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래

올들어 네 번째로 읽은 책은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이다. 앨빈 토플러라면 1970년에 미래쇼크, 1980년에 제 3의 물결, 그리고 1990년에 권력 이동이라는 책을 쓰면서 미래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던 바로 그 사람이다. 나도 어린 시절에 그의 책들을 읽으면서 나름대로는 좋은 통찰을 얻게 되었다는 간단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과거에 읽었던 그의 책들 속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도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하게 되었다. 이미 30여년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통찰이 현실화되어 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적은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여러 종류의 경험과 독서, 그리고 미디어의 탐독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던 세상의 변화 원리를 너무나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대비되는 의견들의 사이에서 위태로운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결국은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는 그의 어조는, 책을 읽는 내내 약간의 흥분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었다. 많은 논제들을 차분하게 풀어나간 구성, 장마다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참고 문헌 목록,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 이 모든 것들이 이 책을 빛내주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빛나게 하는 것은,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면서도 그것을 겸손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는 토플러의 글 솜씨인 것 같다.

지금의 사회는 수많은 정보, 그리고 그것의 너무나 빠른 교환으로 인해, 어느 누구도 그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분석하거나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모든 것이 선형적으로 변화되지 않고 기하급수적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요즘 젋은 것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세계 최고(最古)의 유행어조차도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만든다. 이런 변화의 가장 밑바닥에 들어있는 변화의 원리를 알아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런 근본적인 분석이 성공한다고 해도 인간의 역사를 움직이는 수많은 우연들이 너무나 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일일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는 미래의 변화를 예견하고 그에 맞춰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 보다는, 그런 변화를 부수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뒤쳐져 사는 것이 삶의 지혜인 것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지혜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적극적인 사람들에 의해 개척되어 왔으며,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비관주의자는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중요한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는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역시 도전하던지 아니면 도주하던지, 아니면 현실을 무시한다.

결국,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그의 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다. 어차피 미래가 이해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자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자세는 앞에 놓여있는 문제가 어떤 것이든 언제나 그를 적극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막연한 과거에의 동경으로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런 경우에는 항상 과거의 좋은 점만을 기억하기 마련이고 그 기저에 있던 어려움과 더 큰 고통을 무시하기 마련이다.

내가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는가 하는 것은 세상 변화의 원리와는 또다른 차원에서 나의 삶을 결정하는 내 삶의 기저에 의해 결정된다. 그 기저에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수만 있다면, 어떤 변화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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