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창업자의 체포, 기소를 보면서

프랑스가 텔레그램의 창업자인 Pavel Durov를 아동 학대 이미지 유포, 마약 밀매, 법 집행 요청 불이행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관련 뉴스 링크) 이미 그가 파리에서 체포되었다는 뉴스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했지만, 플랫폼을 제공하는 테크 회사들의 CEO가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일로 인해 체포되거나 기소된 예가 내가 기억하기로는 없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결국 이 사건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범죄를 막으려는 정부의 의도에 어느 정도 협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있는 나와 내 윗 세대들에게 표현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최근에 대통령 명예 훼손과 관련된 검찰의 통신 조회가 지나치게 이루어진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문제는 한국에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곳에서 이런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자유가 반사회적인 범죄자에게도 주어져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최근 딥페이크물이 텔레그램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서버를 압수 수색하거나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가입자의 신원을 알아낼 수 없다면, 이런 범죄자들을 검거하고 처벌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Durov가 기소된 내용을 보면 아동 학대 이미지 유포나 마약 밀매 같은 심각한 범죄들이 들어가 있는데, 물론 그가 직접 이런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범죄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도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도구의 오남용을 도구를 만든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플랫폼이 갖는 파급 효과는 일반적인 도구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들과 정부 중 어느 것을 더 신뢰하는가 하는 문제가 되어버리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Durov의 예처럼 이런 문제를 극한까지 가져가는 경우는 반드시 생기게 되고, 사회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근대 사상의 기초를 퍼뜨린 프랑스 혁명의 나라에서 이 문제를 풀게 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미 체포와 기소라는 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때,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치열한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질 것이다. 세상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이 문제 역시 쉽지가 않다.

기독교인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맞을까? 나는 정부를 포함하여 어떤 종류의 권위도 깊이 신뢰하지 않지만, 사회를 위해 내 자유를 침해받더라도 참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이런 자세를 남들에게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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