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화학자 대 의약화학자

유기화학자와 의약화학자는 실험실에서동일한 일을 한다. 유기화학자도 유기 화합물을 합성하는 일을 하고, 의약화학자 역시 유기 화합물을 합성하는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약화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기화학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의약화학자는 유기화학자와는 다르게 일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유기화학자는 화합물의 합성 자체에 목적을 두거나 합성을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는데 목적을 두고 일을 한다. 그리고 유기화학자들의 합성 대상이 되는 화합물들은 보통 합성이 어렵거나 구조가 특이한 경우가 많다. 또한 합성을 통해서 분자의 새로운 성질을 알아내거나 학문적으로 가치있는 법칙을 발견해낼 수도 있다. 합성 방법을 개발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방법으로 쉽게 혹은 효율적으로 합성을 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의약화학자들은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목적하는 화합물을 실용적으로 합성해 내는 일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실용적으로'라는 단어이다. 이 말은 의약화학자들이 만들어야 하는 화합물이 유기화학자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성이 특이하거나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로운 방법을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면, 보통의 유기화학자들은 그런 화합물을 합성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약화학자는 다르다. 의약화학자의 목표는 약효와 물성이 뛰어난 의약후보물질을 만드는 것이므로, 합성은 분자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유기화학자들에 비해 훨씬 분자 자체의 가치에 주목을 하게 된다. 물론 의약품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비교적 쉽게 합성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의약화학자들이 긴 반응경로(5~6스텝 이상)를 통해 하는 합성은 피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런 면에서 유기화학자들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겉으로 드러나는 작은 현상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분자 자체의 실용적인 가치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 의약화학자가 다른 유기화학자들과 다른 특징이 될 것이다. 실용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의약화학자라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거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는 등의 노력을 쉬지 않고 해나갈 것이며, 그를 통해 보통의 유기화학자들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일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유기화학자 : 의약화학자 = 기초과학 : 실용과학 과 같은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