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낸 오페라 가수

연기 몰입해 100억대 화재…예술의전당 불낸 교수 기소 오페라 공연 중에 실수로 불을 낸 신동호 교수가 불구속 기소되었다는 소식이다. 오페라 라보엠 1막에서 로돌포가 자신의 시집을 태워 불을 피우는 장면에서 성냥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벽난로 투입구에 넣는 바람에 불을 내게 되었고, 100억원이 넘는 수리비가 들었다는 내용이다. 오페라 가수가 오페라 안에서 연기를 하다가 불을 낸 사건이 이전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수를 불구속 기소하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인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불을 낸 과실이 반드시 가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고, 공연을 담당하여 안전을 책임지는 책임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한다는 것은 분명 지나친 일일 것이다. 사실 신동호 교수에 대해서는 오래된 기억이 있다. 도니제티의 <라 파보리타>가 국내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때 주인공을 맡았던 사람이 바로 신동호 교수였다. 그 공연은 특이하게도 한국어로 번역되어 불려졌는데, 워낙 오래 전의 일이라 그 공연이 프랑스어판의 번역인지 이탈리아어의 번역인지 알 수 없고, 그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Spirito gentil"이 어떻게 불려졌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제대로 공연을 하면 거의 네 시간이 걸리는 이 오페라를 생략없이 공연을 했었는지, 거의 묘기 수준인 이 오페라의 나머지 주인공들은 어떤 가수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신동호 교수의 노래만큼은 그 이지적인 목소리 때문에 지금도 기억난다.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게 되는 뉴스가 이런 불행한 뉴스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