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은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 두 가지 이야기
베토벤은 천재다. 뭐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제 연말 시즌이 되었으니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들을 때가 되었고 (이전 글 참조), 그러던 차에 유튜브의 도움으로 Beethoven: Symphony No. 9 | Jordi Savall with Le Concert des Nations (complete symphony) - YouTube 조르디 사발 지휘의 연주를 보게 되었다.
일단 시대악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합창단이 대략 40명 정도 되는데 스무 명씩 두 줄로 서 있다는 점, 독창자들이 관현악단의 양 끝에 앉아 있다가 자신의 파트가 되면 중앙으로 걸어들어와서 노래를 하고 끝나면 다시 걸어서 돌아간다는 점 등 특이한 점이 많았다. 시종일관 학구적이고 차가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지휘자를 보는 것도 특이하고 좋았지만, 현대악기와 다른 음색 때문에 소리의 균형이 달라져서인지 특히 관악 파트의 소리를 더 분리해서 들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아마도 이 연주의 대척점에 있는 연주가 바로 Beethoven: Symphony No. 9, 4th movement | Paavo Järvi and the Deutsche Kammerphilharmonie Bremen - YouTube 파보 예르비의 이 연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파보 예르비는 전형적인 현대 교향악단과 합창단을 데리고 시종일관 대단히 빠른 템포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간 중간에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의 루바토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곡의 해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휘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될 정도로 풍부한 표정과 감정을 지휘에 실어서 보여주었다.
비디오가 아닌 녹음 버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주인 조지 셀 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연주 의 경우에는 뜨거우면서도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철의 지휘자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조르디 사발이나 파보 예르비는 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동일하게 훌륭하고 감동적인 음악인데 서로 다른 연주들이 이렇게 서로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다른 느낌들이 하나같이 다 감동적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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