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대해 (1) - 빠르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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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독서를 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일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서 지금까지 약 20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각 책을 읽을 때마다 블로그에 그에 관한 글을 남겼다.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읽은 느낌과 생각에 대해 글을 남겨두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올 한 해 동안 50권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는 지금 책을 읽는 속도로 봐서는 상반기 내에도 충분히 달성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동안 너무나 책을 읽지 않고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그동안의 독서 욕구가 갑자기 폭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책을 빠르게 읽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빠르게 읽기>는 정해진 시간 내에 일정한 권수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훨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내가 <빠르게 읽기>라는 말을 사용할 때, 이것은 속독법 혹은 photo reading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속독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냥 많이 읽다보면 남들과 좀 차이나게 빠르게 읽을 수 있게 된다. 비결같은거 없고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는 모른다. 그냥 빨리 읽을 뿐이다.)
<빠르게 읽기>의 장점
책의 가치를 빠르게 파악함
어렸을 때는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많이 읽기도 했거니와, 굉장히 빠르게 읽어냈었다. 책을 빨리 읽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책을 빠르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듯 하다. 빠르게 읽고 이 책이 과연 읽을만한 책인지를 알아볼 수 있고, 만약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빨리 포기할 수 있다. 이건 반드시 책의 내용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내게 맞는 내용인지, 혹은 지금 당장 필요한 내용인지 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그런 적이 많이 있지는 않지만, 빠르게 책을 읽다가 '아, 이 책은 잘못 선택했구나' 하고 책을 덮어버린 기억이 꽤 있다. 책의 가치와 관련해서 빠르게 읽기의 가장 큰 효용성이라면 요즘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하고 요긴한 정보를 빠르게 선별해내는 능력에 있을 것이다. 갈수록 읽어야 할 것은 많아지고 그에 비례해서, 혹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쓸모없는 글도 많아진다. 출판이라는 것이 과거에 비해 점점 더 쉬워지고, 상업적인 성공이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그만큼 저자의 공을 들여서 만든 좋은 책을 찾기도 쉽지 않게 된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책의 내용이나 가치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각종 인터넷 서점의 서평마저도 이런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결국 책의 가치는 읽어보고 결정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좋은 책들이 선택되지 못할 수 있다. (책의 선택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더 정리하기로 하자) 책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읽는 것은 당연히 정독이 아니라 속독이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능력이 배양되면 결국 인터넷 세계에 떠도는 (책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엄청난 양의) 글들을 읽고 취사선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동일 시간에 여러번 읽을 수 있음
속독의 또다른 장점은 내용의 철저한 이해를 위해서는 속독이든 정독이든 어차피 여러번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정독을 한다고 해서 내용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속독을 통해 책을 여러번 읽는 편이 천천히 정독을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여러번 느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교과서 같은 경우에도 교과서를 받자마자 두세번씩 읽어버리곤 했었다. 무슨 예습을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재미로 읽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몇 번을 읽고 나면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 흐름을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선행학습을 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예습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책을 한참동안 많이 읽지 않으면서 책을 읽는 속도도 많이 줄어들었다. 나는 속독을 배워서 빠르게 읽은 것이 아니고 많이 읽으면서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빨라진 것이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 않자 자연스럽게 속도도 느려진 것이었다. 이전에는 한 시간이면 한 권의 소설을 읽을 수 있었는데, 올해 초에는 두 시간을 투자해야 한 권의 소설을 겨우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속도가 느려지니 책을 읽으면서도 재미가 많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 느끼는 성취감을 아무래도 덜 느낄 수 밖에 없으니까. 요즘들어 책을 좀 많이 읽으면서 읽는 속도 역시 어느 정도 회복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책읽는 재미
책을 읽기로 결심을 했다고 해도 삶에는 항상 어떤 일인가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요즘은 내가 원하는만큼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 책을 읽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휴대전화, 메신저, 온갖 종류의 방해꾼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 누가 내 시간을 요구할지 예상할 수 없다. 책을 읽는 흐름이 자꾸 끊어지게 되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사소한 한 두 번의 포기가 결국은 독서의 즐거움을 아예 막아버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마음을 먹었으면 끝까지 읽어내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책을 빠르게 읽게 되면 예상하지 못한 다른 일로 인해 흐름이 끊어지는 경우가 적어지게 되고, 책을 전부 읽는 것이 좀더 쉬워질 수 있다. 한 권 한 권 정복해 나가는 것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잦은 성공이 쌓이는 것이 큰 성공의 지름길이다.
<빠르게 읽기>와 내용 파악
사실, 책을 빨리 읽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내용 중에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책을 여러번 읽다보면 지난번에 읽을 때는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정독을 한다고 해서 책의 내용을 더욱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에는 어떤 흐름이라는 것이 있는데, 너무 천천히 읽게 되면 결국 이 흐름을 놓치게 되고 내용의 앞뒤 관계를 잊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처음에 읽을 때는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 흐름을 이해하고, 두번째 세번째 읽으면서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전체적인 흐름에 중요한 부분이라면 이미 첫번째 독서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중에 발견하게 되는 내용이라는 것은 큰 흐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 시간에 한 번 읽는 것보다 한 시간에 한번씩 세 번을 읽는 편이 거의 모든 경우에 내용의 이해에서도 더 우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 재미있는 책들은 수십번씩 읽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중요한 사실들은 더욱 강화가 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까지도 놓치지 않게 되는 경험을 해 봤다.
맺는 말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공부를 할 때가 생각난다. 당시의 학력고사 체제에서는 영어 문제가 초반 몇 문제는 듣기, 이후 몇 문제는 단어, 강세, 이후 몇 문제는 문법, 그 이후에는 독해 뭐 이런 식으로 정해진 패턴으로 출제가 되었었다. 그래서 내가 어느 분야에 약한지를 알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나는 독해 문제를 틀려본 경험이 거의 없다. 학력고사를 볼 때는 내가 읽었던 지문을 만나서 신기해했던 기억도 있다. 독해 문제를 자꾸 틀리는 경우에 어떻게 하면 될까? 별로 생각나는 방법이 없다. 많은 교과서나 참고서에서는 그냥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사실 독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영어든 국어든 별다를게 없다. 기본적인 문법을 알고 있다면 독해를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빠르게 읽기> 연습이 되어 있다면, 그래서 많은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독해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덧붙이는 말 - 성경읽기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읽어야 한다. 성경이라는 책이 내용이 많기는 하지만 일년에 몇 번 읽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큰 책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성경이라는 책 역시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빨리 읽을 때는 빨리 읽는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고, 느리게 읽을 때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느리게 읽기에 익숙하다. 보통 목사님들은 한 두 절의 성경구절을 가지고 설교를 하시기 때문이다. 강해설교 같으면 한 권의 성경을 몇 년씩 설교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을 빨리 읽어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 빨리 읽지 않고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큰 구조들이 성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면 어려운 개역 성경을 읽으려 하지 말고 공동번역이나 현대인의 성경, 혹은 쉬운 성경 같은 것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만약 복음서 한 권을 한두 시간 내에 읽어본다면, 복음서 전체를 덩어리로 읽는 것이 구절 구절에 집중하며 읽는 것과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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