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의 차이점
분자설계연구소에서는 Asia Hub for e-Drug Discovery (AHeDD)라는 프로젝트를 2005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e-Drug DIscovery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한중일 3국의 연구기관들이 허브를 형성하여 협력 연구 및 교육 등의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2005년과 2006년에 한국에서 워크샵 및 심포지움을 가졌으며, 2007년에는 중국에서 두번째 심포지움을 열었고 2008년에는 일본에서 세번째 심포지움이 열릴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실무를 담당하면서 중국 및 일본 사람들과 일을 많이 진행하게 되었고, 한중일 3국이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자주 깨닫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일정에 관한 상세한 브리핑을 얻기를 원한다. 가능한 한 일찍, 가능한 한 자세하게 세부 내용까지 알려주어야 편안하게 느낄 것이다. 반면 중국 사람들은 미리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을 그리 원하지 않는 듯 하다. 이것은 한국으로 초대를 할 때뿐 아니라 우리가 방문을 할 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방문을 하게 되면 모든 세부 일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반면, 중국 사람들은 일절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게 해 준다. 음식의 경우만 해도 중국 방문 기간 동안은 음식 메뉴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미리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제공된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가면 이미 주문된 메뉴가 나오는 식이다. 식사의 경우, 한국에서는 연구비에서 일부 식사비를 집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보통 회의비라는 항목에서 처리를 하게 되는데, 액수에 제한이 있고 주류는 불가하다는 점이 있지만, 어쨌든 많은 경우 연구비에서 대부분의 돈을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연구비로 회식을 하면 식구들을 모두 불러다가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이에 대한 규정이 까다롭지 않다는 뜻일게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연구비로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인들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대접하는 비싼 요리들을 꽤나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을 때 얼마를 넣건 무조건 거스름돈이 나온다고 한다. 누군가가 큰 돈을 넣고 두 잔을 뽑는 일이란게 아예 없기 때문이라는거다. 그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것은 자신이 책임지는 문화다보니, 많이 얻어먹으면 그만큼 많이 갚아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될 것이고, 일본에서 누군가를 한국이나 중국에서처럼 접대하려면 그야말로 등골이 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런 차이점들은 내가 겪은 일부의 경험으로부터 생각한 것이므로 모든 일본인과 중국인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또 세부적인 사실에서는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있다면 꼭 알려주시라!). 그러나, 한중일이 가깝게 생각되는만큼 서로 다른 점도 많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다른 점들을 받아들이고 편하게 인정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협력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다른 점들을 편한하게 받아들이려면 역시나 많은 교류와 경험이 꼭 필요한 것 같다.