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

올해 들어 세번째로 읽은 책은 경제학 콘서트 라는 책이다. 2006년에 가장 많이 팔린 경제학 관련 책이고, 현재도 주간 판매량이 전체 도서 중에 50위 안에 들어있으니 확실한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그동안 베스트셀러들은 잘 읽지 않았었다. 조금 이상한 성향일 수도 있지만, 포장과 마케팅에 신경을 쓰면서 (양이) 적은 내용만을 담고 있는 책들을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올해에는 내가 고를 수 있는 분야의 책이 아닌 이상은 그냥 베스트셀러 중에서 책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결국 모든 학문이 인간에 대한 연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경제학이라고 하는 학문을 설명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지간에 사람들이 이미 알고 경험하고 있는 내용을 깊이있게 성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재미있는 일인지를 알게 된다. 희소성의 원칙, 완전시장, 정보의 비대칭, 게임이론 등 경제학의 여러 개념들이 비교적 쉽게 이해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후반부에 있는 내용들을 관심있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경제학자로서 자유무역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의견을 읽으면서 최근에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 중의 하나인 한미 FTA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의 농부는 미국의 농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반도체 회사 노동자와 경쟁한다는 말이었다.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경제 논리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있는데 비해, 이 책의 저자는 시장이 할 수 있는 부분과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나눌 수 있으며, 시장에 편입될 수 있는 부분은 시장에, 시장에 편입되기 어려운 부분은 정부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시장이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FTA라는 실질적인 문제를 두고 의견 차이를 나타내도록 하는 것 같다.

지난번에 읽은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에서도 몽골의 힘을 빠른 물자의 순환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거대한 제국 내에서 끊임없이 물자가 순환하면서 부를 창조할 수 있었지만, 페스트로 인해 인적, 물적 교류가 중단되면서 제국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되고, 결국은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주 사이에 읽은 두 권의 책에서 자유무역, 혹은 물자의 순환을 강조하는 동일한 시각을 전혀 다른 주제의 글에서 만나게 된 것은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모든 학문이 인간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여러 장르에서 동일한 결론을 얻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교양있는 사람이 되려면, 현실에서 다가오는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 판단을 하는데 있어, 자신이 가진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덕목인 것 같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닌것 같지만, 그런 목표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끊임없이 듣고 판단하는 것이 독서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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