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note - 강력히 추천하는 맥용 노트 프로그램

간단한 소개

이 프로그램은 맥을 위한 노트 프로그램이다. 노트라고 하면 뭔가 애플 메모나 에버노트, 노션, 옵시디언 같은 것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건 그런 것들이랑은 아예 다르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은 로컬에만 데이터가 저장될 뿐만 아니라, 노트를 잘 정리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즉 쓰고 사라질 텍스트를 빠르게 처리하는데 목적이 있다. (물론 저장하고 싶은건 또 기가 막히게 잘 저장해 준다)

사실 글로 아무리 읽어봐야 느낌이 잘 오지 않으니, 직접 프로그램을 한 번 써보는게 낫다. 아니면 최소한 Antinote 홈페이지를 한 번 방문해 보면 좋다.

가격은 $5. 사딸라가 아닌건 아쉽지만, 이 가격은 한번 지불하면 평생 업데이트를 보장하는 가격이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거 쉽게 만들어서 적게 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제공하는 가치는 $5는 쉽게 뛰어넘는게 분명하다.

키워드

노트의 첫 줄에 키워드를 적으면 특별한 기능을 하게 된다. 현재 있는 키워드는 todo, math, list, timer, sum, avg, paste 같은 것이 있다. 역시 홈페이지에 멋진 그림으로 잘 설명하고 있으니 그걸 꼭 보시기를 추천한다.

키워드로 다른 단어를 등록할 수 있으니, todo 대신에 할일 이라고 등록해 두어도 좋다.

Plain Text

이 프로그램은 그냥 plain text만 사용한다. 이게 맥에서 많이 사용되는 TextSoap, TextBuddy 같은 프로그램들이 하는 역할 중에서 일부, 즉 복사된 rich text의 지저분한 속성들을 없애는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이 텍스트들을 한 번 더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TextBuddy를 쓰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 rich text를 복사한 후 plain text로 바꾸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TextBuddy를 이 프로그램으로 대체해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다.

스크린샷에서 텍스트 추출

TextBuddy의 또다른 킬러 기능 중의 하나이고, 이외에도 TextSniper 같은 프로그램들도 동일한 일을 하는데, Antinote는 스크린샷을 복사해서 붙여넣거나 저장된 파일을 끌어다 놓으면 그냥 OCR로 인식된 텍스트만 딱 남겨준다. 매우 단순한데 굳이 다른 기능이 더 없어도 되는 느낌이랄까.

AutoPaste

위에 언급한 키워드 중에 paste가 있다. 노트의 첫줄에 이 키워드를 적어 놓으면, 다음부터는 맥에서 복사하는 모든 것들이 plain text로 이 노트에 붙게 된다. 사실 복사된 객체를 관리하는 프로그램들은 맥이나 PC나 할것 없이 굉장히 많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그냥 노트 하나에 plain text를 다 던져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간편하고, plain text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아주 마음에 드는 기능이다.

저장하기

모든 노트의 내용이 plain text이니 저장하는 것도 당연히 쉬운 일이다. 텍스트나 markdown으로 저장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고, 맥 프로그램이다보니 애플 노트, Bear, 그리고 옵시디언으로 바로 저장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당연히 옵시디언으로 저장하는 것을 기본으로 설정해 두었는데, 맥에 옵시디언이 깔려 있다면 vault 이름을 입력해 두면 그 vault의 최상단에 첫줄 내용을 제목으로 하는 파일이 저장된다.

빠르게 내용을 작성해서 저장하고 싶은 경우, 그리고 지저분한 UI 요소 없이 텍스트에만 집중해서 입력을 하고 싶을 때 쓰기 딱 좋은 기능이다.

왜 이름이 antinote일까

이 프로그램은 기존에 많이 있었던 sticky note 류의 프로그램이다. 사실 sticky note (또는 포스트잇)는 그냥 note와는 물리적으로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가장 큰 차이는 이것이 임시적이라는 것이다. 여러 장의 종이가 묶여 있는 노트는 물리적인 순서가 있기 때문에 정리가 필요하고 순서가 중요하다. Sticky note는 작은 크기의 낱장이고 어디에든 붙일 수 있지만 언제든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걸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걸 쓰는 이유는 분명히 있는 것이다. 이 분명한 이유를 컴퓨터에서 구현하려는 노력이 많이 있었지만, 그렇게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시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체계적인 관리를 도입하다가 경쟁에서 밀려났을 수도 있고, 지나치게 기능이 없이 적는 경험 (jotting down)에만 집중하다가 팬을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리적인 sticky note의 특성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데스크탑에 지저분하게 여러 장의 노트를 붙여놓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는 힘든 디자인이었을 것이다.

Antinote는 이런 과거에 대해서 anti를 주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임시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능들을 더하면서도, 스와이프로 단순한 화면 안에서 시간 순으로 여러 노트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함으로서 단순한 인터페이스도 유지를 해 냈다.

앞으로 내 Mac에서 가장 유용하고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은 프로그램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업데이트

  • 이 글에 이 프로그램의 개발자인 Johnson이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2025년 5월 30일 현재) 최신 버전인 1.1.7에 non-English에 대한 글꼴을 설정할 수 있는 메뉴가 생겼다고 말을 해 줬다. 실제로 메뉴에는 Non-English Typography (very-BETA)라고 되어 있는데, 글꼴을 선택해보니 잘 동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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