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용 프로그램 번역

한국에는 맥 사용자가 매우 적은 편이다. 인터넷 뱅킹도 안되고 쇼핑몰에서 구매도 안되고 등등 윈도우가 아니면 안되는게 너무 많은 것이 그 원인이다 (심지어는 이번에 유가환급금 같은 경우에도 맥에서는 당연히 안된다!). 가뜩이나 인구수도 적은 편인데 맥 사용자의 비율이 더욱 낮다보니 실제 맥 사용자의 수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무지하게 적다고 생각된다. 덕분에 한국의 맥 사용자들이 괴로움을 겪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프로그램의 한글화이다. 아무래도 한글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을텐데, 많은 맥 전용 프로그램들이 한글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이 한글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맥 사용자의 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EagleFiler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종류의 자료들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인데 내가 맥에서 가장 애용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걸 쓰다보니 한글로 되어 있는 인터페이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C-Command Software의 Michael Tsai에게 메일을 보내서, 한글로 번역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2007년 후반부터 시작한 번역을 1.4 베타가 준비되고 있는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사실 처음 한 번이 시간 걸리는 일일 뿐, 다음부터는 변경되는 부분에 대한 번역만 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시간을 뺏기는 일이 아니다. 그러다가 C-Command Software의 또 하나의 프로그램인 SpamSieve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베이지안 통계를 이용하는 스팸 필터 프로그램으로서 맥에서 작동되는 많은 메일 클라이언트와 결합해서 스팸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애플 메일 프로그램 자체도 학습 기능이 있어서 오랜 시간 사용하면 스팸을 잘 걸러주긴 하는데, 홈페이지에서는 SpamSieve가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스팸을 잘 걸러준다는 말이 있었다. 이걸 사용을 해 보기로 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스팸 메일과 정상 메일들을 이용해서 학습을 해 주었다. 가끔씩 이전에 보지 못하던 스팸이 오는 경우에 이걸 스팸이 아닌걸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false positive가 없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어나 중국어를 포함해서 11개 국어로 번역되어 있는데 한국어는 역시(!)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제작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SpamSieve를 써보니 참 인상적이어서 번역을 하고 싶다. 당장 구매는 어렵겠지만 곧 구매를 하겠다'는 요지의 메일이었다. 그러자 Michael Tsai는 바로 메일을 보내서 라이센스를 줬다. $30이니 지금 환율이면 4만원짜리 프로그램을 그냥 준 것이다. 사실 개발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언어로 번역을 할 수 있는 가치에 비하면 $30 정도의 라이센스가 아까운 것은 아닐 것이다. 나로서는 짧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프로그램의 정식 라이센스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외국어 지원을 추가할 수 있는 일이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은 내가 지금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쓰고 있는 블로그 툴인 ecto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났다. ecto의 경우에는 내가 번역을 자원했고, 몇 명의 자원자들이 이걸 도와주기로 했는데 제작자가 나를 제외하고도 다섯개의 정식 라이센스를 보내줘서 애플포럼의 여러 자원자들에게 라이센스를 나눠주었다. 사실 제작자에게 번역을 보낸 이후에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있어서 EagleFiler나 SpamSieve의 경우처럼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는 점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정식 라이센스를 받아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중에 제작자로부터 번역과 관련된 요청이 오면 성실하게 답을 주고 도와주면 되는 일이니까. (얼마 전에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SmileOnMyMacTextExpander 프로그램을 번역하겠다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이 경우에 SmileOnMyMac에서는 '자신들은 번역 뿐만 아니라 사용자 지원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에게 일을 맡기고 싶다'는 요지의 답변을 보냈기 때문에,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는 답장을 보내고 포기를 했다.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Typinator 같은 프로그램 쪽으로 도전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유사한 기능을 하는 freeware인 RapidoWrite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해서, 여기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래 전에 KDE에서 돌아가는 Sword 기반의 성경 프로그램인 BibleTime 인터페이스를 번역한 이후에 roundcube webmail도 번역을 한 적이 있고, 맥에서는 위에 언급한 것 외에 그래픽 뷰어 프로그램인 JustLooking, 그리고 다른 몇몇 프로그램에서는 주도적으로 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번역에 참여를 한 일이 있다. 그냥 시간을 아주 조금 투자하는 것 뿐인데, 이런 투자들이 모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나름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런 노력의 대가로서 정식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