하다) 문제는 이전에 Onyx Boox Note Air 3C 제품을 사용하면서 이북리더기도 컬러와 빠릿빠릿한 성능이 추가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후보 두 가지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XP-Pen Magic Note Pad에 대한 리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제품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림그리는데 주로 사용되는 타블렛으로 유명한 XP-Pen에서 만든 Nxtpaper 3.0 기술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다. 이미 타블렛으로 유명한 회사에서 만든 것이니 펜 사용에 있어서 좋은 성능일 것으로 보이고, Nxtpaper 3.0 기술을 사용해서 보통 LCD 화면 뿐만 아니라 컬러 잉크 화면과 흑백 잉크 화면까지 세 가지의 서로 다른 화면 모드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LCD이면서도 이잉크 화면과 같은 특징을 보여준다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게는 펜 성능보다는 Nxtpaper 기술이 더 의미있는 것이었기에, 이 제품에 대한 관심에 이어서 이 기술 자체에 대한 조사를 해 보았다. 그리고 이 기술이 TCL에서 나온 기술이고 올해 CES에서 Nxtpaper 4.0 기술을 사용한 TCL NXNPAPER 11 Plus라는 제품이 소개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Nxtpaper 4.0은 3.0에 비해 색 표현력 개선, 향상된 밝기와 시력 보호 모드 등의 장점이 있다고 하니, 3.0 기술을 사용한 XP-Pen 제품에 비해 이 기술의 개발자인 TCL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구매 후 사용 및 평가

눈의 편안함

이북리더기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백라이트 없이 사용하는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눈에 피로가 없다는 점이다. TCL NXNPAPER 11 Plus 제품의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LCD이기 때문에 다른 이북리더기에 비해 눈의 편안함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컬러 잉크 모드에서 이 제품으로 책을 읽는 것은 LCD 화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편안한 경험을 준다. 화면의 반사 방지 처리, 채도가 낮아진 화면 특징 등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고, 이런 특징은 어두운 곳에서 화면 밝기가 매우 낮아진 상태에서 책을 읽을 때는 별도의 독서등이 필요한 이북리더기들에 비해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실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그래봐야 LCD인데 뭐 얼마나 다르겠어'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여타의 모든 태블릿 LCD 화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사율이 120Hz인데, XP-Pen Magic Note Pad가 90Hz인 것에 비해서 나은 숫자이고, 60Hz 기기들에 비해서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이폰 15 프로 맥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서 부드러움이라는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배터리

이북리더기들이 백라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특징 때문에 배터리가 오래 가는 것도 장점이다. 화면의 새로고침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CPU를 많이 써야 하는 작업은 거의 하지 않게 되고, 이 때문에 배터리 사용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다만 이것은 화면과 연산 성능을 포기하기 때문에 생기는 장점이고, 이 부분을 포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배터리를 더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TCL NXNPAPER 11 Plus가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비해 얼마나 배터리가 오래 가는지를 별도로 테스트해 보지는 않았지만, 8000mAh라는 큰 용량을 가지고 있고 주로 책을 읽는 용도로 사용하는 내게는 배터리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

성능

Helio G100 프로세서와 12+8G 램 및 256GB 저장공간을 가지고 있다. 사실 성능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 보급형이라고는 해도 최신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니까. 어차피 게임이나 복잡한 성능을 요구하는 일을 하려고 산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려고 산 것이니 성능은 차고 넘친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크기가 큰 PDF 파일을 읽고 거기에 메모를 남기거나 하는 일이 매우 쾌적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필기

TCL T-pen이라는 펜을 함께 구매할 수 있는데, 4096 단계의 필압을 지원하는 펜이다. XP-Pen Magic Note Pad를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그거보다는 떨어지리라 생각한다. 다만 Onyx의 다른 기기들에 비해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기기 자체의 성능이 이북리더기들에 비해 우월하기 때문에 화면의 표면 처리 차이에서 오는 필기감이라면 모를까 다른 측면에서는 떨어질 이유가 전혀 없다. 아이패드에서 애플 펜슬로 쓰는 것과 비교하면 일장 일단이 있다고 느껴지는 정도.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처럼 딱딱거리며 유리 위를 미끄러지는 이질적인 느낌이 없는 것은 장점이고, 어플리케이션과의 궁합이라는 측면에서는 역시 iPadOS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단점이다.

악세사리

이 기기의 가장 큰 단점은 악세사리가 없다는 것이다. 펜도 TCL T-pen을 사용해야 하고, 케이스도 구매할 때 함께 번들로 사지 않는 한 국내와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틀어 두 종류 뿐인데, 그 중에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케이스는 가로 모드에서 세울 수 있도록 디자인을 했는데 크기의 미스로 인해서 제대로 세워지지 않을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모드 변경 버튼을 가리고 있어서, 사용성 면에서는 그냥 빵점이다. 이와 다른 케이스는 단 한 종류인데, 어린 아이들을 위한 제품이라서 차마 사용할 수는 없는 정도로 보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아예 없다. 펜을 함께 휴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구매한 케이스를 쓰고 있지만, 이보다 나은 제품이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당장 바꾸고 싶은 마음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독서 어플리케이션

나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사용해 보는 것이 처음이다. 그래서 독서를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선택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리디나 다른 국내 서점 앱들이야 문제가 없지만 Calibre로 관리하고 있는 책들을 읽는 것, 그리고 스캔한 PDF 책을 읽는 것에는 별도의 앱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두 주 정도 여러 앱들을 사용해 보았다. 특히 독서 현황을 싱크하는 것과, 하이라이트 및 노트를 어떻게 readwise와 통합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점이었다. 결국 선택은 Moon+ Reader Pro와 Notein 등 두 개의 앱이었다. Moon+ Reader Pro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앱이라면, Notein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알려진 앱인데, 둘 다 내 목적에는 잘 맞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외에 논문과 관련해서는 이미 Zotero의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고민 없이 이걸 사용한다.

맺는 말

전자책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소수만이 즐기는 것이고, 거기에 이북 리더기를 쓰는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적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 적은 소수의 사용자들을 상대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출시한다는 것,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TCL이 앞으로 얼마나 이 기술을 더 연구할지는 모르겠고, 이 제품의 출시가 매출과 이익 증대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 niche한 시장에 존재하는 한 명으로서,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연구 개발 및 제품 출시가 꾸준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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