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가늘고 길게 가기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꽤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직장에서 직장 일을 해야 하는 시간에 블로깅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 옳지 않은 일이다. 업무 시간에는 업무만 하는 것이 맞는 일이고, 개인적인 일은 그 이외의 시간에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만약 이렇게 개인 시간에만 블로깅을 할 수 있다면, 나같은 (아침형 인간이 아니며, 저녁에 아주 일찍 퇴근하는 편이 아니며, 어린 아이를 둔) 사람은 블로깅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시간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정말로 블로깅을 좋아한다면, 다른 일을 제쳐두고 하게 될테니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거리일 뿐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게는 블로깅이란 그냥 하나의 취미일 뿐이고, 여기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도 꽤 한정되어 있다. 그나마 뭔가 좀 열심히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한 달에 기껏해야 대여섯개의 글을 쓰는 것이 전부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파워 블로거니 하는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지만, 내 블로그의 특징은 가늘고 길게 간다는 것이다. 남들이 이 곳에 찾아오고 말고는 별로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그냥 내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생각이 나면 쓰고, 오랫동안 쓰고 싶지 않으면 안 쓰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아주 가끔은 글을 많이 쓰고 싶을 때도 있기 때문에, 블로그를 닫을 이유는 없다. 그냥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다. 언제까지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쓸만한 내용을 그냥 홈페이지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많은 정보들이 꽤 흩어져 있을 수 있다. 이 블로그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뭐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글쓴이가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블로그. 그냥 내키는대로 써갈기는 블로그. 그렇지만 몇 달의 한 번일지는 몰라도 뭔가 움직임이 없지는 않은 블로그. 한마디로 무지 가늘고 길게 가는 블로그. 그게 바로 이 블로그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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