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기

한때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느림의 철학에 대해 말했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들, 특히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매우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들이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큰 장점이 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 많이 있었다.

며칠 집에서 쉬면서 도람이와 함께 산책을 할 일이 있었다. 도람이는 이제 제법 잘 걸어다니기 때문에, 꽤 긴 거리도 유모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가도록 할 때가 있다. 여전히 걸음걸이가 안정적이지 않은데다가 보도블록 턱을 보면 반드시 몇 번씩은 오르락내리락을 해야하고, 비행기라도 지나가면 하늘을 쳐다보고 하늘로 손가락질을 몇번이나 해야 하기 때문에 도람이와 함께 걸을 때는 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도람이와 함께 느리게 길을 걸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느리게 걷는 것은 함께 걷기 때문이다. 혼자 걸어야 한다면 주변을 살피지 않고 빨리 걸을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 걸어야 한다면, 특히 나보다 느린 사람과 걸어야 한다면 느리게 걸을 수밖에 없다. 삶은 본질상 함께하는 것이고, 함께하는 것은 느리게 걷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