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과 조지 소로스

만약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 비결을 담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을 보고 누구나 루치아노 파바로티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일 것이다. 책을 보고 지식을 얻는 것과 실제 노래를 부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논리로, 타이거 우즈에게 단독 레슨을 한 달을 받는다고 해도 한 달 후에 바로 골퍼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첫번째 이유는, 무언가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으로 체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비결이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해서 금방 그 비결을 실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분석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실천은 다른 문제다. 두번째 이유는, 가지고 있는 재능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배움이라는 것은 단계가 있어서, 오랜 동안의 노력을 들여야만 고비를 넘고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순간 직전까지는 진보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포기하게 되기 쉽지만, 일단 한 번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언제 그런 어려움이 있었는지조차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내가 어떤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서 평범한 조언이 새로운 단계로의 열쇠가 되기도 하고, 최고의 조언이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파바로티의 조언, 혹은 타이거 우즈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사실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워렌 버핏과의 한 끼 식사가 수십만불의 가치가 있지만, 나같은 사람에게 그것은 그저 한 끼의 점심식사일 뿐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한수 위 투자전략: 워렌 버핏과 조지 소로스의 투자 습관이라고 하는 책에서 저자인 마크 티어는 주식 시장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대해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 책의 저자인 마크 티어처럼 실제 주식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지 소로스와 워렌 버핏의 비결을 분석하는 것이 가치있는 일일지 몰라도, 내게는 큰 가치가 없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최소한 주식 투자 라고 하는 구체적인 분야에서는 그렇다. 내가 주식 투자를 배워서 주식 시장에 뛰어든 후에 돈을 벌 수 있을거라는 말은, 내가 지금부터 바이올린을 배워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마치 "타이거 우즈의 골프 레슨"이나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발성법 완성" 같은 책을 읽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구양신공"을 익힌 장무기에게나 "건곤대나이 신공"이 의미있지, 나같은 사람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특징은 바로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그들은 성공을 위해 일하지 않고 그저 재미있어서 일한다. 그저 재미있어서 무언가를 하게 되는 수준까지 배움과 수련이 필요하고, 그 배움과 수련의 과정을 견디기 위해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인내심은 목표를 향한 열정에서 나오기도 하고, 다른 원인에 의해 얻어지기도 하지만 (어린 베토벤은 피아노 치는거 굉장히 싫어했지만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어쨌든 그 과정을 뛰어넘었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재미있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2007년의 여섯번째 책을 읽으면서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 얻는 깨달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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