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에 대한 단상
총선 결과가 거의 정리가 되었다.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 박근혜의 힘 확인, 민주당 중진들과 386의 참패, 심각하게 낮은 투표율 정도로 요약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구로 갑 선거구에서는 현역의원인 민주당의 이인영 후보가 800여표 차이로 낙선하였다. 그냥 계속 우울하다. (추가) 기독교계에서의 이슈 중 하나는,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로 원내 진입을 시도했던 기독당에 관한 것이었다. 교계 뉴스에 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에 기독교계에서 평화통일가정당에 대해 가졌던 경계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개표 결과에 따르면 기독당은 44만여표, 약 2.6%의 득표를 기록했으며, 평화통일가정당은 18만여표 약 1%의 득표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두 당은 모두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기독교계(여기서부터 기독교계는 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을 일컫는 말로 쓴다)는 이미 통일교의 세계일보 창간에 대항해 국민일보를 창간한 경험이 있다. 지금에 와서 이 대응이 실패했느냐 성공했느냐를 이야기하자면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나는 국민일보라는 신문이 조용기 목사님의 아들에게 스포츠 투데이라는 스포츠 신문을 더 만들게 한 것 이외에 한국 사회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매우 회의적이다. 국민일보는 언론으로서의 위치로 봐도, 기독교계가 열망하는 정치 참여의 도구로서 역할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인 신임을 얻는데도 실패하고 있다고 본다. (반면 세계일보는 언론으로서 나름의 신뢰를 쌓고 있다고 본다) 만약, 평화통일가정당과 기독당이 동시에 비례대표 당선자를 냈다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두 국회의원이 매번 국회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세계일보와 국민일보가 한국의 언론 시장에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계에서 그들의 역할이라는 것은 (있더라도) 매우 미미한 수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통일교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기독당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냥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군소 정당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 외에 무엇이 있을까? 진보신당이 기록한 50여만표에 비해 6만표밖에 뒤지지 않았다고 자랑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통일교보다 2.5배가 넘는 득표를 얻었다는데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기독당을 선택한 44만명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진심으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