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올해의 스물 두번째 책은 개념어 사전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개념어라는 거창한 단어와 사전이라는 더욱 거창한 단어를 제목으로 달고 있는 책이어서일까, 지은이는 서문에서부터 변명거리들을 준비해 놓고 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이 내 멋대로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개념어 사전이라고 말한다던가, 혹은
이 책에 제시된 개념 설명은 ... 주장에 가깝다. 정설이 지배하지 않는 지금 시대에 정설을 고집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라고 말하는 이런 말들은 모두 지은이가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지은이 스스로 한 마디로 사전이 갖춰야 할 어떠한 미덕도 없다라고 말하는 이 책을 열심히 읽은 것은 또 무슨 생각에서였을까. 책을 읽어나가면서 사회학자들의 전형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 내가 아는 사회학자라야 몇 명 되지도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얻은 생각이 아니라 그냥 사회학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그리고 어쭙지 않게 몇 권 읽어본 사회학 관련 책들을 통해서 나름대로 형성한 선입견 속에서의 그 사회학자 말이다. 모른다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생각이고, 논쟁할만한 부분이 있다면 이왕이면 이기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인 것을 생각해보면 내가 사회학에 대해 공부하고 뭔가를 알고 있다면 나도 그다지 다를바가 없겠다는 생각에 그냥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지은이가 많은 부분에서 매우 경도된 생각을 가지고 편협하게 서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와는 비교도 안되는 깊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이러할진대 내가 교양있는 사람이 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배워야만 하는 것인지 암담하기만 하다.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교양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 개념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교양있는 사람이라는 삶의 목적을 포기하던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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