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 인터페이스 번역 - 씁쓸한 마무리
MacStories에서 Thoughts에 관한 글을 봤다. 사실 기능적인 면에서야 Journler나 MacJournal같은 강자들이 있기 때문에 맥에서 글을 쓰는데 있어서 다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거의 없다. (이런 면에서 Journler 개발이 중단된 사실은 내게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는 돈을 내고 라이센스를 구매까지 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하다.) 그래도 내 눈을 끌어당긴 요소는 바로 아름다운 인터페이스였다. NoteBook같은 경우가 그런데, 실제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갖는 것은 사용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는 NoteBook이 채용한 것과 같은 노트북을 실제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더 이상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 사용도 하지 않고 있지만, Thoughts의 경우에는 인터페이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재미있게도 이 프로그램은 아직 베타 버전조차 공개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데 사전 예약 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24 유로를 내면 이 프로그램과 Family, Yum, 그리고 ResizeMe라는 프로그램 세 개를 번들로 주는 내용이다. 사실 번들 중에서 Family는 조금 관심이 있지만 나머지 프로그램은 전혀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체가 공개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거의 5만원돈을 내고 구매한다는 것이 매우 모험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내년 1월에 베타 버전이 공개가 되면 그 때 시험을 해 보고 결정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Thoughts 번역자를 찾고 있다는 MacStories의 기사는 어떤 면에서는 내게 행운이었다. 이미 여러 프로그램들을 번역해 오면서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번역이라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번역자에게 이번 번들의 모든 프로그램 라이센스를 준다는 말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한글이 대상 언어에 포함이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무작정 개발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런 일에 있어서 자원자를 거절한다는 것은 (큰 회사가 아닌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개발자는 매우 반갑게 답장을 보내 주었고, 베타 버전도 쓸 수 있게 되었다. 프로그램 실행 모습을 참고해 가면서 약 3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이 프로그램의 모든 인터페이스와 도움말을 한글로 번역할 수 있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도움말까지 다 번역을 요구했기 때문에 다른 경우와 달리 시간이 좀 더 많이 소요된 것이다. 보통 인터페이스만 번역한다면 길어야 두 시간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번역을 하자마자 개발자에게 파일을 보내 주었고, 곧 한글 번역이 적용된 베타 버전을 받아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제 밤에 개발자에게 연달아 두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하나는 프로그램들의 라이센스를 담고 있는 메일이었고, 여기에는 추가로 번역해야 할 문자열들이 조금 더 들어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도착한 이메일은 약간은 황당할 수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내부 회의를 해 봤는데 너무 많은 언어를 지원하게 되면 패키지 크기가 커지게 되므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2개의 언어만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즉, 한글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말. 한국이라는 시장이 맥 소프트웨어에 있어서 매우매우 작은 시장이라는 것은 뭐 나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이미 번역을 다 마쳤는데 이런 이유로 인해 한글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글 하나 더 넣는게 패키지 크기가 얼마나 커진다고!! 최근에 아이폰이 한국에 도입되면서 벌써 20만명에 달하는 아이폰 유저가 생겼다고 한다. 앞으로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거라고 생각된다. 이 사용자들이 모두 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리어 맥 사용자는 극소수가 아닐까...) 이들이 아이폰을 통해 애플의 소프트웨어를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맥으로 전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면 한국의 맥 소프트웨어 시장도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아이폰 사용자들의 경우 이미 돈을 지불하고 어플리케이션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맥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윈도우용 소프트웨어 시장과는 달리 정품 사용 비율이 더욱 높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나 역시, 윈도우를 쓸 때는 돈을 내고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본 적이 거의 없지만 맥으로 넘어와서는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정품으로 구매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맥 소프트웨어 시장이 어느 정도 의미있는 크기가 되면,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더 이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를 해 본다. 어쨌든, Thoughts 매우 마음에 드는 소프트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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